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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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1 10:36
  • 업데이트 2018.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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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법의학,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고 예술로 승화되다 서평자 - 김장한(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의학 박사)

화가가 역사화나 인물화 등을 그릴 때 그 시대가 부여하는 목적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고증을 참작하고, 철학적 지성과 자신만의 미적 혼(예술적 영감)을 종합하여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그 작품은 곧 시대를 증언하는 증인의 역할을 한다. 미술작품은 변하지 않는 침묵으로 표현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대의 증인으로 증언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믿음직한 증거가 된다. (271p.)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죽음에 조그마한 의혹이 있는 경우에 우리는 그 죽음을 조사하여야 한다.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법의학의 이상이며, 이것은 산 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의학은 지금까지 소수의 학문이었고, 중요하지만 아직도 많이 선택받지 못하는 사회의학 분야이다. 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인 문국진 교수는 척박한 법의학을 개척한 선구자이고, 식물 응집소를 이용한 새로운 혈액형을 발견한 과학자이다. 저자의 관심은 의료행위의 법적 책임과 관련된 의료법학, 배상의학으로 확장되었고, 정년 이후에는 미술 작품에 관련된 법의학 지식을 풀어서 17권이나 서술한 저술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근대 법의학은 대륙법 체계였던 일제강점기에 의과대학을 통하여 등장하였고, 나름 체계적으로 작동하였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정난으로 교수 숫자를 줄여야 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법의학은 사라지게 되었고, 정부 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로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다.

1946년 경북의대에 법의학교실이 창설되었으나 교수가 배정되지 않았고, 30년이 지난 197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법의학교실이 창설되어, 저자는 법의학 교수로 발령을 받고 근무하게 된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의해 저자의 서문이 “들어가는 글: ‘검시제도’ 수립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저술 과정을 ‘문건 해부(book autopsy)’라고 명명하고 있다. 자살한 자에 대한 심리 부검, 각종 저술, 예술 작품 등에 대한 분석을 한 다음에 주제에 적합한 대표적인 미술 작품을 골라서 그 안에 기존 분석을 녹여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Part 01. 법의학, 예술작품의 불가사의를 해부하다

No. 1 죽음 그 너머에서 보이는 것

“이 세상 끝의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네덜란드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가장 높은 하늘로의 승천>이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사망한 자들이 겪을 수 있다는 임사체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읽는 동안 조금 정돈되지 못한 서술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No. 2 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들”에서 간질(epilepsy)과 “No. 3 병적 발작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의료계에 기여한 도스토옙스키”에서 측두엽 뇌전증에 관해 읽고 나면, 서술이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art 02. 법의학, 예술 작품 속 권리 침해의 억울함을 가려내다

No. 9 아름다움으로 희생된 여인과 스탕달 신드롬

베아트리체 첸치는 이탈리아 귀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지속된 성폭행을 참다못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 사형에 처해졌다. 아름다운 모습의 베아트리체는 죽어서 악덕 귀족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초상으로 캔버스에 그려졌다. 그녀의 초상화를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본 스탕달은 의식을 잃고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고, 이것은 스탕달 신드롬으로 이름 붙여진다. 이러한 내용은 스탕달의 저서 「나폴리와 피렌체 : 밀라노에서 레기오까지의 여행」에 기술되어 있다.

Part 03.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여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다

No. 19 그림을 통해 자살을 입증하다

반 고흐의 작품인 <도비니의 정원>을 소개하면서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바젤의 스테크린 소장판과 일본의 히로시마 미술관에 소장된 동일한 제목을 가진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그림에서 사라진 검은 고양이의 의미를 분석하였고, 검은 고양이의 해석에 따라서 자살과 타살이 감별된다고 보고 있다.

이 책에는 81개의 명화가 실려 있고, 관련된 사회적·의학적인 사실이 나열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체계적인 책은 아니고 잘 정리된 사회과학적인 책도 아니다. 다만, 의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가 구슬 꿰듯이 정리되어 있고, 몰랐던 지식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일독하고 나서 많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즐거움이 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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