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정황을 과장하여 신고한 여성, 무고일까?

성폭력 정황을 과장하여 신고한 여성, 무고일까?

박주연 승인 2018.03.13 00:00 | 최종 수정 2018.03.14 00:00 의견 0

성폭력 범죄 무고가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는 항간의 뉴스는 가짜뉴스다. 출처: jtbc 팩트체크 캡처

최근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법조계, 예술계와 정치계 등에 걸쳐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해당 성범죄 사실을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종종 가해자로부터 ‘무고죄’로 역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거운 죄이다(형법 제156조).

판례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허위 사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부 허위인 사실이 국가의 심판 작용을 그르치거나 부당하게 처벌을 받지 아니할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정도로 고소사실 전체의 성질을 변경시키는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27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만약 피해자의 진술에 일부 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어떨까. 법원은 최근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과장한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A와 B는 2016년 4월 이성만남을 중개하는 온라인 채팅어플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고, 같은 날 술집을 옮겨 다니며 술을 마신 뒤 함께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모텔에 투숙했다. A는 모텔방에서 1시간가량 맥주를 나누어 마셨고 B와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는데 B는 곧 A 옆에 누워 성행위를 시도했다. 이 때 A는 "처음 보는 남자와는 안 잔다", "만지지 마라"며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계속된 B의 시도에 성행위가 이루어졌다.

A는 다음 날 경찰에 ‘B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고소했고, "B가 몸을 누르고 옷을 벗기려고 해서 소리 지르고 울면서 하지 말라고 저항했는데도 나를 강간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B는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A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1심에서 안산지원은 ‘A가 성관계 후 숙박업소를 나오면서 머리를 정돈하고 신발을 고쳐 신는 등 자연스럽게 행동한 점’, ‘강간 신고 후에도 똑같은 채팅어플에 접속한 점’ 등을 근거로 A에게 무고죄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에서 수원지법은 ‘A가 극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의 강압이 수반된 상태에서 내심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가졌던 점’, ‘A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고, 모텔에 가자고 먼저 제의하지도 않았으며, 성관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소극적이었던 점’을 인정했다.

결국, 재판부는 “채팅어플을 통해 만난 여성이 모텔에서 성관계를 갖기 직전 소극적으로나마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성행위를 했다면, 여성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해 성폭행 신고를 했어도 무고죄는 아니다”고 판결했다(수원지방법원 2017노8907 판결).

즉, 고소사실 중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사실에 기초해 정황을 ‘과장’한데 지나지 않는 경우 또는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위와 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반대편에서는 미투 운동을 오직 상대방을 곤경에 빠트리게 할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고, 진정한 성범죄 피해자가 보호되기 위해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