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과학사랑방 Why <2>우주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목요과학사랑방 Why <2>우주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조송현 승인 2017.08.27 00:00 의견 0

우주 팽창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과학사랑방 회원들.

이번 과학사랑방 주제 발표자는 우주호 국토와환경연구소 소장입니다. 지난주 발표자를 선정할 당시 “우주에 관한 주제는 왠지 내(이름 때문에)가 맡아야 할 것 같다”며 웃으며 자청했던 것입니다. ‘우주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는 79개 ‘과학의 의문’ 중 맨 앞에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 소장은 교재의 내용을 먼저 설명한 뒤 자신의 의문을 제시하였습니다. 우 소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주었습니다.

우주가 언제 태어났느냐에 관해서는 증명되지 않은 많은 이론이 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빅뱅(big bang)이론’이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처음엔 시뻘겋게 이글거리는 고밀도의 극도로 작은 점이었다. 그 점이 마치 폭발하듯이 시간과 공간상으로 급속하게 커졌고, 그리하여 우주가 탄생했다.

우주가 언제 탄생했느냐에 관해서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명명된 전자기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주배경복사는 화석처럼 우주가 탄생한 직후 나온 매우 오래된 전자기파인데 오늘날 모든 공간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배경복사를 모니터하기 위해 마이크로파 관측 위성을 발사했다. 분석 결과 우주는 137억년 전에 태어났음이 밝혀졌다.

우 소장은 “결국 우주의 탄생을 알려면 빅뱅이론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면서 “블랙홀은 빅뱅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교재에 밑줄을 그으며 우 소장의 발표에 집중하던 김해창 교수가 따지듯 질문했습니다. “빅뱅이론은 ‘한 점’을 전제하는군요. 마치 성경에서 ‘빛이 있었다’처럼. 그렇다면 과학도 종교처럼 무작정 믿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한 점은 왜 생겼나요?”

이희길 국장은 “빅뱅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우주배경복사를 분석해 우주의 나이를 계산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처음의 한 점이 어떻게 계속 팽창한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엄수민 와지트 사무국장은 “한 점 이전에는 무엇이었나요? 우주의 크기는 실제로 변화하나요?”라고 물었다.

이들 질문은 모두 빅뱅이론으로 수렴됩니다. 엄 국장의 질문 ‘한 점(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나?’에 대한 대답부터 먼저 해봅니다. 와지트 회원들의 눈과 귀가 필자의 입에 집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빅뱅 이전엔 동방신기가 있었죠.”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회원들이 이내 웃음을 터뜨립니다. 우 소장만은 한류 아이돌 그룹인 빅뱅과 동방신기라는 이름이 생소한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습니다.

사실 ‘빅뱅 이전엔 동방신기’ 발언의 저작권자(?)는 부산대 김상욱 교수, 출전은 국제신문 ‘과학에세이’입니다. 김 교수가 2015년 4월 6일자에 쓴 칼럼 ‘누구를 위하여 역사는 배우나’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물리학자들을 괴롭히는 질문 하나.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나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방신기." 여기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은 비실비실 배삼룡이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김 교수를 ‘과학에세이’ 필자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저였으니 이를 인용할 자격은 있는 것이겠지요? ㅋ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와 비슷한 질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주 탄생 이전에 하느님은 무엇을 하셨는가?’입니다. 항간에 유행한 대답은 ‘하느님은 너처럼 골치 아픈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옥을 만들고 계셨다’이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에 나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항간의 대답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렇게 억지를 쓰지는 않겠다. 세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이라는 개념은 없다. 왜냐하면 시간 그 자체도 우주 탄생의 산물 중 하나일 테니까”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멋진 대답입니까? <이석영의 빅뱅 우주론 강의 80p> 오늘날 천체물리학자나 우주론 학자들도 이보다 더 적절한 대답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빅뱅 우주론은 시간과 공간이 빅뱅과 함께 탄생했다고 이야기하니까요. 엄국장님, 의문에 대한 답이 되었나요?

빅뱅 우주론을 설명하고 있는 책들.

자, 이제 본격 빅뱅이론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빅뱅이론을 한 두 시간 만에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제 지식의 한계도 있고요. 다만 요즘 빅뱅을 잘 설명한 좋은 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를테면 ‘빅뱅 우주론 강의’(이석영, 사이언스북스, 2017) ‘기원의 탐구-Origins’(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반니, 2017)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해나무, 2016) ‘맥스 테크마크의 유니버스(맥스 테그마크 지음, 김낙우 옮김, 동아시아, 2017) ’최초의 3 분간’(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김용채 옮김, 현대과학신서) ‘우주관 오디세이’(조송현 지음, 부산과학기술협의회, 2013) 등.

먼저 김해창 교수의 질문, 빅뱅이론이 태초의 한 점을 전제하는 것이 ‘태초에 빛이 있었다’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빅뱅이론에서 ‘한 점’은 막연한 믿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추론에 따른 설정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의 팽창이 확인되면서 합리적인 추론에 의해 팽창의 시작점인 ‘한 점’을 상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희길 국장의 '빅뱅이 왜 일어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는 현재 물리학자나 우주론학자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양자물리학적 우연성이 빅뱅의 원인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볼 따름입니다.

