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41) 자전거의 재발견 -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제도화를

김 해창 승인 2022.11.09 09:18 | 최종 수정 2022.11.11 10:09 의견 0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것(human-powered vehicle)을 향한 지난하고도 힘겨운 탐구의 결과물’.

데이비드 V. 헐리히(David V. Herlihy)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2004)에서 자전거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전거는 가장 인간적인 교통수단이란 말이다. 

오카 나마키(岡並木)는 『도시와 교통(都市と交通)』(1981)에서 사람이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는 400m 정도이며 보행 중심체계에서 육교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교의 경우 평지 보행에 비해 15~20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근년에는 육교는 철거되고 있다.

가미오카 나오미는 『자동차에 얼마나 돈이 드는가(自動車にいくらかかっているか)』(2002)에서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자동차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수치로 증명해냈다. 
첫째, 사용기간과 비용면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비용 비교시 10년 이용 경우 시간당 자전거는 약 123원인데 비해 자동차는 약 7776원으로 자동차가 자전거에 비해 63배나 고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주차비, 소모품․수리비, 세차비, 차량관리에 드는 신경과 시간, 폐차비용, 교통사고 위험, CO2, NOx 배출 피해손실은 제외된 것이다. 

둘째, 소요시간면에서 도시 안에선 자전거가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시내 평균 주행속도를 시속 20km로 계산할 경우 주차장 출입시간에 5분이 소요된다. 자전거의 평균 시속을 10km로, 변속기 부착 자전거의 경우 평균 시속 15km, 주차시간 2분 소요를 가정했다. 홋카이도 에베쓰(江別)시에서의 자전거·자동차의 비교 연구 결과 편도 1~3km의 슈퍼나 지하철역 쇼핑시 비슷하거나 자전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 4~6km 거리를 쇼핑할 경우는 소요시간이 비슷하다. 편도 10km 거리를 쇼핑할 경우 변속기부착 자전거와 승용차간 차이는 7분 정도. 편도 20km 거리를 쇼핑할 경우 변속 자전거와 자동차의 차이는 편도 22분, 왕복 44분 차이가 났다. 편도 20km 이상일 경우 자전거보다는 대중교통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가미오카 나오미는 자전거도로 여건과 시간제약이 없다면 자전거는 자동차 대신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현재 자전거가 다니기 힘든 것은 자동차 위주의 잘못된 도로체계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이런 점에서 자전거를 레저용이 아니라 도시교통을 분담할 수 있는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공자전거가 잘 돼 있는 사례로 프랑스 파리의 ‘밸리브(Velib)’를 들 수 있다. 2007년 파리 전역으로 확대 실시된 밸리브는 300m마다 1451개소의 자전거 스테이션이 설치돼 약 2만600대의 공공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파리시민(217만 명) 100명당 자전거 1대꼴이다. 무인(無人) 스테이션의 터치패널로 이용자등록이나 신용카드 지불, 1회 30분 이내라면 무료로 몇 번이나 빌릴 수 있기에 시민, 관광객 모두 널리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에도 공공자전거시스템인 ‘시티 바이크(citi bike)’ 1만여대가 2013년 도입됐으며 뉴욕 시민 7할이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창원시의 누비자나 대전시의 타슈, 서울시의 따릉이 같은 공공자전거시스템이 있지만 이용도도 낮고, 아직도 레저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여성, 샌프란시스코 [픽사베이]

이런 점에서 생활 속에서 ‘사람중심의 보행도시’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지자체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사람중심의 보행도시’ 추진을 위해선 이 같은 가치와 이념을 담은 ‘보행자 마스터플랜’ 수립부터 필요하다. 보행친화적 도시일수록 시민의 1인당 GDP가 높다는 자료도 있다(WIRED NEWS US, 2014년 6월 25일). 보행자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선 시장과 시 간부가 지금과는 다른 발상으로 시민들과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이때 필요한 발상이 ‘미노베 방정식’ 이다. 미노베 방정식이란 미노베 료기치 전 도쿄도지사가 추진하던 보행도시 만들기 방식으로 1960~70년대의 도로공식이던 ‘도로-차도=보도’에서 발상을 바꿔 ‘도로-보도=차도’ 확보의 원칙을 천명, 보행자 위주의 도시 만들기를 실행한 바 있다. 

둘째, 지자체 단체장이나 고위 공무원이 출퇴근 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타기 등 ‘친환경적 출퇴근’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시는 자체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공무원의 ‘솔선수범’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현행 ‘요일제 차량’보다는 시민들에게도 차량검사시 차량마일리지를 확인해 5%, 10% 줄이기에 동참할 경우 추첨권을 부여해 전기자동차나 자전거를 보급하는 등 이를 시민축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공무원의 출퇴근 방법에 대한 토의를 거쳐, 각자가 출퇴근 방법을 지금의 자가용에서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전환하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실천해보는 방법은 어떨까? 일본 나고야시청의 경우 자동차 이용자에겐 통근수당을 깎고, 대중교통, 자전거 이용자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통근거리 5km 미만, 5~10km, 10~15km 거리에 따라 자전거 4천엔, 8천2백엔, 8천2백엔, 자동차는 1천엔, 4천1백엔, 6천5백엔으로 차별화한 결과 통근거리 5km 미만의 자동차통근자가 1453명에서 747명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자전거통근자는 5km미만이 1168명에서 1378명, 5~10km는 92명에서 238명, 10~15km는 13명에서 46명으로 각각 늘어난 사례가 있다. 

