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탐사선 케플러·소행성 탐사선 돈, 지구와 영원히 작별한다

인저리타임 승인 2018.10.31 09:51 | 최종 수정 2018.10.31 10:03 의견 0
지구와 영원히 작별할 우주망원경 케플러[출처:NASA]
지구와 영원히 작별할 우주망원경 케플러[출처:NASA]

NASA, 연료 떨어진 케플러 '은퇴' 공식 발표…돈도 곧 같은 절차 밟을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의 우주 탐사에 첨병 역할을 해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 '케플러'와 소행성 탐사선 '돈(Dawn)'이 지구와 영원히 이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NASA는 30일 연료가 떨어져 더는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금주나 다음 주 중에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현재의 안전한 궤도에서 송신기를 비롯한 모든 장치를 끄라는 명령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약 1억5천만㎞ 떨어진 궤도에서 지구를 따라 돌고 있는 케플러는 토성 탐사선 '카시니'처럼 동체를 던져 산화하며 장엄한 최후를 맞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 속에서 어두운 우주 궤도를 떠돌며 영면에 들게 된다

소행성 탐사선 돈도 설계수명을 훨씬 넘겨 활동하며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케플러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우주에 대한 이해 넓힌 '행성 사냥꾼' 케플러 =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난 2009년 발사된 뒤 9년간 태양주위를 돌며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2천681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70%가량은 케플러가 찾아낸 것이다.

케플러 상상도[출처: NASA/Ames/JPL-Caltech]
케플러 상상도[출처: NASA/Ames/JPL-Caltech]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모든 별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으며 태양계 밖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다.

케플러의 외계행성 탐사는 160㎞ 밖의 자동차 전조등 앞을 기어가는 벼룩을 찾아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NASA는 설명했다.

케플러가 이렇게 찾아낸 행성 중 케플러-22b를 비롯해 10여개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는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이다. 케플러-22b의 경우 지구보다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은 슈퍼지구급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후를 갖고 있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케플러는 2012년 설계수명을 넘겨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이듬해 우주망원경의 자세를 잡아주는 두 번째 자이로스코프(회전의)가 고장 나 한동안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다가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해 기적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014년부터 'K2'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지금까지 19차에 걸친 외계행성 탐사 임무를 수행해 왔다.

지난 8월 29일부터 진행된 19차 관측은 언제 연료가 떨어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총 27일에 걸친 관측을 통해 물병자리에 있는 3만여개 이상의 별과 은하를 탐사했다. 이 권역은 초저온 왜성인 'TRAPPIST-1' 항성계가 거느린 지구급 행성 7개를 포함해 수십 개의 행성과 행성 추정 천체가 있는 곳이다.

케플러는 지난 11일 심우주통신망(DSN)을 이용해 19차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난 19일 다음 관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동면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NASA는 케플러가 6년 치 연료를 싣고 가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왔다. 2주전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케플러가 수집한 관측자료를 모두 회수하고 케플러에 부고(訃告)성 자료를 내는 등 이별 준비를 해왔다.

케플러의 뒤를 이은 차세대 외계행성 사냥꾼 테스(TESS)[출처:NASA/MIT]
케플러의 뒤를 이은 차세대 외계행성 사냥꾼 테스(TESS)[출처:NASA/MIT]

케플러의 뒤를 이을 우주망원경 '테스(TESS)'는 이미 가동 중이다. 지난 4월 발사된 뒤 가동 한 달여 만에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73개의 별을 발견하고, 두 곳의 항성계에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 2개를 찾아내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 인류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 돈 = 돈은 케플러보다 2년 앞선 2007년 9월 델타Ⅱ 중형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1년째 활동하고 있다.

2011년 7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서 질량이 가장 큰 소행성인 '베스타(Vesta)'에 도착해 이듬해 9월까지 1년여간 궤도를 돌다가 두 번째 목표지인 왜행성 세레스(Ceres)로 옮겨 2015년부터 탐사를 하고 있다.

소행성 벨트에 있는 천체의 궤도를 돈 것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탐사 목표지를 옮겨가며 탐사활동을 한 것도 유례가 없었다.

돈(Dawn)[출처:NASA/JPL-Caltech]
소행성 탐사선 돈(Dawn)[출처:NASA/JPL-Caltech]

돈의 탐사임무는 2016년 설계수명이 다한 뒤 한 차례 연장됐으며, 2017년 재차 연장되면서 약 35㎞ 상공까지 고도를 낮춰 세레스 탐사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레스가 지질학적으로 아직 활동적인 상태일 수 있으며, 내부의 염수가 흘러나와 표면에 소금이 형성돼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

돈 역시 연료가 고갈되면 지구와 연락이 끊긴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뒤에도 수십년간 세레스 궤도에 안정적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돈과 케플러에게 곧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만 이들이 보내온 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수십년간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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