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창조도시 부산’ 소프트전략 (1)을숙도 쓰레기매립지에 필드 뮤지엄 '탐욕의 끝'을 만들자

김해창 승인 2018.12.05 13:54 | 최종 수정 2018.12.05 22:49 의견 0

해안선을 망치는 초고층 건물의 난립. 북항에 오페라하우스,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대형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지자체. 산, 강, 바다, 온천 천혜의 ‘4포지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도시 부산. 2018년 세계도시 부산의 현주소이다. 이제부터 도시에게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이다. 환경경제학자이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 김해창(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창조도시 부산을 위한 소프트전략을 제안한다.<편집자>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1>을숙도 쓰레기매립지에 필드 뮤지엄 ‘탐욕의 끝’을 만들자

해질녘 낙동강 하구에는 모래톱 사이로 ‘물별’이 뜬다. 하루를 접는 갈매기와 가마우지떼가 피곤한 날갯짓을 하며 모래톱 위를 낮게 날아 잠자리로 향한다. 을숙도 남단의 갈대숲은 바람에 쓰러졌다 일어서고, 갯벌 곳곳엔 고니떼와 홍머리오리떼가 ‘홋호 홋호’ ‘휘이 휘이’하며 울음 운다.

아미산 상공을 선회하는 솔개 무리와 간간이 물살을 가르는 선외기의 굉음에 철새들이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구는 물별의 속삭임처럼 포근하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이 물밀듯이 다가오는 사하구 다대포 몰운대성당 앞 공터엔 2010년 3층 규모의 낙동강하구 아미산전망대가 들어섰다.

1960~70년대 해마다 80만~100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었다던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 을숙도(乙淑島). 새가 날 땐 하늘 절반이 덮였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전설로 남았을 뿐, 하구둑과 갈대숲을 매립해 ‘무지개공단’이 들어선 뒤로 굴뚝 연기가 철새를 대신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문화재보호법, 연안오염특별관리법, 습지보전법 등 5개의 크고 작은 법으로 보호를 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문화자산이지만 이곳엔 지난 1987년 거대한 하구둑이 들어선 이래, 분뇨처리장, 쓰레기매립장에 이어 또다시 을숙도 남단을 지나는 을숙도대교가 들어섰다.

그런 와중에 생태교육장을 표방하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자리잡았고, 다대포 아미산에는 전망대가 세워졌다. 개발과 보전의 첨예한 대립 가운데서도 낙동강 1300리 물길과 태평양 바닷물이 만나서 빚어낸 낙동강 하구 모래톱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연신 ‘원더풀’ ‘어메이징’이라며 감탄해마지 않는 ‘신이 내린 정원’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우리 부산의 자랑이자 원죄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보호지역 안에 자리잡은 거대한 쓰레기장은 우리의 ‘탐욕덩어리’이기도 하다. 이제 이러한 을숙도를 과거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생태 필드 뮤지엄(Field Musium)으로 거듭나게 할 순 없을까.

을숙도 남단 갯벌. 사진=김해창

조건은 다 갖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부(負)의 유산인 을숙도쓰레기매립장, 분뇨해양투기장을 오히려 그대로 살려 ‘반면교사’ 교육의 장으로 삼자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우리 부산시민들이 1인당 적어도 자기집 쓰레기 몇㎏씩을 묻어둔 쓰레기매립장 입구에서부터 필드 뮤지엄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을숙도매립장은 지난 1993년 6월부터 1996년 3월까지 국가지정문화재보호구역이던 곳을 쓰레기 매립 후 철새도래지로 자연복원하는 조건으로 당시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1차 매립장(면적 297,654㎡) 및 2차 매립장(면적 191,740㎡)을 조성하였다. 매립용량이 407만㎥이니 당시 ‘4백만 부산시민’ 운운 하던 시대를 감안하면 부산시민 1인당 1㎥ 이상의 생활쓰레기를 묻어둔 ‘현대판 조개무지’이자 ‘타임캡슐’이 있는 곳이다.

