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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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3 15:49
  • 업데이트 2018.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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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전쟁 속 영웅과 피해자 / 서평자_ 박효영(전남대학교 동물공학 박사)

개별 동물의 피해나 업적을 다루는 이야기는 선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동물들에게 미치는 인간의 정책과 프로젝트의 조직적인 영향은 동물의 몸과 삶이 철저하게 파괴될 때조차도 주목받지 못하고 연구되지 않으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146p.)

오래 전 나는 유난히도 전쟁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던 10대 소녀였다. 20대 때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유전자 변형 동물을 만들고 분석했으며, 현재 30대 후반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나는 주말이면 간혹 아이의 손을 잡고 동물원으로 향하곤 한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10대 때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나 그리 걱정했으면서도 그 걱정의 대상에 내가 죽고 못 살던 우리 집 강아지는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을.

또한, 인류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랐던 나의 연구들이 전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물의 기본 권리가 차단된 곳에서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전쟁의 참혹함을 인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인간을 제외한 동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그 대상이 인간에 국한되어 있었음을 알리고 동물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고통받는지 폭로함으로써 힘없는 동물의 목소리에 모두가 귀 기울여 주기를 호소한다.

‘전쟁’, ‘지배’와 ‘착취’ 그리고 ‘학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단어들은 매우 자극적이다. 어쩌면 책을 펼치기 전 필요 이상으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에피소드의 묶음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들은 많은 독자들이 자극적인 내용에 쉽게 흥분하고 분노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만 간직한 채 책을 덮는 일을 걱정이라도 한 듯 사실을 최대한 꾸밈없이 서술하며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 동물들에 대한 학대 현장은 상상 이상이다. 동물에게 폭발물을 부착해 적진에 투입시키고 인육을 먹도록 훈련시키는 등 말이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원제 = Animals and War : Confronting the Military-Animal Industrial Complex, 저자=앤서니 J. 노첼라 2세(교육가, 평화활동가, 비판적 동물 연구학자), 콜린 설터(교육가, 환경공학자), 주디 K. C. 벤틀리(철학 박사)

‘군·동물 산업 복합체’는 군산 복합체와 동물산업 복합체의 교차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제시된 새로운 개념으로, 이윤을 목적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것이 과학계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역동적으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음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공대생은 석사학위 논문에서 “개와 인간이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는 방법”을 연구했을 뿐이나, 군·동물 산업 복합체 시스템은 미래 전쟁터에 파견될 동물들이 원격의사소통 장비로 전환되고,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동물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학대에 대해서는 민감해졌으나 동물에게 가해지는 군사 폭력에 대해서는 둔감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안보라는 명목으로 시민과 언론에 알려지는 그 전모의 수준이 매우 미미했으며 아름다운 희생과 영웅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알려준다. 동물들은 강제 징집되었고 희생되었으며 훈장이 수여되든 아니든 간에 이들은 영웅이 아닌 피해자라는 것을 말이다. 또한, 무섭게도 이러한 희생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야생동물을 몰아내고 그 터에 자리 잡았다. 동물실험으로 검증된 약을 복용하고 축산물 센터에서 쇼핑을 하는 우리는 동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공모자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순히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무거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자기 전환과 사회 전환이 필요함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없으리라는 나의 염려증에서 비롯된 결과일 듯싶다. 내가 전쟁과 동물에 대한 관점을 넓히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고 함께했으면 싶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내일이라도 당장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읽기 시작했으면 싶다. “진보는 동물, ‘타자’의 죽음과 고통을 거부할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이 책의 머리글처럼 진보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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