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칼럼] 신탁정치로 망한 트로이, 주술정치로 망할 대한민국

김상일 승인 2022.01.23 09:44 | 최종 수정 2022.01.24 11:30 의견 0

‘트로이 목마’로 유명해진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가 패망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왕과 아들 사이의 전략 차이 때문이었다. 아버지 왕의 전략은 신관들이 주는 신탁에 의존했지만, 아들은 철저하게 이성적 판단에 따랐다. 왕의 신하들은 아버지 왕의 손을 들어 주었고, 목마의 함정에 걸려 트로이는 멸망하고 말았다.

고려가 망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요승 신돈 때문이었다. 신돈(辛旽, 1323년)은 고려 말의 승려 출신 정치가이다. 승려로 살면서도 신도를 신분에 따라 차별 대우하지 않아 신도뿐만 아니라 백성에게도 칭송받기도 했으나 개경 현화사의 주지가 되면서 정사에 참가해 공민왕의 국정을 어지럽혀 고려를 망하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임진왜란의 삼도 도순변사 신립(1546-1592)은 조선 중기의 무신이며 권율의 사위이다. 권율이 관상을 잘 보아 신립의 비범함을 보고 발탁했다. 신립은 어느 날 산속에서 길을 헤매다 한 여인이 있는 집을 발견한다. 신립은 그 집의 종으로부터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 여인을 구해준다. 여인은 자신을 거두어주기를 청하였으나 신립이 거절하자 수치심을 느끼고 자결하였다.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신립은 조령에 진을 치게 되는데, 꿈에 자결한 여인이 나타나 탄금대로 진을 옮길 것을 청하였다. 신립은 그 말대로 했다가 왜군에게 패하게 되고 물에 빠져 자결하였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천공 스님에 이어 건진 법사까지 지금 무속과 종교가 정치판을 강타하고 있다. 17일 공개된 김건희의 음성 녹취록을 본 사람들은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정신력을 지닌 한 여인이 대선판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고 여길 것이다.

녹취록 가운데 가장 경악스런 것은 “내가 정권을 잡는다면”이다. 남편 윤석열이 대선 후보인데 여기서 말하는 ‘내가’란 누구란 말인가? 한국인들은 ‘나’란 말 대신에 ‘우리’라고 하여 자기 아내도 ‘우리 아내’ 혹은 ‘우리 남편’이라고 하는 데 김건희는 ‘내가’라고 했다. 이 말은 자기 남편 윤석열이 정권 잡는 것은 자기가 정권을 잡는 것과 같다는 말이 아닌가? 얼마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악몽이 지금까지 뇌리 속에 살아 있는 마당에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다음으로 경악스런 것은 조국 장관에 관해 말하는 장면이다. ‘조국 사태’는 유시민이나 김어준이 판을 키웠기 때문이고 그래서 조국의 적은 민주당 안에 있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법이다. 이런 발언들은 김건희에게서 법은 있으나마나 한 것이고 법 위에 그것을 좌지우지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김건희의 이 발언은 남편 윤석열을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법대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고 법 위에 있는 어떤 존재가 법마저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이런 발상이 지금 윤석열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윤석열의 생각을 김건희는 그대로 발설한 것이다.

김건희의 이런 발언에 대하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 될 사람이 이 정도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는 날 자기들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마구 잡아넣고 가두고 죽이고 살리고 할 것이란 것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침대축구’란 축구에서, 자기 팀에 유리한 점수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상대 팀 선수와의 작은 몸싸움에도 고의적으로 넘어져 아픈 척하며 시간을 끄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김건희는 지난 번 대국민 사과를 할 때에도 정권을 잡아 청와대에 가면이란 가정법을 사용했었다. 지금 김건희·윤석열 부부는 자기들의 몸이 청와대에 가 있는 듯한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축구 선수들이 침대축구라고 하듯이 이불 속 정치를 하고 있다. 적어도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 부부가 이런 유체이탈을 해 그런 착각에 빠지도록 하는 것은 주변의 무속인들이고 도인들이다. 김건희는 자기는 높은 정신세계 속에서 도를 즐기며 사는 인간족에 속한다고 했다.

이런 정상을 정신병에서는 ‘과대망상 증상’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의 소유자의 부부를 지금 우리 국민들은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같은 증상에 걸려 있기 때문이란 이유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김건희 대국민 사과 이후 지지자들의 수가 더 증가했다고 한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투표한 사람들이 손가락 하나씩 잘라내고 싶다고 후회한다고 한다. 60대 이상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현실은 2030 세대가 윤석열과 이준석(나아가 홍준표까지)을 지지한다고 한다. 한 나라가 이럴진대 안 망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 막강했던 고려도 요승 신돈에 의해 한순간에 망하고 말았고, 임지왜란의 패배 가운데 하나가 신립의 꿈 때문이었다. 영화 트로이를 한 번 다시 보기를 바란다. 목마가 성안에 들어왔을 때 아버지 왕과 아들 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타산지석으로 이번 기회에 한 번 다시 보기 바란다.

이재명 후보도 김건희 녹취록에 말 안 하고 민생만 챙기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관망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해야 했지 않겠는가?

“이불 속 정치 그만두고 윤석열은 김건희에게 답하라!”

김상일 교수
김상일 교수

그리고 지금 진보 매체와 여당은 무속과 미신을 혼동하고 있다. 무속은 엄연히 우리 고유한 전통 종교 내지 정신세계 가운데 하나이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고등종교라도 미신화 안 되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무속과 미신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 속에 들어와 있는 미신적 요소, 불교 속에 들어와 있는 미신적인 요소들을 분간해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흔히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인 애기를 목욕한 구정물을 버릴 때 애기까지 함께 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선거란 표심을 좌우하는 것이지 종교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김건희 건을 잘못 건드렸다간 표심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전 한신대 철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