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24) 가덕도신공항·대저대교-이제는 국책·공공사업 구조조정할 때  

김 해창 승인 2022.06.13 10:31 | 최종 수정 2022.06.13 10:49 의견 0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두고 찬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본격화한다고 한다. 경제성 부족, 환경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국토부는 6월 말이나 7월 중 가덕도신공항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담당할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고, 2025년 하반기에 첫 삽을 뜨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나오면서 ‘굳이 왜 가덕도냐’라는 회의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항공대 컨소시엄(한국종합기술·유신)이 지난 3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이하 사타)를 완료한 결과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약 0.5로 기준치(1)를 크게 밑돌아 경제성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사타는 가덕도신공항 예상 수요를 2056년 기준 2300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부산시 예측의 4600만명 대비 절반 수준이다. 사업비는 부산시 예상 7조5000억 원보다 약 2배 많은 13조7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산을 깎고 해상을 매립하는 공사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늦은 개항 시점 전망도 논란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전인 2029년을 개항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사타는 해상 매립 등으로 개항 시점을 정부 예상보다 5년 정도 늦을 것(2035년)이라고 추정했다. 건설·엔지니어링 업계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업계는 다른 지역보다 가덕도의 바람이 센 편이라 비행기 이·착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머니투데이방송, 2022년 6월 9일).

부산지역 환경단체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일부이기도 한 가덕도의 수려한 해안선과 천혜의 어장이 사라지고 거기다 바다를 가로질러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도로건설이 추가된다면 그 환경피해의 규모는 지금까지 펼쳐진 어떤 토목사업과도 견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해공항 이용객 수는 코로나가 오기도 전인데도 2018년 1335만8000여 명에서 2019년 1317만6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설사 코로나사태가 끝이 나더라도 종전처럼 쉽게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사)습지와새들의친구 등 단체는 지난 6월 3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 맞이 난개발중단 촉구 현장 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기후위기‧코로나19 위기‧인류생존위기 시대의 직접 원인인 자연파괴와 난개발을 중단하라. 낙동강하구 대자연을 파괴하는 가덕도신공항‧대저대교‧엄궁대교‧장락대교 건설계획을 철회하라. 낙동강하구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고, 세계적 자연기반 관광지로 조성하여 지속가능하고 현명한 이용의 모범을 창출하라”고 요구했다(오마이뉴스, 2022년 6월 3일).

국책 혹은 공공사업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자본인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국책·공공사업이란 이름의 대형공사 상당수가 국민 혹은 지역주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고, 심각한 자연파괴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이나 재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1년 113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21년에는 939조 원으로 늘어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3년 말 당시 국내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5조8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보다 무려 120조 원가량 많다며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위해 4대강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국제신문, 2013년 12월 10일). 국책사업은 국가채무의 가장 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절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경제학자 케인스가 주창한 공공사업이 종전 이후 세계적으로 관료의 부정부패의 온상이자 심각한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책·공공사업은 대체로 대선이나 총선 등을 통해 후보자들이 지역마다 대형개발사업을 공약하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신공항도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대형개발사업은 공약 당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부풀리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실태연구는 거의 없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카다 도모히로(岡田知弘)의 『지역 만들기의 경제학입문-지역내 재투자력론』(2008)을 보면 간사이신공항 등 국책·공공사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들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간사이신공항은 1960년대부터 간사이 상공업계가 간사이 부흥을 위해 추진해온 사업으로기존 이타미(伊丹)공항이 협소한데다 소음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됐다. 1987년 착공해 1994년에 개항한 간사이국제공항은 24시간 공항 실현을 위해 해상공항방식을 채택했다. 매립방식으로 인해 건설비가 당시 7841억 엔(직접 건설비용은 공항용지 5977억 엔, 연결다리 1800억 엔, 폐기물처리장 건설 64억 엔)으로 내륙 나리타공항 조성시 공항용지(529억 엔) 비용의 10배가 넘었고 관련 인프라 정비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1조5000억 엔에 이르렀다. 

