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인류문명과 함께보는 과학의 역사

저자 : 곽영직 수원대 물리학과 교수
서평자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고려대학교 철학박사)
과학의 발전과 인류 문명의 행로

인저리타임 승인 2020.04.27 11:25 | 최종 수정 2020.04.27 11:35 의견 0

 

“인류가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발전시키고, 과학이라는 지식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은 인간이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적 호기심도 탐험심의 또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다.” (453p.)

인간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물리학자 곽영직은 『인류 문명과 함께 보는 과학의 역사』(2020)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인류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과거를 둘러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로를 밟아 현재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는가. 곽영직은 인류가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발전시키고, 과학이라는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는 유전자에서 찾는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지적 호기심도 탐험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인류는 17세기 근대 과학을 시작한 이래 매우 빠른 속도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이해하게 된 이후 과학기술과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과학혁명이 끊임없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했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 인터넷 보급에 따른 정보혁명이 어떤 미래를 창조할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류는 발전된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지구를 구석구석 탐험하고, 우주로 진출했다.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폭발적인 과학적 지식을 탄생시킨 지식혁명의 결과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0년 동안에 현대 과학이 성취한 변화와 발전이 인류가 350만 년 동안 이루어 낸 변화보다 훨씬 컸다고 말한다.

곽영직은 과학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한 근대 과학이 크게 발전하고 있던 19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류 문명도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세기에 진입하면서 환경의 변화와 핵무기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과학기술에 의존한 인류 문명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관점이 힘을 얻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 문명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곽영직은 이런 문제들은 과학이 너무 발전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아직 과학이 덜 발달해서 생긴 문제라고 단언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설사 과학 기술이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도 완전한 파괴가 아니라 부분적인 후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구는 인류 문명을 영원히 존속시킬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보더라도 과거 5억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지구에서 사라졌다. 인류가 생명 연장을 원한다면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필요성과 탐험과 모험심으로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류는 충분히 우주로 진출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1만 년이나 5만 년 후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인류 문명을 꽃피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과학의 무한 발전이 인류를 영원히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것인가? 곽영직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다고 해도 인류 문명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고요한 우주에서 수백억 년 동안 인류가 이루어 낸 것들을 정리하면서 인류는 결국 우주와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우주가 종말을 맞이하면 그 안의 인류도 끝난다는 것이다. 우주의 시작이 있으면 당연히 우주의 종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과학혁명 이후 근대 과학의 발전, 각 시대의 정치ㆍ사회적 변화, 새로운 기술의 발전, 철학 사상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과학을 중심으로 살펴본 인류 문명사’다. 저자는 그동안 7권 이상의 과학사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40여 권의 과학서를 번역 출간하면서 쌓은 지식과 통찰을 집약하여 인류문명과 인간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했다. 그는 단순히 과학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 문명이 우주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 문명 속에서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과학이 인류 문명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문명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문명의 흐름과 그 흐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문명과 과학 사이에 자리 잡은 과학기술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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