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1>75년에서 79년까지의 부대문학회

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1>75년에서 79년까지의 부대문학회

민병욱 승인 2018.01.01 00:00 의견 0

시화전을 마치고 서클파크에서 포즈를 취한 부대문학회 회원들. 낮술을 몇 잔씩 걸친 듯하다. 왼쪽부터 박설호, 최춘식, 최시현, 그 앞 줄 차윤홍, 민병욱, 손재찬. 출처: 민병욱

‘다시 문학청년으로’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자 한 것은 오랫동안 벼른 것이다. 문학평론에서 시작하여 연극평론을 거쳐서 문화비평을 하다가 여행인문학에 이른 오늘, 나는 언제나 문학의 세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떨칠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바탕에 문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늘 의식하고 있었다. 그 바닥에서 잠자고 있는 문학을 이제 밖으로 꺼내어서 그 출발 지점으로 가고자 ‘다시 문학청년으로’라고 스스로에게 짐을 지운다. 문학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의 그 열정과 패기를 가지도록 스스로 채찍질을 한다.

그 채찍질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낡은 사진첩과 돋보기로 겨우 들여다 볼 수 있는 축쇄판 『부대신문』 속을 이리저리 뒤집는다. 1975년 3월에서 1979년 2월까지를 훑어보다가 다시 1969년 3월에서 1975년 2월까지도 뒤집는다.

사진첩에서 낡고 빛바랜 한 장의 사진, 서클 파크에서 부대문학회 시화전을 마친 뒤 찍은 사진을 들어다본다. 당시 부산대 정문 무지개 문을 지나서 마주치는 굴뚝새 탑(독수리탑을 그렇게 불렀다.)과 본관(현재 인문관)과 도서관 사이에 서클 파크가 있었다. 그 사진 속에는 박설호(독어교육과, 73학번), 최춘식(불어교육과, 74학번), 최시현(의예과, 72학번), 차윤홍(국어국문학과, 74 학번), 손재찬(철학과, 75학번) 그리고 본인(국어교육과, 75학번)이 아마 낮술을 몇 잔 걸친 뒤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의대 최시현 선배는 ‘댄디 맨(Dandy Man)’이라는 별명처럼 언제나 정장을 한 멋쟁이였다. 그는 부산대 의대 문학동인 ‘회귀선’ 회원으로 부대문학회에도 참여하면서 시를 쓰기도 연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14회 부대문학상 시부 가작(부대신문, 1977.2.21.)을 수상하기도 그는 첫 작품 <불안시대>(부대신문, 1972.7.3.)에서 ‘노인의 허리만큼의/생활을 만지작거리는/혼자, 머리는/회전무대/(…)/상념의 탁조(濁操)가/폭양의 비수 아래 딩굴면/아직은/불안시대/그리하여/반항하며 살아/갔다.’라고 자기 삶을 노래했을지도 모른다.

연출가 이윤택은 ‘나를 연극으로 구제해 준 친구가 최시현이었는데, 그는 부산의대 학생이었고 대학극 연출자였으며 시학도였다. (…) 고수머리 미남이어서 나와 대비가 되는 부르주아였는데 (…) 나이가 삼십을 넘기자마자 백혈병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경향신문, 1995.05.08., 1997.06.19.)라고 회고한다.

독어교육과 박설호 선배(현재 한신대학교 교수)는 학구적이었다. ’76년 어느 날 문창회관에서 부대문학회 합평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는 아놀드 하우저(A.Hauser)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독일어 복사본(4권)을 보여주면서 일독을 권했다. 곧 한글 번역본(창작과 비평사, 1974)을 구하여 읽고는 문화사회학에 깊이 빠져 들어가면서,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늘 지니고 다녔던 『문학의 개론』(이재선, 신동욱, 학문사, 1968)을 지웠다.

그와의 만남은 철학과 김준홍 선배(72학번)와의 교류로 이어졌다. 그는 제12회 부대문학상 소설부문에 당선작 없는 가작(부대신문, 1975.4.14.)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다룬 시와 소설을 교내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했다. 그는 1975년 11월 22일 김기춘을 중심으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학원침투 북괴 간첩단 적발사건’으로 같은 과에 있던 박준건 선배(현재 부산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유신시대의 희생양으로 살아갔다.

최춘식 선배(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제14회 부대문학상 시부 당선(1976.12.6.) 등으로, 손재찬은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몇 차례 장원을 하면서 문청의 길동무가 되기도 했다.

부대문학회에서의 문학수업은 강의실에서보다는 강의실 밖에서 더욱 더 문학청년답게 이루어진다. 3월이면 신입생 환영 시화전과 9월에 하는 부대문학회 시화전과 문학의 밤, 문학 전공 교수들- 김광규, 김준오, 김중하, 김치수, 서림환 등에 의한 시화전 합평회, 부대신문에 발표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월평회, 부대문학상 시상식에서 행해지는 문학 강연회는 문학 수업을 수업답게 이루어간다. 그 수업은 우리에게 다가와 문학청년답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한다.

빛바랜 한 장의 사진으로 부대문학회 회원들을 다 담을 수 없다. 그 가운데 부대문학회 회원으로 류종열(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박태일(현재 경남대 교수), 이정주(시인) 등, 회귀선 동인으로 강경주, 김경수(계간 ‘시와 사상’의 발행인), 이규열(현재 요산기념사업회장), 이현구, 정영태(작고) 등, 부대신문의 필자로는 강선학(미술평론가), 김정열(정치가), 남송우(현재 부경대학교 교수), 하창수(문학평론가), 허의도(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등은 여전히 문학이나 문화에 관련 일을 했거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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