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인터뷰한다/류지호

인저리타임 승인 2019.02.08 12:31 | 최종 수정 2019.02.08 12:32 의견 0

1. 실패로 돌아간 귀여운 복수극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인학원이라는 국영수 종합학원을 다녔다.

학원에서는 아이들의 등하원을 위한 통학차량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 운전기사 아저씨를 우리는 참 싫어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기껏해봐야 12살인데 차안에서 떠든다고 혼내고 과자 먹는다고 혼내고 수업이 늦게마쳐 늦게 내려온 건데 늦었다고 혼내고. 혼도 그냥 안냈다. 큰소리로 고레고레 소리지르기도하고 욕을 하기도 했다. 본인이 늦게 왔을 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를 혼내기만 하니 싫어한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학원을 마치고 나왔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하수구물이 넘쳐 온 길가가 강처럼 변해있었다. 태풍이었다.

태풍 때문에 차가 많이 밀렸는지 학원차가 오지 않았다. 한 30분쯤 지났을 때 나는 평소 우리를 막대한 기사아저씨에게 복수를 하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함께 차를 기다리던 4명의 친구들은 흔쾌히 동의를 했다.

복수의 방법은 태풍속에서 뛰어놀아 우리의 몸을 적시고 그 상태로 차에 올라타 차를 더럽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비바람을 뚫고 넘치는 하수구 물을 뛰어넘으며 시작된 빗속에서의 릴레이 이것은 우리를 막대한 기사님에 대한 정의구현이었다.

그렇게 뛰어놀기를 20여분, 봉고차 한 대가 우리 눈앞에 들어왔다.

아쉽게도 학원차가 아닌 그당시 다니고있던 태권도 체육관 차였다.

뛰어놀던 우리를 본 관장님이 차에서 내려 당장 체육관으로 들어가라 호통치셨다.

그렇게 우리는 체육관으로 들어갔고, 우리의 복수는 실패로 끝났다.

체육관에서 관장님이 이야기 했다. “복수도 자기몸을 지켜며 해야한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