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70년의 대화
금주의 서평-70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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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31 15:17
  • 업데이트 2018.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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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70년의 대화

70년의 대화 / 저자 - 김연철(통일연구원장,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서평자 -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 정치외교학 박사)

두 개의 코리아는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거울 앞에서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 도 주먹을 든다. 그러나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다. 거울 속 상대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 속 상대를 움직인다.(14~15p.)

오작교, 강, 그리고 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것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과 북을 가르는 비무장 지대의 바다를 김정은 위원장이 넘어왔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잠깐이나마 그 바다를 건넜다. 건너기 힘 들게 보였던 바닷길은 그렇게 열렸다.

지난 10여 년이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는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서’의 한 구절처럼 느껴져도,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남과 북은 이렇게 만났다. 판문점 도보 다리에서의 대화는 지난 70년 남북대화의 백미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어있다.

2017년을 돌 아보면 몇 날을 멀다하고 한반도의 하늘 위엔 북한이 쏜 미사일과 미국의 전략전 폭기가 날아다녔다. 전쟁의 두려움마저 엄습했다. 그렇게 한 치의 양보 없이 말 폭탄을 주고받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없다.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분야와 층위에서 남북대화의 제도화에 대한 기대도 최고도에 달해 있다. 대화가 가져다줄 신뢰와 믿음의 힘 을 믿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만들었던 힘이 지난 시간 남 북관계에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알려주는 책이 있다. 바로 현재 통일연구원 장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의 『70년의 대화』이다.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란 시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란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인 양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늘 상호적이다. 만나야 믿음이 싹트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신뢰가 커가는 것이다. 만남이 없고 대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당연한 진리를 이 책은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전후부터 지금까지 갈라진 남북역사는 수많은 군사적 충돌과 사건·사고로 인해 대립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남북은 만나고 대화를 이어갔다. 많은 연구자들이 갈등을 중심으로 단절적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았다.

반면 이 책은 대화의 힘을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해석하고 있다. 남과 북은 전쟁 중에도 대화를 했고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도 대화를 이어갔다. 70년의 남북관계가 단순히 대결의 역사가 아니라 대화와 접촉의 역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10여 년 만에 다시 열린 남북 간 만남과 대화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남북관계 70년을 7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되돌아보고 있다. 판문점에서 열렸던 한국전쟁의 정전협상, 전후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를 처음 논의했던 제네바 정치회담은 이승만 정부 시기이다. 60년대 푸에블로호 사건 해결, 70년대 역사적인 7.4공동성명을 위해 남북이 만났던 시기는 박정희 정부 시기였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시기는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로 대표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잃어버린 공백의 5년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삼 정부 시기를 지나,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기억한다. 그리고 북핵 문제와 제재에 함몰되어 후퇴해버린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도 남북이 거울 앞에 서 있는 대화의 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난 70년간 남북 간 회담과 협상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실패한 회담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만남과 대화도 의미가 없지 않다. 설령 실패한 협상이고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한 회담이라고 하더라도 교훈을 남기고 방향성을 제공한다. 지금의 대화도 처음이 아니라 과거의 대화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 책은 남북 간 모든 대화의 경험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70년간 지속된 다양한 남북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대화에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에 중요한 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 역시 70년 남북대화의 산물이다. 이 기회를 붙잡고 다시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더 진실한 대화의 힘이 필요하다. 그 마땅한 진리와 지혜가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