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천문학자 벨 버넬, 펄서 발견 공로로 상금 300만 달러 '실리콘밸리 노벨상' 수상

조송현 승인 2018.09.07 09:20 | 최종 수정 2018.09.07 12:38 의견 0

브레이크스루 상 수상자 선정…최초로 '펄서' 존재 밝혀
소외 계층 물리학도 장학금으로 상금 전액 기부

조셀린 벨 버넬 교수 [출처=던디 대학교 홈페이지]
조셀린 벨 버넬 교수. 출처=던디 대학교

노벨 물리학상을 아깝게 놓친 영국의 여성 천체물리학자 조셀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 옥스퍼드대 객원교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영국의 과학전문 매체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가 6일 보도했다.

1943년 영국 북아일랜드 출생인 버넬 교수는 전설적인 천문학자이다. 그는 50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생 시절 중성자별인 펄서(pulsars)를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펄서는 마치 하늘의 등대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우주에 빛을 던지는 신비로운 천체이다. 

벨 버넬 교수는 대학원생 시절 당시 전파천문학의 거두였던 안토니 휴이시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의 지도를 받아 논문을 쓰면서 펄서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다. 그러나 휴이시 교수만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버넬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벨 버넬 교수는 40여 년이 지나 '실리콘밸리 노벨상'의 수상자가 된 것이다. 버넬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수상식에서 상과 함께 300만 달러(한화 약 33억 원, 노벨상 상금의 약 세배)의 상금을 받을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 과학상인 브레이크스루 상은 러시아 물리학자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와 구글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 유전자 검사업체 '23앤드미' 공동창립자 앤 워지츠키, 알리바바그룹 창립자 마윈, 페이스북 공동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2012년에 만들었다.

벨 버넬 교수는 네 번째 수상자다.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Higgs) 보손을 탐지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과학자들이 처음 수상했고, 그 다음은 올해 별세한 스티븐 호킹, 세 번째는 중력파를 최초로 탐지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가 받았다.

이들 수상자는 브레이크스루 상 심사위원이 된다.

다음은 버넬 교수가 뉴사이언티스트와 가진 인터뷰이다.

펄서를 어떻게 발견했는가?

캠브리지대학에 들어갔을 때 나는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에 걸린 사실을 깨달았다. (‘가면 증후군’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나는 자격이 없는데 운으로, 또 주변 사람들을 속여 이 자리에 온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불안해하는 심리를 말한다.) 여기 학생들은 모두 나보다 똑똑한 것 같았고, 그들이 혹시 나를 내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버넬 교수는 북아일랜드 출신). 그러나 나는 생존자의 본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나를 내던질 때까지 악착같이 나의 일을 해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는 극도로 철저했고, 그럼으로써 이 이례적인 신호를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보는 도표에서 500미터마다 5밀리미터를 차지했으며, 항상 하늘의 같은 부분에서 나왔다.

나는 망원경으로 몇 달 동안 하늘의 그 지점을 추적했다. 우리는 빛의 펄스(주기)가 짧고 날카롭다는 점에서 이를 발출하는 천체는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펄스가 결코 느려지지 않고 항상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는 사실을 보아 펄스를 내보내는 천체는 커야 했다. 결국 그 천체, 펄서는 지름은 작고 질량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런 결론을 내기기까지 엄청 골머리를 앓았다. (일정한 주기로 펄스pulse를 내보내는 천체라고 해서 펄서pulsars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펄서로 대답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큰 질문은 무엇인가?

두 개의 중성자별이 마주 도는 이중성 펄서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검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사람들은 우리가 아직 중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조금은 걱정하지만, 지금까지 펄서는 아인슈타인이 옳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제기된 몇몇 다른 대안 이론들을 제거하고 있다.

펄서는 또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 원리인 등가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다.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망치와 깃털을 함께 떨어뜨려 같은 시간에 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달의 중력은 매우 약하지만 펄스의 중력은 매우 강하다. 하지만 등가원리에 따르면 달에서와 마찬가지로 펄서 주변에서도 망치와 깃털은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

왜 천문학 연구를 떠났는가?

2, 3개의 펄서를 발견한 시점에 결혼하게 되었다. 나는 실험실에도 약혼반지를 끼워버렸다. 그건 실수였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기혼 여성은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힘들었으나 전파천문학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사학위(PhD)를 따는 국면에서는 정말로 잡다한 일이 많았다. 남편은 직업을 정기적으로 옮겨야 했는데, 우리는 시골을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그 덕분에 연구 경력 외의 다양한 역할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 다음에 어떤 경력을 쌓았나요?

전반적인 기술을 습득한 덕분에 영국 물리학연구소와 같은 다양한 기관의 책임자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thena SWAN (Scientific Women’s Academic Network)의 회원이기도 하며, 여성과학자의 역할 증진을 모색하는 시니어여성과학자 모임도 오래 전에 시작했다. 우리는 ‘여성을 위한 최고의 대학’ 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버넬 교수는 영국 왕립천문학회 회장와 영국 물리학연구소 소장, 에딘버러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300만 달러 상금은 어디에 쓸 계획인가?

상금 용도에 관해 물리학연구소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의 계획이 훌륭하다며 적극 동의해줘서 매우 고맙고 기쁘다. 나의 계획은 바로 ‘소외 계층(underrepresented groups)’ 출신의 물리학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상금을 쓴다는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한 것은, 펄서를 발견한 추동력이 바로 ‘나는 아웃사이더이다’라는 자각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소외 계층을 지원하면 더 많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사 출처 : NewScientist, Jocelyn Bell Burnell wins $3m Breakthrough prize for pulsars dis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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