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

조송현 승인 2017.05.16 00:00 | 최종 수정 2017.05.29 00:00 의견 0

이탈리아 가족 식사 모습. 오랜 시간 대화를 하면서 음식을 즐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고혈압과 당뇨라는 대표적인 성인병을 예로 들면서 먼 옛날에 인간을 살아남게 한 능력이 오늘날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논증했습니다. 그의 논증은 풍부한 인류학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여느 병리학적 분석보다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앞선 두 기사 ‘인간을 살아남게 한 능력이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다 ➀신장의 염분 재흡수, ②식후인슐린 분비’를 읽으신 분들은 이렇게 반발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에 이번 글에서는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제시하는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의 근작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김영사, 2016)의 핵심 주제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현대인의 성인병은 ‘가난한 삶(전통적인 생활방식)’에 적응한 신체가 ‘서구식 생활방식(풍요로운 식량이 안정되게 공급되는 삶)’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병으로 요약됩니다. 그렇다면 성인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가난한 삶, 혹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고혈압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재레드 다이아몬드한테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의 피에 염분을 뿌리지 마십시오!, 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나도 옛날에는 소금을 멀리하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집사람과 나는 부엌에 소금통을 올려놓는 법이 없고, 소금을 뿌려 음식을 간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의 이 말은 우리가 가정에서 소금을 적게 먹더라도 외부에서 즉 식당이나 패스트 푸드를 통해 엄청난 소금을 먹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크게 인식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시장에서 구입하는 가공식품은 원래의 자연식품보다 훨씬 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훈제연어는 신선한 연어보다 염분이 12배나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빵에는 소금이 들어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국인은 빵이나 시리얼 등 곡물류 식품을 통해 매일 가장 많은 염분을 섭취한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구입하는 포장육류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포장하는 단계에서 장사꾼들이 고기 맛을 좋게 하는 동시에 중량을 늘리기 위해 소금물을 20%가량 붓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금은 유혹적일 정도로 맛이 좋은 게 사실입니다.

식품 제조업자들이 가공식품에 염분을 가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청량음료를 파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갈증을 유발해 청량음료를 많이 팔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국내 대기업 중에도 과자류와 청량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보니 거의 모든 과자류 제품의 맛이 짠 게 사실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염분 섭취량을 줄이려면 식탁의 소금통을 없애는 데 만족하지 말고,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식품의 염분 함유량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시민과 정부가 식품 제조업자들로 하여금 가공식품의 염분 함유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탐욕을 방관하는 한 시민의 건강은 담보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식품 제조업자들에게 가공식품의 염분 함유량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해 뇌졸중으로 인한 국민의 사망을 75% 줄였고, 국민의 평균수명을 5년가량 늘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인병에는 고혈압에 의한 뇌졸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소금을 피해 어렵사리 저염식을 한다고 해도 자칫 하면 과체중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가는 곳마다 맛난 음식이 즐비한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먹고 싶은 것 참고 99세까지 사느니 맛난 음식 즐기면서 77세까지만 살겠다”고 큰소리칩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오로지 건강을 위해 음식 앞에 금욕주의자처럼 궁상을 떨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포도주를 우아하게 즐기면서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는 없을까요?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탈리아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째, 식단입니다. 올리브유와 생선과 채소가 주원료인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식단이 인류의 전통적인 식단과 무척 유사하다고 합니다. 둘째, 식사문화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놓고 대화를 나누며 오랜 시간 동안 식사를 합니다. 오래 먹으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미국인들보다 오히려 훨씬 적게 먹는다고 합니다.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의 요체는 결국 ‘음식 앞의 절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이탈리아인의 식사문화를 모범 사례로 들어 엄청 위안이 됩니다. 힘들게 금욕하기보다 오히려 우아한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만, '빨리빨리 체질'인 우리가 느긋하게 대화하면서 음식을 즐기는 이탈리아 식사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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