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2-환경】 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 김해창

시민시대1 승인 2023.02.11 11:52 | 최종 수정 2023.02.11 12:03 의견 0

시민환경단체의 제안으로 폐교를 활용해 부산지역 기후변화 교육의 메카 역할을 해오던 부산광역시교육청 창의융합교육원 산하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지역 일부 정치권의 몰이해와 교육 관료주의로 인해 5년간 충실히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단체가 사실상 배제되게 돼 기후변화 교육의 표류 우려를 낳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 때인 2016년 (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의 제안으로 10년간 버려져 있던 부산시 기장군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부지 1,656㎡, 건물 3개 동 296㎡)를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년도 시·도교육청평가시상금 5억 3,000여만 원을 투입해 제로 에너지건축물로 그린리모델링을 한 뒤 2017년 4월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를 열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전국 최초의 다양한 기후변화 교육모델로 언론에도 많이 소개됐고 교육 충실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지난해 6월 교육감이 바뀐 뒤 부산시 시의원이 행정감사에서 현장도 가보지 않고 부실 운영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기후변화교육센터의 운영을 폄하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해당 시의원에게 항의 방문과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뒤 부산시교육청 고위 관계자가 석연찮게 지난해 말까지 프로그램 운영기관인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에게 사실상 ‘시설 철수’를 통보해 지역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이 교육센터가 만들어지고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과정에 의견을 내기도 했기에 이러한 사태를 야기한 시의원이나 교육 관료의 행태에 분노와 서글픔을 느낀다.

(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는 2010년부터 전국 최초의 ‘어린이 환경 캠프’를 비롯하여, 가족 단위의 ‘탄소발자국 일일 캠프’(2011 유네스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공식 프로그램인증), 전문지도자양성아카데미 등 수많은 환경교육 프로그램과 기후·에너지교육 연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이 센터는 2017년부터 2022년 말까지 1년 단위로 엄정한 공개입찰을 통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폐교를 활용한 패시브하우스로 재건축을 통해 교육적 가치를 창출하고, 태양광발전시스템(15kW), 태양열온수기, 독립형(250W) 태양광발전시스템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RE100을 실천해왔다. 또한 풍력, 태양광, 압전소자 등 자연에너지를 이해하는 놀이와 태양열 조리기, 자전거 발전기, 태양열 식품 건조기, 소형풍력발전기(1KW) 등을 활용해 이곳을 찾은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들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태양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후 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교육의 메카로 널리 알려졌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교육프로그램들은 대부분이 체험형이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의 활동은 크게 △학생, 시민 대상 학리기후변화교육 체험관 운영 △지역 기후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사업 △기후변화대응 및 적정기술 아카데미 운영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 사업 및 홍보라 할 수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 체험관 운영으로는 계절별, 대상별 기후 에너지교육 및 패시브하우스 견학, 자전거 발전기와 태양열 조리기 등 자연에너지 놀이와 체험활동, 천연염색과 우리 콩 두부 만들기, 풀 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했다.

기후교육 기반 구축사업은 부산시교육청과 연계한 교사 연수프로그램 운영, 지역 시민과 학부모 대상 기후 위기 대응 특강 및 생태 전환교육, 시민사회 역량 강화 워크숍 등으로 2022년 한해 총 84회, 2,686명이 참여했다. 초중고생 대상 프로그램은 1~3시간짜리로 기후변화, 해양환경, 생태환경, 자원순환 등을 주제로 에너지플러스마을 만들기 보드게임, 태양광 선풍기 만들기, 탄소중립 도시디자인, 학리 바다 조간대 생물다양성 탐사, 천연허브 비누·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 건강한 채식 한 끼 등 다양했다. ‘찾아가는 기후학교’는 관내 초등학교 42개교 900여 명이 참여했고, 8월 교사 직무연수로 ‘생태적 삶의 실천 퍼머컬쳐교육’을 가졌다.

기후변화대응 및 적정기술 아카데미 운영으로는 청소년 대상 소형태양광, 풍력발전기 제작교실, 태양광RC모형자동차 제작 및 경주대회 등 실습과 청소년 그린리더십 양성, 일광 바다 정화 활동 등을 펼쳤다. 특히 청소년 그린리더십 캠프에는 1주간 총 39명의 고교생이 참여해 ‘태양광휴대전화충전기’를 제작하고 환경 사건 모의 공청회(불에 탄 소나무 숲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등을 갖기도 했다.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 사업으로는 에너지 절약 및 녹색소비 활동, 자립적 먹거리 교육, 퍼머컬쳐 텃밭 나누기 등의 실천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과정에서 폐교의 황량한 운동장 한켠은 사계절 채소가 나는 녹색 텃밭으로 변모했다.

이렇듯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폐교 활용의 모범적 사례로 알려지면서, 울산, 충남 등 전국에서 타 교육기관과 지자체 관계자의 방문이 잦았다. 5년간 1,300여 명이 센터의 프로그램 운영을 보고 갔다. 고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도 이곳을 직접 방문해 울산시에 이와 같은 기후변화교육센터를 벤치마킹해 만들기도 했을 정도였다. 언론의 관심도 적지 않아 “태양열로 쥐포 굽고 팝콘도 튀겨요”(2017.4.9. 한겨레) 등 중앙 지방언론에 집계된 것만 180여 건에 이른다.