간사이신공항은 지자체의 ‘청원’에 의한 민자형 신공항었기에 총사업비의 3분의 1을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부담해야 했는데 신공항 건설 이후 간사이 지역경제는 오히려 퇴보했다. 1980년대 후반 오사카부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개인 기업소득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대형사업을 통해 ‘반짝 경기’는 있었지만 재단소득이나 민간 법인 기업소득으로 흡수돼 자영업자나 노동자에 대한 소득분배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간사이신공항사업의 수혜자는 일본 6대 대기업과 구미의 토목건설 설계․항공 관련 기업이었다. 건설 단계부터 지역 중소기업은 토목건설 하청에 한정됐기에, 1988년 오사카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기업은 신공항 비즈니스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대형사업은 지역산업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간사이신공항사업은 공항섬 인근 이즈미사노(泉佐野)시의 경우 지가급등에다 부동산업·금융보험업의 사업장수 및 종업원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농지면적이나 어선수 감소로 농어업의 축소는 물론 제조업체·종업원수가 감소했다. 게다가 땅값상승과 재개발은 주민을 지역에서 몰아내 인구 감소를 초래했다. 엄청난 건설비용을 단기간에 회수하기 위해 착륙요금이나 연결다리 통행료를 높게 잡은 데다 버블붕괴 후의 장기불황으로 이용객수나 취급화물량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기존 이타미항공의 국내선도 남아있기에 공항이용객이 당초 계획에 훨씬 못 미쳐 공항회사의 재무상태 또한 악화일로가 됐다는 것이다. 오카다는 국책·공공사업으로 왜 지역이 발전하지 않는가에 대한 원인으로 지역과 관계 없는 대기업 토건회사나 재료 메이커가 공사를 수주해 이들 기업과 거래 관계가 없는 지역산업은 마이너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이 국민에게 ‘공약’을 하고, 정치인과 행정관료 그리고 재벌업체간의 ‘부패고리’로 연결되며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국책·공공사업의 파괴적 구조를 이제는 손을 봐야 할 때 아닐까? ‘한번 시작한 공공사업은 결코 멈추지 않는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일에 국회가 나서야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토건국가 일본조차도 국책·공공사업을 재검토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일본 자민·공명·보수당 등 여3당은 국회차원에서 ‘공공사업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의 공공사업을 전면 재검토했다. 검토 기준은 ①사업채택 후 5년 이상 경과해도 착공되지 않은 것 ②완성예정년도부터 20년 이상 경과해도 미완성 상태인 것 ③조사비를 계상해 10년 이상 채택되지 않은 것 ④정부의 공공사업재평가제도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것 ⑤지역주민이 중지를 모아 합의한 것 등으로 이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지한다. 이로 인해 중지 권고된 국책·공공사업은 모두 233건에 이른다. 국책사업인 시마네현의 나카해 간척사업 중지와 도쿠시마현 요시노가와 가동둑 건설계획 백지화도 포함돼 있다. 이미 투자된 5683억엔은 버린 돈이 됐지만 더 들어가야 할 2조8000억엔을 아끼게 됐다. 물론 이러한 일본 여당의 국책·공공사업 재검토도 일본 국민들의 여론에 의해 정치권이 마지못해 움직인 결과임은 물론이다.

이제는 국책·공공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할 때다. 구조조정 방법은 이렇다.

첫째, 국회 안에 ‘국책사업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건설 및 계획단계에 있는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둘째, ‘국책사업기본법’(가칭) 같은 것을 제정해 21세기에 맞는 사회간접자본 정비의 기본원칙을 만든다. 셋째, 국토교통부 등 개발부처와 밀착되어 있는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기 위해 용역보고서 책임제도를 마련하고 독립된 ‘국립환경영향평가원’(가칭)을 설치하고 평가결과는 반드시 공개한다. 넷째,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패사슬’을 끊기 위한 사회적 감시망을 강화해 감사원 국책사업감사단의 행정감사체제 강화는 물론 국회 내 국책사업감사위원회를 신설한다. 특히 공공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책사업의 목적과 효과, 비용 대 효과, 사전환경성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예정가격 및 입찰결과, 낙하산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고위관료의 퇴직후 관련기업 낙하산 인사 방지 및 수주경쟁 참여금지를 법제화한다. 다섯째, 국책·공공사업의 ‘분권화’라는 관점에서 지역에서 실시하는 사업은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컨소시엄으로 지역기업 참여 발주비율을 높이도록 한다.

지금이야말로 심각한 국가부채의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을 골든타임이다. 국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책·공공사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성난 민심이 국회를 구조조정할 것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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