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적절한가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적절한가

박주연 승인 2018.01.20 00:00 의견 0

출처: 픽사 베이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확정하여 공표한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은 여러 모로 반려견과 그 보호자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었다고 보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되지 못한 문제점도 있는 듯하다.

우선 이번 대책은 개가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견주를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개가 사람을 공격하여 주민 등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고, 상해,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개는 전문가 평가에 따라 훈련이나 안락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맹견 보호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되어, 맹견을 유기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맹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목줄 및 입마개 착용 등)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에 각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의 경우, 맹견의 범위를 기존 5종(도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에서 총 10종(마스티프, 라이카, 오브차카, 캉갈, 울프독과 유사한 견종 및 그 잡종이 추가됨)으로 확대하고 맹견의 수입과 공동주택 내 사육,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과 같은 곳의 출입을 각 금지하였다.

한편,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는 개 또는 체고(바닥에서 어깨뼈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가 40cm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구분토록 하여, 이러한 관리대상견은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 입마개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하면서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되도록 정하였다. 모든 반려견은 외출 시 목줄 길이를 2m 이내로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맹견 관리 및 규제에 대한 내용의 경우, 다른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보호자의 의무 정도나 처벌 수위가 과도한 편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맹견을 기를 수 없고, 맹견을 기를 경우 마이크로칩 삽입, 중성화 수술, 보험 가입 등을 마쳐야 한다. 맹견으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14년 이하의 징역에, 상해 사고 시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미국, 뉴질랜드에서는 일정한 면허나 관리자격을 얻은 사람만이 맹견을 기를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고, 캐나다에서는 목줄을 풀어놓는 공원에 맹견을 데리고 가면 500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맹견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한 규제가 행해지고 있다. 다만, 위 나라들 대부분은 맹견을 투견으로 길러진 종(핏불테리어 등)으로 특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맹견의 범위에 특정 종 외에도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맹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맹견의 정의도 더욱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체고 40cm 이상이라는 일률적이고 편의적인 기준으로 관리대상견을 지정하고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입마개 착용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은 있지만 이미 수차례 지적된 것처럼 개의 크기와 공격성은 무관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는 개만 포함시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다.

전문가 평가를 통해 관리대상견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는 하나, 소형견을 제외하고 대부분 관리대상견으로 포함될 많은 반려견들이 어떻게 일일이 전문가의 공격성 평가를 거칠 것인지, 전문가라 함은 누구를 의미하는지, 구성 및 평가 절차, 내용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일지, 많은 의문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사람을 공격한 개를 안락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논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 등 다른 수단으로 개선이 어려울 때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해당 동물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앗아가는 중대한 처분인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더욱 더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특히 이 역시 전문가 평가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또 제기될 수 있다).

입마개 착용 및 견주 처벌에서 나아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 갈 필요도 있다. 독일과 같이 반려동물의 매매를 제한하고 당초 신중하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견주 교육 및 반려견 훈련 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가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후천적’ 맹견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반려견 산책의 여건도 조성되어야 한다. 참고로 독일은 하루 1회, 스위스는 하루 2회 산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안전 문제만큼 동물의 유기와 학대 문제 또한 그 해결이 시급함에도 이번 대책은 유기 예방을 위한 동물 등록 방식 일원화(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맹견에 대한 대책에 비해, 매일 양산되는 수많은 유기동물, 급증하는 안락사, 제대로 처벌조차 되지 않는 동물학대 등 문제에 대한 대책은 농식품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생명이 존중되고 성숙한 반려문화가 자리잡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유기동물의 입양 대책, 학대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학대자의 교육이나 동물 보유 제한 등 예방에 관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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