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잠시 멈추어 봅니다-할머니 문해, 박홍재

박홍재 기자 승인 2023.11.19 10:20 | 최종 수정 2023.11.22 21:58 의견 0


잠시 멈추어 봅니다
-할머니 문해

                                      박홍재

 

까막눈 들킬까 봐 전전긍긍 삭여온 길
눈꺼풀 비벼가며 한 자씩 배운 글자

그리듯
삐딱한 글씨
내가 봐도 대견하다

멍에를 벗어던진 가벼운 홀가분함
짓눌린 가슴 한쪽 뻥 뚫린 저 길 따라

나 홀로
꽃피우는 길
뒤안길에 섰습니다!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아픔이 많았던 세대입니다.
여자라고 학교는 고사하고 돈 벌러 나갔습니다.
오빠, 동생 공부시키고 집안 일으키고 대들보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내 앞에 닥친 것은 못 배운 서러움뿐입니다.
아들딸 키우고 손주까지 자라고 나니 당장 내가 보입니다.
어르신 문해 교육으로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시골 할머니들은 문해를 터득한 후 시를 지어 자신을 표현합니다.
말씀 자체가 한 편의 시편들입니다.
그 한을 푸는 할머니들의 웃음이 참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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