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창조도시 부산 소프트전략 (4)2019년 새해 ‘양성평등도시 부산’을 꿈꾼다

김 해창 승인 2018.12.31 10:40 | 최종 수정 2019.01.01 13:05 의견 0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도시도 새해를 맞고 있다. 도시의 비전은 누가 만드는가? 시민의 절반은 여자, 절반은 남자이다. 2019년 부산은 어떤 도시를 꿈꾸어야 할까?

도시는 평등해야 한다. 남녀노소는 물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도시가 요구된다. 그 중의 기본은 양성평등이다. 정부와 여러 지자체는 새해에 맞춰 ‘양성평등정책’을 내놨다. 종래 ‘여성친화도시 정책’이 이제는 ‘양성평등도시 정책’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시의 ‘양성평등도시 정책’은 무엇일까? 강한 인상을 주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내용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여당당 김영희 대표가 등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던 ‘추억의 개그’가 생각난다. 이를 도시에 대입하면 “여성이 당당해야 도시가 산다”가 되지 싶다. 옳은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 주도로 ‘여성친화도시(Women Friendly City)’, 즉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보인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법으로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을 2014년 발전적으로 전면 개정한 것이 양성평등기본법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9조는 여성친화도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란 지역정책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강화,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여성친화도시에서의 ‘여성’은 사회적 약자(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여성친화도시는 매년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여성가족부가 심사를 거쳐 지정하며, 2018년 기준으로 전국 86개의 지역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다. 부산의 경우 2011년 사상구 2012년 연제구, 2013년 중구 남구, 2014년 북구 금정구 영도구, 2015년 사하구, 수영, 부산진구, 2016년 동구 등 모두 11개구이다.

정부는 지난 연말에 2019년 양성평등정책 추진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부처의 성평등 정책 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고용, 교육 등 분야별로 성차별·성희롱을 금지하고, 차별행위가 발생하면 실질적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상 성차별 금지조항을 전사업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민간기업이 ‘고위관리직 여성비율 목표제’를 도입하도록 개별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5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는 모든 기관의 여성 고위공무원단 1인 이상 임용을 추진하고, 지방공기업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전 기관으로 확대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무부, 여가부,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동으로 몸캠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영상 삭제를 지원한다. 여가부는 20~30대 청년들이 성평등 문화를 만들고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 참여 플랫폼 사업도 추진한다(머니투데이, 2018.12.30).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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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도 지난 연말에 ‘성평등 사회로 가는 새로운 경남’을 모토로 ‘양성평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남녀평등 실질 지원, 일자리 다양화와 기회 제공, 일과 생활의 조화, 여성 안전과 건강 증진을 4대 목표로 정해 6대 정책영역별 80개 세부과제를 담았다. 도는 과제 추진을 위해 2022년까지 3천165억 원을 투입한다. 남녀평등 실질 지원 정책으로는 양성평등의식 함양을 위해 경남도교육청과 협의해 도민에 생애주기별 성평등 교육을 한다.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 문화도 확산한다. 사회적 경제를 도입한 여성 일자리 활성화, 청년 여성 취업콘서트, 온라인 여성 일자리 창업 플랫폼 마련, 일자리사업 성별 영향평가 강화 등을 추진해 여성 일자리를 다양화한다. 일과 생활의 조화를 위해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성희롱·성폭력이나 데이트폭력 등에 따른 여성피해를 막고 여성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위드유 지킴이단’ 운영, 안심 골목길 조성, 취약계층 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여성장 애인 의료서비스 강화 등에 나선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과 주요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확대, 각종 위원회 여성위원 참여율 40% 달성 등으로 여성 대표성을 끌어올려 여성 사회 참여를 활성화한다. 도는 양성평등 계획이 체계적으로 되도록 여성 정책(성평등) 연구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2015년 폐지된 양성평등 기금을 복원, 재추진할 계획이다(연합뉴스, 2018.12.30).

반면 부산시의 경우 종합적인 양성평등 선언이나 구체적인 정책 발표가 보이지 않는다. 부산일보(2017.11.20)의 ‘부산시, 쌓아둔 출산장려기금 매년 100억 푼다’는 1년 전 기사가 눈에 띈다. 부산시가 2018년을 ‘ 인구절벽’을 막을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적립한 출산장려기금 824억 원 중 2018년에 총 123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금에서 편성한 사업은 3가지로 ‘아주라’ 새싹축하금(28억 원), 출산지원금(72억 원), 출산용품 지원 대상자 확대(23억 원)가 해당된다. 새싹 축하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이후 자녀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출산장려에만 집중돼 있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면 양성평등도시의 기본이 되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일까. 아직 학문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합의된 의견은 없다. 국토연구원 김선희 박사가 2006년 11월 광주 지역혁신박람회에서 행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주제 발제문을 참고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는 ‘여성이 선택하는 도시, 여성에게 선택받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선택받은 도시는 남성과 가족 모두에게 살기 좋은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지난 20세기 단순소비자에 머물러 있던 여성이 21세기 들어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생산자, 의사결정자로 부각되면서 주거지의 선택에 있어서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육아와 교육, 쇼핑, 문화·레포츠활동, 커뮤니티 및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주도해야 하는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 및 지역개발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부론에서 향부론으로, 정부주도의 하향식·일방향 접근에서 주민참여형·상향식으로, 양적추구에서 질적 추구로, 물리적·토목적 개발에서 생활환경 중시의 커뮤니티 개발로 변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살기좋은 도시를 재창조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의 모델도시로 일본의 가케카와시와 미국의 어바인시를 들 수 있다. 이들 도시는 페미니즘을 통한 도시 브랜드 높이기에도 나름 성공한 도시로 알려졌다.

