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휴먼전문가 서평 - 지리의 힘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돼 왔다. 
한니발도, 순자도,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정했던 '지리의 법칙'은 21세기에도 변함없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저리타임 승인 2020.01.09 12:18 | 최종 수정 2020.01.09 12:35 의견 0
팀 마샬의 '지리의 힘' 표지.

‘지리학’이 뭐에요? 요즘은 어느 땅에 투자해야 좋아요? 놀러 많이 다니시겠네요? 좋은 곳 많이 아시겠어요. 

1994년부터 나의 전공을 말하는 순간 들어왔던 답변이자 새로운 질문들이었다. 국내에서 ‘지리’는 4지선다형 학력고사 시대 혹은 공무원 시험에 등장했던 ‘지리’과목의 시험문제 특성상 어느 지역의 특산물, 어느 산맥의 한 줄기, 그보다 더욱 토속적으로는 어느 땅에 수맥이 흘러 집터가 좋으니 나쁘니 하는 이야기를 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오해를 풀어주는 다양한 좋은 책들이 등장하고 있고, 책의 타이틀도 적극적으로 ‘지리’를 내세우는 시기가 되었다. 이제는 작정하고 ‘왜 지금 지리학인가!!’라는 역서(曆書)뿐만 아니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지리의 힘’에 대해서 국내외의 저자 및 역자에 의해 ‘지리’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전공 학문이 지리학이다보니 지정학이라는 단어 자체도 소위 ‘정치지리학’이라는 관점에서 강조하는 단어를 ‘지리’에 두고 싶으나 이러한 논점은 다른 곳에서 정리하도록 하자.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도서 즉, ‘지리의 힘’을 빌어 나의 전공은 물론이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너무나 중요하게 다뤄야하는 필수요소인 ‘지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지리의 힘’ 저자와 역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경제, 개인의 운명, 세계의 역사를 아우르고 좌지우지했던 것이 바로 ‘지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는 과연 어떤 힘을 가졌는가?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땅을 이해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데, 저자는 ‘지리’가 바로 세계의 역사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전제가 되는 요소라는 것을 책 머리에 언급하여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골자를 설명하는 주요 사례가 전 세계의 대국들과 우리나라 사례까지 들고 있어 우리가 읽고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되는 도서이다.

먼저 대국의 예를 든 사례를 보자면, 우선 저자는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이제는 해양의 강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최강국 미국, 그리고 끝없는 영토로 지리의 강국일 것으로만 여겨지는 러시아의 지리에 의한 복수 사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리적으로 축복받은 나라로 여겨지는 국가들이 모인 연합 국가인데 이들 역시도 이념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하여 이 같은 현상이 발발하게 된 것임을 소개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과 역사적인 흐름이 단순히 사람이나 해당 지역의 지형적인 여건 등에 의해서 단순하게 전쟁을 통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땅을 이해하는 힘’에 의해서 발생하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도서이다.

여기서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 사례에 대해서 서둘러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지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지리적 위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하는 한반도의 인위적인 38선, 그리고 그 가운데 유지되고 있는 평화와 전쟁의 위협에 대한 긴장감을 담백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촉즉발 발생할지도 모를 한반도의 전쟁에 있어 남북한뿐만 아니라 이곳의 긴장감을 주시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들의 관계 또한 점치고 있다.

저자는 1세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간적인 흐름, 그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작은 동네에서부터 우주에 이르는 거리의 공간적인 범위까지 넘나들면서 지리에 대한 이해를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와 그리고 새롭게 맞아들이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각종 융복합 기술 현상에 의한 다양한 변화를 다시 땅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원리와 원칙을 근간으로 새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저자는 그와 같은 희망찬 메시지를 북극 영토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며 맺음말에서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다시 말해 정치적인 불안정, 암흑기와 같은 경제 상황, 극명한 빈부격차,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의 삶, 불안정한 노년층의 삶으로 점철되는 지금,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원리와 원칙과 진리. 즉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은 지리로 대체할 수 있겠다. 이 ‘지리’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 얽혀있던 실타래가 한 올 한올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지듯이 세상에 대한 이해를 지리로 풀어갈 때 우리 삶의 항해도 순탄하게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서평자 : 김은경 /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ekim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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