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의 법칙, 땅의 법칙이 하늘에서도 이루어지다

만유인력의 법칙, 땅의 법칙이 하늘에서도 이루어지다

조송현 승인 2017.04.06 00:00 | 최종 수정 2018.09.01 15:36 의견 0
'프린키피아' 3판을 펼치고 있는 83세 때의 뉴턴. John Vanderbank, 1726. 출처: 뉴턴 전기 'Never at Rest'(리차드 S. 웨스트폴 지음).
'프린키피아' 3판을 펼치고 있는 83세 때의 뉴턴. John Vanderbank, 1726. 출처: 뉴턴 전기 'Never at Rest'(리차드 S. 웨스트폴 지음).

우주관 오디세이 - 뉴턴, 우주의 수학적 원리를 캐다

만유인력(萬有引力, universal gravity)은 그냥 중력(重力, gravity)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우주 공간의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끌어당기는 힘)’을 말합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흔히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케플러와 로버트 훅의 연구에 힌트를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뉴턴이 태어나기 33년 전 케플러가  『새로운 천문학』을 펴냈습니다. 이 책 서문에  ‘지구와 달, 나아가서는 두 개의 돌이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긴다’는 내용이 분명이 들어있습니다. 뉴턴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특히 케플러의 제3법칙은 태양이 행성들에 미치는 힘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로버트 훅은 1679년 뉴턴에게 보낸 편지에 '역제곱'이라는 정량적인 표현을 제시했습니다.

케플러의 제3법칙과 로버트 훅의 '역제곱' 법칙을 조합하면 “임의의 두 물체 사이에는 물체를 잇는 선분 방향을 따라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며, 힘의 크기는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어렵지 않게 유도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작 궁금해 하는 것은 결과보다 뉴턴이 이를 온 우주에 적용되는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으로 만든 과정입니다.

뉴턴은 케플러 연구에 힘입어 "모든 물체는 다른 모든 물체를 끌어당긴다.”고 확신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또 이 같은 성질의 중력이 행성과 태양뿐만 아니라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통찰했던 것 같습니다. 목성의 위성이 지구의 달처럼 목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뉴턴은 태양-행성의 운행 법칙이 거기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뉴턴은 또한 지구가 사과와 우리를 잡아당기는 힘까지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뉴턴은 이제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과 하늘의 달을 당기는 힘이 정말로 동일한 법칙 아래 작용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이 정말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지는지도 말입니다.

뉴턴은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디딤돌이 된 것은 관성의 법칙입니다. 지구 주위를 원 운동(엄밀하게는 타원 운동)하는 달은 어느 순간 지구가 당기는 힘이 없어진다면 원 운동 궤도의 접선 방향으로 날아가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직선 운동을 해야 합니다. 돌멩이를 줄에 매달아 빙빙 돌리다가 줄을 놓으면 돌멩이는 순간 한 방향으로 쭉 날아가는 모습을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돌멩이가 날아간 방향은 손에서 줄을 놓는 그 순간에 향했던 방향, 수학적으로 말하면 그 지점의 접선 방향입니다.

뉴턴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달이 같은 원 궤도를 도는 걸 보니 어떤 힘이 달을 계속 지구 쪽으로 잡아당기고 있구나.’

만약 어떤 힘이 달을 당기고 있지 않다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달은 특정 방향으로 직선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뉴턴은 이 힘을 중력(gravity)이라고 불렀고, 먼 거리에서도 아무 매개 없이 작용하는 힘, 즉 원격작용이 가능한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 지구중력과 달에 작용하는 구심력을 비교해 본 결과 이전에는 서로 다르다고 여겨졌던 두 힘이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뉴턴은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과 달을 당기는(‘떨어지게 하는’) 힘이 실제로 같은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계산에 착수했습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설명한 이 부분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체에 어떤 임의의 힘을 가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물체가 맨 처음 순간 주어진 시간 동안 움직이는 거리는 그 힘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달이 궤도를 따라 돌면서 받는 구심력(중력)과 지구 표면의 중력과의 비율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거리와 지표면 근처에서 물체가 중력 때문에 그와 같은 시간 동안 아래로 떨어지는 거리와의 비율과 같다(단, 여기서 달의 자전운동 효과는 무시한다.).