셋째, 부산시라면 시청 앞에서 서면 중앙로까지 송상현공원을 포함해 한달에 한번쯤은 ‘보행자천국’을 선포해보면 어떨까? 서구에서는 30여년 전부터 ‘보행자우선권(pedestrian privilege)’, ‘보행자천국’ 용어를 사용해왔다. 보행자천국이란 도시중심부의 간선도로에 둘러싸인 구역 안에는 자동차를 배제해 보행자전용지역을 만드는 방법으로 1960년 독일 브레멘서 처음 도입됐다. 서면 중앙로 일대에 ‘보행자천국’을 실시한다면 지구외부환상도로시스템을 구축하고 지구 내에서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제정·공포된 부산시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조례’에 이러한 내용을 담으면 좋겠다. 일본 가마쿠라시의 와카미야대로는 1960년대에 8차선 중 4차선을 중앙녹지분리대 벚꽃숲 1km 구간을 산책로로 조성해, 이 도로 차량을 2차선 일방통행을 하도록 해 도심 명물로 만들었다.

넷째,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또는 공공도서관, 공원 유원지에 접근 가능한 공공자전거제도를 적극 도입했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 중 자전거전용도로 개설은 레저용에 불과했다. 시민이 출퇴근 등하교 외출할 때 집에서 버스정류장, 지하철역과 연계되는 공공자전거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보행접근 루트는 자동차교통에서 분리해, 장애인보행도 배려한, 안전하고 쾌적하고 연속적인 보행자공간으로, 전략적이면서 우선적으로 개선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아파트 인근에는 공공자전거대여소가 있는데 2시간 정도 무료 대여해준다. 나와 아내는 시간이 나면 이 공공자전거를 빌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 자전거대여소와 인근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얼마나 좋을까. 관리는 노인일자리와 연결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산역 인근 ‘북항길’ 사이도 공공자전거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개인 자전거보관대도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자전거도로는 재해발생시 익숙한 대피경로와 방재거점·대피장소로 보행공간의 네트워크에 들어가게 하는 계획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 

최근에 나는 중고 자전거 2대를 구했다. 우리집 아파트 인근 공공자전거보관대에 세워두고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의 자제분 결혼식에 가기 위해 양복을 입고 자전거로 지하철역까지 타고 갔다 왔는데 기분이 좋았다. 20여년 일본 도쿄에 1년 정도 살 때 그때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을 오가던 느낌이 되살아나기 했다.

다섯째,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와 관련된 각종 법규·조례나 자전거주행보험 가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우선 자전거등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등록제와 마찬가지로 구청에 자전거를 등록해 자전거번호를 받음으로써 자전거의 도난이나 방치를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 차원에서 시민대상의 ‘출퇴근 통학로(걷기+자전거))’ 공모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 길지도 만들기를 하면 좋겠다. 1년 이상 자전거 출퇴근 또는 통학 생활자 1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청취를 하면 자전거안전지도 가이드북 만들기가 가능할 것이다. 

여섯 번째, 자동차 생활권의 속도제한, 지그재그도로, 험프설치 등을 통해 보행이나 자전거타기가 안전도시 만들기를 해야 한다. 2013~2015년 3년간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3만8056건 중 사망자는 559명. 이 중 ‘차 대 사람’ 사망자가 279명으로 전체의 49.9%, 사망자의 절반이 보행자였다. 2014년 기준 OECD 가입국의 교통사고 보행자 사망률 평균이 19.5%인데 부산은 무려 55.9%. ‘사고다발지역’이던  부산 영도구 내 도심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춘 결과 최근 6개월간 전체 사망사고가 4.4명에서 3명으로, 보행자사망사고가 3.4명에서 2명으로, 심야사고는 30.2명에서 20명으로 감소했다(부산일보, 2018년 6월 28일). 부산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제대로 시민의식에 녹아들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속도만 줄여도 보행자 사고가 줄어든다.  

일곱 번째, 보행친화도시로 가려면 ‘도심 그린웨이(Green Way)’ 전략이 적극 논의·실현돼야한다. 그린웨이는 큰 공원이나 녹지대를 연결하는 보행자·자전거전용도로가 띠처럼 이어져 길과 공원의 역할을 합친 공간을 말한다. 시민들이 걷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도시의 도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명품워킹코스’ 개발도 중요하다. 보행활동의 상징적인 거점시설, 지원시스템으로서 보행네크워크의 연결점이 되는 장소에 워킹스테이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걷기 좋은 도시 및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는 선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걷기좋은 도시 및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서울과 싱가포르로부터의 교훈』(2016, 서울연구원)은 선례에서 배울 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①보행자 자전거우선 사람중심 교통정책을 기본으로 삼으라
②워킹 사이클링을 도시 교통, 에코시스템과 통합하라
③도로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라
④패러다임 전환으로 도심공간을 사람중심으로 만들어가라
⑤보행자친화적 환경 혜택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하라
⑥조사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시민을 설득하라
⑦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약속 플랫폼을 만들라
⑧지역사회의 공유 참여 플랫폼을 만들라
⑨종합보행자친화·자전거친화에 인센티브를 주라
⑩강력한 단속, 사람친화적인 정책을 펴라
⑪잘 만들면 사람들이 모인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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