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 정권과 검찰의 책임이 명백하게 확인될 때가 올 것"

문재인 "이 정권과 검찰의 책임이 명백하게 확인될 때가 올 것"

조송현 승인 2016.12.08 00:00 | 최종 수정 2018.09.12 01:41 의견 0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변호사. 김성효 기자.
문재인(노무현재단 이사장) 변호사. 김성효 기자

이 정권은 사이비보수…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문재인(변호사·전 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면서 이 정부는 사이비보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의 김해을 보선 출마 요청 등과 관련해 "이미 정리된 사안"이라며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다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한국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적 동지이자 참모였다. 본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참여정부의 가치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지키고 있는, '참여정부의 상징'인 문 변호사를 찾았다. 인터뷰는 문 변호사 사무실인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법조타운의 '법무법인부산'(지난 16일)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17일)에서 두 차례 이뤄졌다.

-최근 정치권과 국민들이 문 변호사를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투영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면서 나를 떠올리는 것 같다.

- 참여정부의 지향점과 가치를 요약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참여정부의 공과를 들면.

▶우리 사회의 불균형·불평등·수도권 중심주의를 해소하려고 애썼다.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법제화했다. 비록 이명박 정부가 이를 유명무실화하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그 노력과 성과는 국민들이 인정해 주리라 믿는다. 깨끗한 선거제도를 확립한 것도 평가받으리라 본다. 그러나 비정규직 및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예산을 늘리는 등 서민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나 부족했다. 이들 정책을 더 우선순위에 뒀어야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통령 노무현' 너럭바위 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통령 노무현' 너럭바위 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신공항 문제도 정부 의지 밝히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 신공항의 입지 선정을 놓고 부산과 대구 등 지역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국정경험에 비춰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당초 영남권 5개 시도의 제2 허브공항으로 구상됐던 만큼 입지 선정 시에 지역 간 갈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사안이다. 중앙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게 문제다. 그 근저에는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에 대한 인식 부재가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꼭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방폐장 선정 과정에서 갈등과 상처를 무릅쓰고 추진했다. 신공항 문제는 정부가 의지를 밝히고 투명하게 추진하는 게 소모적인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 현재 신공항 외에도 과학벨트 입지 선정문제, 구제역 사태, 전월세 급등 등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간단히 평가해 달라.

▶너무 못한다.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민주주의와 인권 분야의 퇴행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정권을 표방하면서 시장에 관치주의가 3공·5공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정권은 사이비보수다.

- 남북관계에서 긴장도가 전 정부보다 훨씬 높아졌는데.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이 안보 운영에서는 위험하고 무능하다. 우리가 북한과 담을 쌓으면 북한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런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도적으로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계산이고 그게 아니라면 무능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민의로 표출됐다.

MB정권 국정운영 지방 무시·소통부재… 국민의 소리 들어야

- 얼마 전 조현오 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하라고 검찰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는데, 검찰이 왜 수사를 안 한다고 보나.

▶정권 눈치보기다. 그것은 직무유기이며 범죄다. 피고소인은 3개월 내에 조사하도록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이토록 오만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똑똑히 목도했다. 검찰이 지금은 희희낙락하고 있을지 모르나, 검찰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스스로 확산시킨 꼴이다.

-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지 않았나. 검찰개혁의 실패 원인은.

▶검찰을 견제하는 기구로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추진했으나 입법화하지 못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검사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다. 국회의원들의 결사 반대로 실패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검사 출신이 주류인 법사위원들의 필사적으로 저항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공수처의 경우 수사대상에서 국회의원들을 빼서라도 입법화해야 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전 청와대 기록비서관. 김성효 기자.

- 이명박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말은.

▶근본 문제는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다. 지금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진정성을 갖고 들어야 한다. 국정의 근간과 정권의 가치지향점은 별개다. 참여정부와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서 국정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깡그리 무시해선 안 된다. 참여정부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구제역이 국가적인 재앙수준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 맞설 차기대선 비전 연구, 진보 집권 도울 것

-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가 '진보진영의 집권 플랜'을 공론화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플랜이 있다면.

▶첫 번째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플랜이다. 공고한 보수세력, 다시 말해 '박근혜 대세론'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교한 후보 단일화 플랜이 필요하고 꼭 성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집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성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직접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노무현재단과 별도의 (재)미래발전연구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상과 참여정부의 정책 평가, 대안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진보진영의 차기 대선 비전이 될 것이다.

- 친노 직계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차기 대선후보로 문 변호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경선을 했으면 한다고 했는데.

▶상황이 답답해서 한 말일 것이다.

 대선 후보 얘기는 꿈에도 생각 안 해

- 만약 상황이 절박해서 문 이사장을 구원투수로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 후보가 절박한 상황에 빠졌을 때 노 후보를 구원하기 위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지 않았나.

▶그런 상황(대선후보로 나서는 상황)은 꿈에도 상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단일화 등에 관한 논의에는 참여하겠다. 또 시민사회세력을 결집하는 활동을 통해 진보진영의 집권을 돕겠다.

-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다. 원칙의 기준은 뭔가. ▶나의 양심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의였던 것 같다(인터뷰 장소인 봉하마을의 '영농법인 봉하마을' 사무실에 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이 부분에서 '문 이사장은 원칙론자이면서도 탁월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고 거들었다).

대통령 노무현 너럭바위 비석에 대해 설명하는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 인간 문재인의 꿈은 뭔가.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우리사회와 국민 속에 확산시켜나가는 것이다. 청와대 근무는 정말 힘들었다. 임기를 마치면서 '이제는 해방이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등산을 하고 인생을 관조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 작정이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 2008년 2월 25일 경남 양산 매곡동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인생은 맘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꿈은 생각의 저편에 밀어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날은 수년 만의 폭설 사흘 뒤로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렸다. 김성효 기자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대해 설명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 이사장과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날은 수년 만의 폭설이 쏟아진 사흘 뒤로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촉촉히 내렸다. 김성효 기자

노 전 대통령 서거… 李정부와 검찰 책임, 언젠가 확인될 것

노 대통령 묘역을 둘러보는 문 이사장은 비통하면서도 절제된 언행으로 국민장을 치르던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보를 처음 접했을 때 심정은 '눈앞이 캄캄했다' 외에 달리 형언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는 표적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모욕주기식 수사 등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민들이 다 지켜봤다. 언젠가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책임이 명백하게 확인될 때가 있을 것이다'.

문 이사장은 민주주의와 정의는 국민이 지속적 관심을 갖고 키워나가야 발전하며, 국민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곧바로 퇴행한다는 것을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묘역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초한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산 교육장이라고 말했다.

수년 만의 폭설이 쏟아진 지 사흘 뒤 '대통령 노무현'의 너럭바위 비석에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조용히 내렸다.

# 문재인 이사장은 1953년 경남 거제/ 경남고, 경희대 법학과 졸업/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부산 대표변호사/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실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국제신문 2011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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