우주론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과정 그 운명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근대 우주론의 이론적 원천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입니다. 우주가 한 점에서 팽창했다는 빅뱅 우주론도 일반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정적이고 유한한 우주’를 상정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을 직접 풀어보니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 있을 뿐 결코 안정 상태로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우아한 중력장 방정식에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는 군더더기를 추가했습니다. 후에 우주가 실제로 팽창한다는 사실이 확인 된 후 아인슈타인이 ‘내 생애 최대 실수’라고 했던 바로 그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이 같은 우주모형을 제창한 지 5년 후인 1922년 러시아 물리학자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은 원래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본 결과 ‘우주상수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즉, 아인슈타인의 원래 중력장 방정식을 풀면 ‘우주 반지름’이 시간의 함수가 되는 팽창하는 우주의 해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만의 발표에 노발대발했습니다. 프리드만의 계산에 대해 “수학적으로는 맞지만 물리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며 ‘우주 팽창’ 가능성을 부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7년 후인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Edwin Hubble)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정적인 우주 모형’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빅뱅(big bang) 우주 모형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벨기에의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입니다. 그는 허블이 우주 팽창을 확인하기 2년 전인 1927년 프리드만의 팽창 우주론을 발전시킨 ‘원시 원자 가설’을 발표했습니다. 팽창우주론에서 시간을 역으로 돌리면 우주의 모든 별들은 ‘아주 작은 우주’ 즉 ‘원시 원자’로 뭉칠 것이라고 추론한 것입니다.

르메르트의 빅뱅우주 모형을 발전시켜 빅뱅이론을 체계화한 물리학자가 바로 프리드만의 제자인 가모프(George Gamow)입니다. ‘초고온 초고밀도의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다가 갑자기 ‘뻥’하고 폭발해 오늘의 우주를 만들었다‘는 오늘날의 빅뱅 가설은 바로 가모프의 작품인 것입니다.

가모프의 빅뱅이론은 르메르트의 백뱅우주 모형과 달리 빅뱅 이후 원소 생성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가모프는 우주팽창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았습니다. 우주가 수축하면 밀도와 온도는 높아집니다. 그는 뜨겁고 높은 밀도의 빅뱅 순간부터 차갑고 낮은 밀도의 현재까지 우주의 온도와 밀도 그리고 핵반응에 의한 물질의 합성을 다음과 같이 계산했습니다.

우주 팽창의 역사 설명하는 그림. / 이석영의 '빅뱅 우주론 강의'

우주는 초고온 초밀도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빅뱅 직후에는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1만 분의 1초 뒤에 중성자와 양성자가 생겨났습니다. 1초 안에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는 극적으로 팽창하면서 식어 온도는 수조 도에서 수십억 도로 내려갔습니다. 우주에는 주로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빛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100초 정도가 지나면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원자핵이 만들어졌습니다. 빅뱅 후 처음 3분 동안 수소 헬륨 등 가벼운 원소가 합성되었습니다.

우주는 원자핵과 자유전자 그리고 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산란하는 엄청난 양의 광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략 30만 년이 지난 후 우주의 온도는 4000도로 내려갑니다. 이때 전자는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반면 빛은 전자에 부딪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우주는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부옇습니다. 이 상태를 플라즈마(plasma)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38만 년쯤엔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3000도가량 되었을 때 우주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이른바 ‘재결합(recombination)’으로 원자핵과 자유전자가 결합한 것입니다.

재결합이 이뤄지자 혼탁하던 우주가 환하게 맑아졌습니다. 드디어 광자(전자기파)들이 자유전자와 원자핵에 부딛치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때 날아다닌 빛은 오늘날에도 우주를 떠돌고 있어야 합니다. 빛은 우주 공간을 흩어져 있는 중성 입자(전자+양성자)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빛은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라고 명명되었는데, 만약 빅뱅이론이 옳다면 그것은 우주 초기의 화석으로서 아직 존재해야 합니다. 가모프의 제자 앨퍼(Ralph Alpher)와 그의 동료 허먼(Robert Herman)은 구체적으로 우주배경복사는 파장이 1mm(절대온도 5도) 정도인 약한 마이크로파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앨퍼가 우주배경복사를 예언한 지 16년이 지난 1965년 미국 벨연구소의 연구원 펜지아스와 윌슨은 위성통신용 고감도 안테나를 통해 초기 우주의 화석이자 빅뱅의 메아리인 우주배경복사를 탐지했습니다. 빅뱅이론의 강력한 증거를 발견한 것입니다.

'우주배경복사로 어떻게 우주 나이를 계산하느냐?'고 하신 이 국장님, 이해가 되십니까? 공간이 팽창하면 온도는 내려간다는 물리법칙에 따라 고온의 한 점이 오늘날의 우주 크기로 확대되고 온도가 절대온도 2.7도가량으로 식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바로 우주의 나이인 것입니다. 우주가 절대온도 2.7도 가량으로 식었다는 증거가 바로 우주배경복사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은하(별 블랙홀 등)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초기 우주의 밀도에 변화가 있어야 했고 따라서 우주배경복사도 완전히 균일하지 않고 약간의 변화가 있어야 했습니다.

참, 우 소장님의 '빅뱅과 블랙홀'의 관계는 이 대목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형성과 구조에 대한 설명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내 NASA는 우주배경복사 탐사위성(COBE)을 통해 1991년 12월 ‘우주배경복사 하늘지도’를 작성한 결과 10만 분의 1 수준의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초기 우주의 밀도의 파동이 있었다는 증거로써 오늘날 별과 은하들의 존재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를 “세기적 발견”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빅뱅우주론이 표준우주론으로 등극하며 우주론의 혁명을 이루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빅뱅이론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빅뱅이론의 한계점과 대안이론에 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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