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42 장작 - 정경화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손증호 승인 2023.12.12 15:44 | 최종 수정 2023.12.17 10:07 의견 0

장작

               정경화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
시퍼런 도끼날이
숲을 죄다 흔들어도
하얗게
드러난 살결은
흰 꽃처럼 부시다

그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
바람이 외줄을 타는
곡예 같은 춤사위에
외마디
비명을 감춘 채
아낌없이 사위어간다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되는 일
화농으로 굳은 상처
달빛으로 닦다보면
비로소
쌓이는 적멸, 솔씨 하나 묻는다

[픽사베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이고, ‘그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이며,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되는 일’입니다. 그대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다 태우는 사랑! 장작과 같이 뜨겁게 타올라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거룩한 소임이고 결국 그대에게 이르는 길입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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