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핵에너지전환 정책, 추진력에 달렸다

문재인 정부 탈핵에너지전환 정책, 추진력에 달렸다

김 해창 승인 2017.06.04 00:00 의견 0

(사)인본사회연구소 주최로 2013년 열린 고리 원전 1호기 폐로를 위한 정책토론회.

새 정부가 단계적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에 의지를 표명한 것은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늦었지만 옳은 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 보호,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통한 국민 ‘호흡권’ 보장, 탈원전 등 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으로의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백지화 및 노후원전의 단계적 폐로, 가동 원전의 안전 보강,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 법제화,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중단, 친환경연료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최근 일부 원자력학계 및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은 안전성, 경제성, 대체가능성, 국민수용성 차원에서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첫째, 안전성 차원에서 보면 탈핵은 원전 즉 핵발전의 사고 위험성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첫 번째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는 후쿠시마원전사고를 통해 원전 안전 신화의 허상을 생생히 목도했다. 원전 복구비용만 현재 20조 엔(2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야 학자들의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사고피해 시뮬레이션은 물적 피해만 600조 원에서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 선진국은 후쿠시마사고 이후 탈핵을 선언했다. 지난해 정권교체를 이룬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도 국민안전을 이유로 탈핵을 선언, 98% 완공된 제4원전의 건설 중지 및 가동원전 3기를 전면 중단키로 하고 2025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비율은 현재 4%에서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원전의 안전성 담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원자력문화재단을 원자력안전문화재단으로 성격과 역할을 개편해야 한다. 또 이들 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진흥기관과 규제기관의 인사이동을 금지하는 등 원전비리와 은폐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 세계 폐로 원전의 평균연수가 29년 정도인데 우리나라 대부분 원전의 설계수명이 40년이란 점에서 노후원전의 폐로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한편 현재 원전추진론자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원전을 친환경 청정에너지라는 말로 호도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서 볼 때 핵발전소는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핵발전소의 원료인 우라늄도 향후 40~50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원전의 고온 온배수가 바다의 온실가스 배출을 촉진하는 위험성도 있다.

둘째, 경제성 차원에서도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옳은 선택이다. 원전의 발전원가는 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 풍력, 태양광발전에 비해 이제는 원전의 발전원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원전 올인’ 정책으로 원전은 세금 부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 비용, 폐로 비용, 사용후핵연료처리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원전당국은 이제라도 발전원가에 관한 기초자료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원,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보다 더 싸지는 제너레이션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은 1996년 17.6%에서 2015년 10.7%로 떨어졌다. 건설 중인 원전 수는 1979년 234기에서 2016년 55기로 크게 줄었다. 세계 1위 원전 공급업체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도시바는 원전사업의 악화로 지난해 약 10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안은 이제부터 폐로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일이다. 새 정부의 환경에너지팀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매출 75조 원 달성 및 3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지역의 에너지자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지역산업과 연계한 지역에너지·식량생산시스템의 구축이 새로운 경제 살리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체가능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 전력수급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대신 최근 30% 이하로 떨어진 LNG화력의 가동률을 높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또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20% 달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면 가능하다.

전력의 설비예비율은 탈핵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최대부하 전망치로 12%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강화하고 소규모 설비에 대해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상풍력이나 고속도로 소음방벽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농촌지역의 에너지믹스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농업 지원,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유도하는 그린전력증서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지방분권이라는 차원에서 송배전의 분리나 전기요금체제 등 전력개혁이 필요하다. 한편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공급의 불안전성이나 전력의 질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수치목표가 아니라 지역차원에서의 거버넌스, 특히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남북화해와 동아시아의 에너지협력을 구해나가는 것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넷째, 국민수용성 차원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은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원전입지 지역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해왔다. 오는 6월 18일 부산 고리1호기 영구정지가 시작된다. 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이 생존권 차원에서 시민운동을 통해 이뤄낸 쾌거이다. 이제부터 ‘원전입지지역소통위원회’를 만들어 폐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중단 및 노후원전 폐로, 석탄화력발전 중단 등으로 이들 입지 주민이 입게 될 피해를 고려해 이들 지역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탈핵에너지전환은 지역재생에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OECD 절반 수준인 전기요금을 에너지절약과 연계해 수요관리를 해야 한다. 상향식 전력수급 모형 분석에 따르면 새 정부의 탈핵에너지전환정책 추진 시 2030년까지 전력공급 총 비용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인상은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부과금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서민이나 수송용 유류 조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과 전기소비 취약층, 서민 난방연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결국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 열쇠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이자 공감대 형성이다. 정부는 관계자 및 전문가집단의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거쳐 국민에게 찬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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