배심원제의 순기능
배심원제의 순기능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5.11.21 17:20
  • 업데이트 2018.09.28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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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제의 순기능

미국 배심원제도의 오점을 지적한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한장면. 미국 배심원제도의 오점을 지적한 작품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한장면.

법정영화의 고전 중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이란 작품이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소년 피고인에 대한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의 심리를 다룬 영화다. 검사 측은 소년의 아랫집에 사는 노인과 철길 건너 맞은편 집에 사는 여자의 증언과 범행현장의 칼을 증거로 제시한다.

배심원 중 11명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나머지 한 명만은 "무죄일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평의가 길어질 것을 우려한 대부분 배심원들은 무죄 가능성을 제기한 배심원에게 비난과 조롱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는 검사 측의 증거에 대한 자신의 '합리적인 의심'을 설명한다. 듣고 보니 노인의 거짓 증언이나 여자의 착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배심원단의 판단은 무죄 11, 유죄 1로 역전된다. 끝까지 유죄를 주장한 배심원은 자신의 편견이 개입돼 있었음을 깨닫는다. 결국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을 내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배심원제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여 유·무죄를 판단하는 제도다. 영미권 국가에서 보편화돼 있다.

연원은 그리스 신화 '아레스의 재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 그리스는 배심원 수가 많을수록 개인의 편견이 적어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배심원제가 만능은 아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엊그제 대구지방법원이 국내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제(배심원제)를 시행했다. 솔로몬 일인의 지혜보다 다수의 상식이 더 옳다는 믿음이 배심원제의 근본 취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에 따라 국민들은 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은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배심원제의 성공 여부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는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