이제 쓰레기가 묻힌 지 20년이 넘어 어느 정도 지반도 안정되고 있다. 이곳에 대한 사전조사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쓰레기장 입구 한 곳을 잘 잡아서 쓰레기장 안을 굴착해 터널로 만들어 마치 경주 신라 천마총 같은 형태로 들어가게 해서 그곳을 ‘생활쓰레기 박물관’ 또는 ‘리사이클 아트갤러리’로 만들면 어떨까.

여기는 일부 구간을 투명유리로 만들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산업시대 성장지상주의 시대의 대량생산과 대량유통 대량소비 과정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폐기물을 이용한 아트 갤러리가 들어서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쓰레기장 안을 뚫고나가서는 인근 옛 똥다리 주변을 지하로부터 투명유리를 통해 이탄층부터 갯벌의 단면을 보면서 막바지엔 갈대밭을 보면서 올라오도록 하면 어떨까.

을숙도쓰레기매립장 안내문. 출처 : 국토교통부 기자단 공식블로그(김태용 대학생기자 촬영)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식물인 새섬매자기가 있는 남단 갯벌의 초입과 쓰레기장의 조화가 핵심이다. 이 때 공간은 적어도 우리 인간이 게나 고둥과 같은 심정으로 갯벌 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하면 더 실감이 나지 않겠는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의 발상을 조금은 끌어들여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또한 1990년대 초부터 부산지역 분뇨를 모아 동해 해양투기 허가지역으로 가는 배에 옮겨 싣는 장소였다가 2005년부터 장림하수처리장으로 분뇨처리업무가 이관된 뒤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을숙도 분뇨해양투기장에는 정말 바다를 보면서 시원하게 ‘통쾌’ ‘상쾌’ ‘유쾌’를 외칠 수 있는 최고급 공중화장실이 구비된 ‘을숙도국립호텔’로 만들 순 없을까. 그리고는 이 필드 뮤지엄의 이름으로 우선 생각나는 게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이다. 줄여서 그냥 ‘필드 뮤지엄 “탐욕의 끝”’으로 해도 되겠다.

이러한 필드 뮤지엄의 발상은 아직 다른 어느 곳에서도 실현된 곳이 없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 필드 뮤지엄의 발상은 을숙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도 그 안에 우리가 쓰레기장을 만들었고 분뇨해양투기장도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그곳 주위로 을숙도대교가 놓여있기에 ‘역설적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쓰레기처리동 시설을 철거해버린 것이 오히려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실 쓰레기매립장 하나만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를 새롭게 생태교육시설로 활용한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서울의 하늘공원이다. 과거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에 나무를 심고 풍력발전소를 세우고 해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이 하늘공원도 사실은 독일의 뮌헨 올림픽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과거 2차 대전 막바지 공습으로 인해 폐허가 된 쓰레기더미 위에 이를 생태적으로 재생해 조성한 곳이 바로 올림픽파크이다.

또한 투명유리로 갯벌의 단면을 보는 것은 도쿄임해공원이나 시가현의 비와호박물관에 가보면 작은 규모이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곳은 있다. 그러나 을숙도처럼 쓰레기장을 파고 들어가서 갯벌을 통해 나오는 발상은 미추(美醜)의 대조를 통한 감동의 증폭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이러한 발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선 부산시부터 그간의 개발지상주의적 정책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논란이 쉽게 가시지 않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안'의 경우처럼 외국의 대표적인 상징시설을 북항에 건립하는 것보다는 지역성에 바탕을 두고 부산의 ‘생태적 마인드’를 세계에 발신하려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제안에 대해 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사포지향’ 부산의 낙동강 하구 미래 장기 비전을 먼저 세워야 한다. 사진작가 최민식의 작품에 나오는 나룻배와 하단포구를 살리고, 명지나 하단의 먹을거리를 살리고, 낙동강 하구의 숙소, 다대포의 볼거리를 고민하는 그런 ‘통큰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낙동강국가도시공원’의 플랜과 연결해도 될 것이다.

전남 순천만 생태공원보다 몇 십배 아니 몇 백배 더 잠재력을 가진 낙동강하구를 이렇게 무시하는 도시가 되어선 안 된다. 이제야말로 부산의 도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이 부산다움에 대한 진정어린 갈구, 상상력과 재미, 그리고 시민과의 끝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실을 ‘을숙도’는 갈구하고 있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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