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

무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

조송원 승인 2017.12.14 00:00 의견 0

미군의 북한 선제공격을 부추기는 내용의 기사(오른쪽)와 그 기사가 실린 일본의 시사월간지 문예춘추.

호전적인 미국 전략가의 위험한 조언

무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 없다. 아무리 자위自衛를 위한 무기라 하더라도 무기가 아름다울 수는 없다. 끽해야 ‘필요악’ 정도의 언어적 표현이 가능할 뿐이다. 한데 ‘비 오는 달밤에’ ‘단둘이 홀로 앉아’ ‘둥근 사각형’을 이야기하면서 ‘뜨거운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현재 예멘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Houthis)와의 전쟁 때문이다. 예멘 2800만 인구 중 3/4이 기아와 콜레라에 노출되어 있다고 유엔은 평가한다.

전쟁을 시작한 책임은 후티에 있다. 그러나 전쟁 범죄의 책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무겁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학교, 시장, 이슬람교 사원 그리고 병원에까지 공중폭격을 감행했다. 예멘을 봉쇄해 식량을 전쟁 무기로 사용한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무모한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전쟁 행위에 대해 ‘백지위임장’(carte blanche)을 제공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왜 그랬을까? 몇 가지 요인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량의 아름다운 군사장비’(lots of beautiful military equipment)를 팔아먹고 싶어서이다.

전쟁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필요악도 아니다. 그냥 악일 뿐이다. 한데 전쟁 멘탈리티(mentality, 정신력)를 유난히 강조하는 미국 전략가가 있다. 미국제전략연구소 선임 고문 에드워드 루트왁(Edward Luttwak) 씨이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해 ‘전수방위, 專守防衛’ 전쟁만 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 전략가는 일본을 향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타격할 수 있는 ‘대지공격능력, 對地攻擊能力’을 갖추라고 힘주어 조언한다.

그는 일본 월간지 『文藝春秋』(문예춘추) 2017년 12월호에서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 彰)와 대담을 했다. 거기서 일본이 대지공격능력을 갖춤으로써 북한이 먼저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군이 개입해 북한을 초토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차라리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도하려는 발상이다. 명색이 동맹국의 전략가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안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극우파에 아첨하는 품새가 분노를 넘어 차라리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 현 대한민국의 대북한 정책의 해석은 무지 그 자체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나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 ‘전략가’라는 타이틀은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하는 이름일 수 없다. 개인적 이익 추구와 편향된 세계인식에 ‘전략’이라는 고상한 외투를 입히는 미 전략가의 민낯을 감춤 없이 드러낸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현실 분석도 진실과는 꽤 거리가 멀다. 차라리 진실 왜곡에 가까운 ‘확증편향’을 보여준다. 사냥개의 눈에는 사냥감만 보이는 법이다. 전쟁광에겐 세상의 모든 문제는 오로지 전쟁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대담자인 이케가미 아키라도 일본 보수의 ‘소망사고’(wishful thinking)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분석하여 고갱이만 짧은 글로 제시하면 좋으련만, 필자의 능력이 거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여 ‘미군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란 표제어로 실린 원문을 3회에 걸쳐 번역, 소개하고자 한다.

'미군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세계적인 전략 전문가이며 미전략연구소 선임 고문으로서 트럼프 정권의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에드워드 루트왁 씨. 『전쟁에 기회를 주라』(문춘신서 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전쟁을 초래한다’며 ‘북조선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일본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군은 선제공격을 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은 그 사전 정지 작업일까? 긴박한 북조선 정세에 관하여, 루트왁 씨에게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끼라(이하 ‘이케가미’) 씨가 예리하게 다가섰다.

이케가미 : 루트왁 씨는 여러 번 일본을 방문하셨다고 하는데, 이번 방일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루트왁 : 나는 동경이 좋습니다. 이번은 일본 정부의 의뢰로 일본 관료에게 전략론을 강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케가미 : 방일 시에 아베 수상과도 면담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루트왁 : 내용은 말할 수 없습니다만, 아베 수상은 드물게 볼 수 있는 전략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케가미 : 이번 트럼프의 일중한 방문은 북조선 정세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일부에서는 ‘미군의 선제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도 합니다. 루트왁 : 그렇지는 않겠지요. 아베 수상과 트럼프의 관계는 양호하여 조만간 실현될 터였습니다. 방한은 북조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만, 방중은 그것 때문만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방일은 아베 수상과의 관계강화를 위해서이고, 방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조선에 자금제공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이고, 방중은 시진핑에게 북조선과 거리를 두라고 함과 동시에 미중의 경제 문제도 있겠지요.

"미군의 선제공격을 중국도 용인"

이케가미 : 그러나 트럼프의 동아시아 순방에 맞춰서, 세 개의 항공모함 타격군打擊群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항공모함 타격군 세 개를 전개하면 공격준비의 사인(sign)이다’라고 말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전쟁개시 시그널(signal)이 아니란 말입니까? 루트왁 : 군사적 의미는 없습니다. 항공모함은 위협을 위한 존재이지 실전적 전력戰力은 아닙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김정은이 언제라도 일본과 한국을 위협할 수 있도록 용인하여 버리는 것이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북조선의 위협(핵・미사일 시설) 제거’입니다. ‘북조선에 대한 전면전쟁’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항공모함은 불필요하고, 2개의 항공여단만으로 충분합니다.

이케가미 : 주한미군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까? 루트왁 : 그렇습니다. 주일미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케가미 : 그러면 어느 시점에서 미군은 북조선을 선제공격할까요? 루트왁 : 현 상태로서는 미국은 움직이지 않겠지요. 미군은, 리스크를 안는 일에는 소극적이어서 북조선의 위협을 제거할 구체적인 군사적 옵션(option,선택)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은 오히려 ‘이쪽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를 뽑았다는 것입니다.

애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실은 미군의 정책을 장악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내정은 그런대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만, 군에 대한 권위는 상실했습니다. 만약 현 상태에서 트럼프가 선제공격을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하면, 매티스는 ‘트럼프를 탄핵하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본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이대로 미국도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일본이야말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케가미 : 그러나 북조선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는 주로 미중이 담당하고 있던 게 아닙니까? 루트왁 : 당초 미국은 중국에 북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경제제재를 강화했습니다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개발 저지를 위한 외교수단을 전부 사용해버렸습니다.

중앙군사위원회의 연구기관을 방문하여 알았습니다만, 인민해방군도 군사 옵션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북조선에는 백만이나 되는 병력이 있다. 전쟁이 나게 되면 막대한 사망자가 나온다. 어찌됐건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할 뿐 어떤 준비도 없었습니다. 인민해방군은 쇼로서 장대한 군사퍼레이드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중국정부는 이미 ‘중국은 북조선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군이 북조선의 시설을 공격하여도 우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조선의 체제전환을 목표로 한 공격을 한다거나 압록강을 넘는다면 반격할 것이다’고 미국에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미국의 의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선제공격에 대해 중국은 이미 용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케가미 : 그런데 미군이 북조선에 군사 옵션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루트왁 : 미군도 인민해방군과 똑같은 멘탈리티(mentality, 정신 상태)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미군의 현 지휘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가슴에는 훈장을 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서 마주친 것은 반격하여 오는 상대가 아닙니다. 상대는 전차도 박격포도 전투기도 없습니다. 예전의 ‘이슬람국’ 거점인 모술을 함락시킬 때도 미군이 몇 번이나 공중 폭격을 하고 아무도 없게 된 곳에 이라크군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전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조선은 ‘서울을 파괴할 것이다’며 진정으로 반격하여 올 것입니다. (곧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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