달이 1초 동안 지구로 낙한 거리는 달의 주기와 지구 중심으로부터 거리를 알면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은 약 1/20인치(0.13cm)이다. 지표면 위의 물체가 1초 동안 자유 낙하한 거리는 진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이것은 호이겐스가 이미 회전하는 물체들의 구심력과 중력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밝힌 사실이다. 이 계산에 따르면 그 거리는 16피트(480cm)이다. 이는 달이 1초 동안 지구로 낙하한 거리 0.13cm의 3692배로 지구 중심에서 지구 표면과 지구 중심에서 달까지 거리의 비인 60의 제곱과 비슷한 값이다. 즉 달이 그 궤도를 돌면서 받는 구심력과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의 비율은, 지구 반지름과 지구 중심에서 달까지 거리의 비의 제곱과 같음이 확인된 것이다.

달이 받는 지구의 중력은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을 이용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동법칙에 의하면 힘은 가속도에 비례합니다.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면 중력가속도 역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야 합니다. 지구의 반경은 6400km이고, 지구 중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지구 반경의 60배인 38만4000km입니다.

따라서 지구의 중력에 의해 달이 받는 중력가속도는 지구 표면 중력가속도의 60제곱 분의 1인 3600분의 1이어야 합니다. 뉴턴은 달의 공전 주기와 지구 중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통해 달이 지구 중력에 의해 받는 중력가속도(달의 공전에 따른 원심력과 지구로부터 받는 구심력이 같다는 등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를 계산했습니다. 그 값은 예상대로 지구 표면의 중력가속도 9.8m/s²의 약 3600분의 1로 나왔습니다.

이처럼 뉴턴은 지구가 사과를 떨어뜨리는 힘과 달을 지구로 ‘떨어지게’ 하는 힘은 모두 지구의 중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므로 달이 그 접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궤도를 유지하도록 계속 당기는 구심력은 바로 지구의 중력이 달에 미친 힘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겨 떨어뜨리는 바로 그 힘이 달이 원 궤도를 따라 운동하도록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는 힘인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뉴턴은 그 당시 발견된 목성의 달들이 목성의 주위를 궤도 운동하도록 만드는 힘도 바로 목성의 중력임을 밝혔습니다.

사과처럼, 지구 위의 물체가 떨어지는 일은 태초부터 있었습니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사실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현상, 즉 하늘(우주 공간)의 운동과 지상의 운동이 같은 힘에 의해 일어난다는 엄청난 사실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이 뉴턴입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을 만유인력의 법칙(universal law)이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는 범우주적 성격의 보편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만유인력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온 우주에 통하는 일반법칙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칙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행성들과 이들의 위성, 혜성, 그 밖에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있으며 우주의 모든 물체들은 중력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거리가 배로 멀어지면 힘은 4배 작아지는 식입니다. 태양계의 현상을 보면 태양에 가까이 있는 수성이 가장 빨리 돌고, 태양계의 맨 끝에 있는 행성인 해왕성(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은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 지위를 박탈했다.)은 아주 천천히 돕니다.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멀어 인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작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력이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이 아니라 ‘거리’에 반비례한다면, 물체 간의 인력이 강해서 물체들이 금방 한 덩어리로 뭉쳐버리게 될 것입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이론 법칙으로 비교적 간단한 수학적 공식으로 기술됩니다. 케플러의 법칙은 경험 법칙으로 케플러의 스승인 티코 브라헤가 공들여 모은 관측 결과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티코 브라헤의 모든 관측 결과를 우리는 뉴턴의 중력법칙 하나에서 연역해 낼 수 있습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1916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이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달 탐사 우주선인 아폴로를 달에 보내거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1, 2호를 목성, 토성에 보내기 위한 정밀한 궤도를 계산하는 데는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프린키피아' 제2판 서문(로저 코츠)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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