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 ... 그래도 책방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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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2 14:39
  • 업데이트 201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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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 ... 그래도 책방 하는 이유
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그래도 책방 하는 이유 신간 …'이후북스 책방일기'·'그런 책은 없는데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책방에서 일하는 삶을 꿈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호젓이 책을 읽고, 가끔 마음 맞는 손님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는 상상. 그러나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일로 하는 것은 사뭇 다를 터. 책방 주인이 마주하는 현실에는 그런 낭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업으로 삼을 때 다양한 고난이 따라온다. 그럼에도 대형·온라인서점 성장으로 동네서점이 거의 자취를 감춘 이후 최근 다시 개성 있는 독립서점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추세다. 이 작은 책방 주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며 나름대로 행복하게 책방을 꾸려가는 모습이다. 그 중의 몇몇은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이후북스 책방일기'(알마)는 신촌 창전동에서 독립서점 '이후북스'를 운영하는 '황부농'(필명) 씨의 책방일기다. 이후북스는 2016년 3월 문을 열어 2년을 넘기며 동네서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자는 책방을 열 때부터 매주 한두 편씩 쓴 책방일기를 모아 이번에 책으로 냈다. 그는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그 진실한 이야기는 책방 운영에 관해 일반적으로 품는 판타지를 깨는 측면이 크지만, 동시에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하기도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작은 책방'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평가하자면 거의 무가치한 공간이다. 수익 구조가 지독할 정도로 열악하다. 먹고사는 데 있어서 거의 절망적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책방에는 자본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 이야기, 재미, 응원, 연대, 자유, 성찰, 고민거리 같은 것이다." 많은 이가 궁금해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 저자는 냉정하게 말한다. 처음 3개월간 "남은 돈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여줄 정도의 금액뿐"이라고. 저자는 책방 손님을 늘리기 위해 독서모임, '고양이 덕후' 모임, 영어스터디,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 당연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잡무도 많다. 청소, 책 먼지 닦기, 음료 제조·판매, 주문도서 배송, 신간 입고, 손님 응대, 서점 홍보 등을 이어가다 보면 남는 시간이 없다. 책 읽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진상' 손님들은 일거리를 더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저자는 '어느 책방 주인의 속마음'이란 장에서 친구 목소리를 빌리는 형식으로 이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썼다. "책을 보고 제자리에 못 두는 건 수전증이 있어서 그런 거야? 각 맞춰서 놓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근데 엉뚱한 곳에 두는 건 왜 그런 거야? 책방 주인 운동시키는 거야? (…) 책방에서도 음료 파는데 다른 카페서 산 음료 쪽쪽 마시며 책방 구경만 하다가 결국 빈손으로 나가는 거, 그건 예의가 아니잖아. (…) 간혹 말 짧아지는 어르신들! 내가 몇 살로 보여? 거짓말 안 하고 내 친구 아들이 고등학생이야."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역시 '책을 읽자'는 것이다. 책방을 '이후북스'라고 지은 것도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세상을 다르게 보라"는 뜻에서다. "책을 읽으며 (나쁜) 머리를 굴려보고 아파해야 한다. 좋은 책은 아픔과 상처를 얘기하고 있으니까. 책에서 느낀 아픔과 상처가 현실에도 존재함을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고통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217쪽)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신간 중에는 외국 책방 직원이 쓴 책도 있어 눈길을 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고서점에서 일하며 시집과 단편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젠 캠벨의 '그런 책은 없는데요…'(현암사). 이 책을 보면 '진상' 손님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저자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와 엉뚱한 질문을 하고, 엉뚱한 책을 찾고, 억지 요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1960년대 출간된 책을 찾고 있어요. 작가는 모르겠고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표지가 녹색이고요. 읽으면서 여러 번 깔깔 웃었거든요. 어떤 책인지 아시겠어요?" "이 책 환불하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네. 그럼요. 혹시 영수증 있으세요?"//"여기 있어요."//음, 손님 이 책은 워터스톤스 서점에서 구입한 책인데요."//"그런데 여기도 서점이잖아요."//"네, 그렇긴 한데 워터스톤스 서점은 아니죠."//"전부 같은 체인 아닌가요?"//"아뇨. 저희는 독립서점입니다." (11쪽)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