이러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 부산시의회 정태숙 의원(국민의힘)의 행정감사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한 전말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관리 지적에 지역 환경단체 반발’이란 제하의 국제신문(2022년 11월 14일) 기사에서 알 수 있다.

‘부산시의회의 행정사무 감사에서 부산시교육청 창의융합교육원 소속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과 관리가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역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부산환경회의 부산에너지시민연대 부산환경교육네트워크는 최근 자료를 내고 부산시민운동과 환경생태교육을 폄하하는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정태숙(남구2) 의원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14일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행감에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과 관리에 관해 질문하면서 이 시설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대에 뒤떨어졌는데, 한 단체에 계속해서 예산을 몰아준다고 지적했다.

이 시설은 (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가 2017년 4월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다. 매년 이 시설의 운영과 관리 등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2억 원 정도다. 이에 관해 지역 환경단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올해 10월까지 3,796명(누적 1만 9,315명)이 방문했고, 만족도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변해 재방문 의사가 높음을 주장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자료를 통해 “폐교 활용의 모범 사례로 알려져 타 지역과 기관의 방문 의사가 높다. 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엄격한 공개입찰로 이 시설이 운영되고 관리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짓 주장으로 일선 환경교육을 폄하하고 망가뜨리는 정 의원은 부산 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공개적인 사과 요청과 사퇴를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 강사로도 나섰던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소식을 접하고는 ‘존경하옵는 하윤수 교육감님, 최근 부산 학리기후변화센터가 시의회로부터 여러모로 압박받으며 존폐 기로에 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편지를 하 교육감에게 보냈다. 핵심 요지는 이러하다.

‘잘 아시다시피 학리기후변화센터는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선구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구명보트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는 중요한 시민교육기관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센터는 향후 부산지역의 기후변화 교육의 중심지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 다져왔다고 굳게 믿습니다. 이런 중요한 기관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께서 센터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시의회와 교육청, 그리고 기후센터 간 열린 소통의 부재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의회나 교육청이 단순히 한두 차례의 방문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수강생들과 간담회를 한다든지, 심층 면접이나 설문조사를 한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실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도 이미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학리기후변화센터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욱 많은 인적, 물적 지원을 하셔서 모든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새로운 배움을 얻어 새로운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격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듣기로도 다른 교육청에서 학리기후변화센터를 본보기로 삼아 선진지 견학을 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여러 언론 매체나 환경단체들 역시 이 이슈에 주목하고 학리기후변화센터의 존속과 발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일 개인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범지구적 기후 위기의 재앙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는 지식인 활동가 그룹의 일원으로서 교육감님의 전향적인 조치를 소망하고 기대합니다.’

2022년 12월 28일 오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프로그램 운영 관련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부산시가 일방적 철수요청을 한 뒤 맞는 마지막 운영위였다. 운영위원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구자상 운영위원장은 “시민단체가 폐교의 리모델링을 제안해 만들어낸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현장도 와보지 않은 시의원의 터무니 없는 지적과 교육 관료의 영혼 없는 사실상 폐쇄 조치는 시민교육 운동의 매도이자 시민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정치인과 교육 관료부터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이 센터의 최저임금 수준의 실무자 급여(상근자 1인 월 220만원, 비상근 3명 월 190만 원, 외부 강사비 60여 명 총 약 3천만 원)야말로 반교육적 횡포이며 시민사회에 대한 열정페이 요구라며 ‘특정 단체에 대한 예산 몰아주기’라는 시의원의 말에 분개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교육청의 책임성을 높이고 지역사회가 어떻게 기후환경교육을 시민들과 함께 효과적으로 해갈 것인지 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연수 결과에 대한 피드백에 철저했다. 2022년 이 센터의 상시프로그램 설문 결과 2,686명이 응답했는데 100점 환산 평균점수로 92.51점이 나왔다. 2022년 교사연수 설문 결과 응답자 70명의 100점 환산 평균점수가 98.27점이었다. 시민특강, 부모 자녀 공동 체험, 어린이 건축학교, 탄소중립에너지교실, 청소년 그린리더십 캠프, 태양광RC모형자동차 제작 및 경주대회, 찾아가는 기후학교 설문 결과 100점 환산점수는 최하 평균 91.33점에서 최고 95.41점으로 나왔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지난해 연말 하윤수 교육감을 방문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교육감의 결단을 요청하려 하였으나 교육청 부속실에서 “면담이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해 듣고는 면담을 포기했다.

김해창 교수

기후변화 교육은 생태 전환교육의 주요 테마이다. 기후변화 교육, 생태 전환교육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가 문제다. 교육의 효과와 질을 겉으로 보이는 시설이나 장비로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편협하고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교육의 실제적인 내용과 효과를 보지 않고, 겉모습과 편견으로 헌신적인 활동가들과 시민 환경교육을 모욕하고 폄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가 원하는 것은 ‘거버넌스’와 ‘협력’이었으나 시의회와 부산시교육청이 보여준 것은 ‘갑질’이자 ‘종속’이었다. 이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에 대해 다시 공개입찰을 한들 지금과 같은 ‘시민단체의 헌신과 창의적인 프로그램’은 더 이상 얻기 힘들 것이다.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 기후 위기 생태 위기 시대에 누가 미래를 위한 교육을 망치고 있는가? 부산시의회 의원들과 부산시 교육 관료들에게 묻고 싶다.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은 진중한 마음으로 지역 시민사회와의 대화에 나서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환경교육의 비전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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