먼저 일본 시즈오카현의 가케카와(掛川)시를 살펴보자. 가케카와시는 2008년 7월 현재 주민 11만5천여 명 가운데 남녀가 각각 5만7천여 명씩으로 거의 같은 수였다. 주민도 시직원도 절반이 여성이고 유치원·탁아소·초등학교의 교사나 시립병원 직원도 여성이 반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신무라 준이치(榛村純一. 1934-2018) 전 시장이 이뤄놓은 것이다. 일본 최초로 평생학습도시와 ‘슬로 라이프’를 주창한 신무라 시장은 지난 1977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28년간 가케카와시장을 역임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1979년 ‘주민 주체의 도시 건설’을 표방하며 ‘평생학습 도시선언’ 등을 하고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이를 통해 여성의 능력이 개발되고, 여성이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면 가케카와의 분위기가 보다 명랑해질 것이며, 건강도 복지도 한 차원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무라 시장은 가케카와를 ‘페미니즘의 시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페미니즘의 시정을 실천하는 수단으로서 선거관리위원을 남녀 동수로 임명하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위원회에 여성위원의 비율을 높여나갔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여성의회’ 제도의 도입이다. 1981년에 ‘부인의회(婦人議會)’를 발족시켜 많은 역할을 해오던 것을 1990년 ‘여성의회’로 발전시켰다. 가카와시의 현재와 미래를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모의 시의회’를 통해서 지역의 문제를 여성의 입장에서 제안하고, 이를 시정에 반영시키는 기능을 했다. 여성의회는 임기 1년인 27명의 여성으로 구성되며, 본회의와 전원 협의회를 각각 1년에 한 차례씩 개최했는데, 여성의회 의장이 지방의회의 의장처럼 회의를 진행하고, 시장을 비롯한 시청 간부가 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도록 했다. 더욱이 여성의회 본회의와 전원 협의회에는 시의회 의장도 공식적으로 참여하며, 많은 지방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방청했다고 한다. 가케카와시는 지역 복지관 같은 곳에 남성을 위한 육아강좌 등을 개설해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에 직접 참여하도록 교육시스템도 만들었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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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은 2000년대 들어 미국 내 200개 도시를 상대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여성의 삶의 질’ 조사에서 2년 연속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된 도시로 알려졌다. 어바인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전문직이건 사업가건 혹은 전업주부건 간에 여성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시답게 탁아시설은 필수적이고 인근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 내에 자녀 양육부서를 설치해 교육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시립·사립 탁아소가 100여 곳, 개인이 운영하는 놀이방 170여 개, 공원이 80곳에 이른다. 2010년 이후 6년간 미 연방수사국(FBI)이 어바인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했고, 미국 내 주요 잡지인 ‘페어런츠 매거진’이 ‘아이 키우기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어바인을 선정했다. 어바인 내 고교들의 성적지수는 미국 내 톱 수준으로 UC어바인은 우수 주립대학 10위에 선정될 정도다.

한편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시의 비아테 베베르(Beate Weber) 전 시장이 보여준 여성 리더십에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베베르 전 시장은 1990년 여성시장으로 당선된 뒤 자동차 우선도시에게 자전거천국으로 바꾸었다. 환경론자인 베베르 시장은 하이델베르크를 ‘대화의 도시’로 만들었다. 시는 경제계, 시민과 함께 교통문제 원탁회의로 해결책을 찾았다. 기후보호도 에너지원탁회의를 바탕으로 에너지절감계획을 만들었다. 특히 여성단체들의 ‘미래 워크숍’에서 인간에게 친한 하이델베르크구상을 내놓았다. 베베르시장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예산(Eco Budget)’ 시스템을 채택해 하이델베르크 시는 1993년에 비해 도심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30% 저감하고, 1986년에 비해 도심의 질소산화물(NOx)의 배출을 65% 줄이고, 1990년에 비해 생활쓰레기를 49% 줄이는데 성공했다. 2006년 퇴임한 베베르 전 시장은 지금도 국제적인 환경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2014년 용접공 출신인 스웨덴의 스테판 뢰프벤 총리가 새 정부 출범 때 동수내각을 구성한 데 이어 2015년 취임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남녀 동수의 내각진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독일,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여성임원할당제를 적극 도입한다. 독일은 기업 감사 이사회에 여성을 30% 채워 넣은 여성할당제를 채택해 2016년부터 108개 대기업들이 이를 당장 실시해야 하고, 3,500개의 중소기업들도 점진적으로 동 법률을 적용받게 됐다. 만일에 30%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그 자리를 공석으로 남긴다. 노르웨이의 경우 2003년 공기업 및 상장기업의 여성임원을 전체 임원의 40%로 할당한 여성임원할당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는데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제 눈을 부산시로 돌려보자. 부산시의 경우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 ‘양성평등도시’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우선 남녀차별이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섬세함을 살린 소프트웨어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을 위한’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여성에 의한’ 것을 중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의 가케카와시와 같이 다양한 직능별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부산여성의회’를 구성해서 이들의 목소리를 시의원의 목소리와 똑같이 듣는 그런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에 이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좀 더 확대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의회로서 장애인, 청소년, 노인, 다문화가정 등의 얘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경청할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산시의회를 존중하면서도 1년에 일정기간을 잡아 양성평등도시의 일환으로 ‘장애인의회’ ‘청소년의회’ ‘노인의회’ ‘외국인의회’ 등을 남녀동수의 자문기구로 활용하면 어떨까. 또한 무엇보다 부산시나 부산교육청의 정책 관련 각종 위원회에는 가능한 한 남녀동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양성평등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은 경청이며, 이를 위해 시장은 ‘대화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 부산은 ‘자갈치아지맵니더’에 나오는 당당한 자갈치아지매의 목소리처럼 당당한 부산 여성의 목소리가 늘 부산시청에 메아리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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