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얽힘 이용해 시간결정(time crystal) 만든다

조송현 승인 2019.11.29 22:43 | 최종 수정 2019.11.29 22:55 의견 0
(H. Pellikka/Wikimedia Commons, CC BY SA)
외부 자극 없이 양자얽힘을 이용해 타임 크리스탈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H. Pellikka/Wikimedia Commons, CC BY SA).

자연에 존재하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구조이자 엄청난 실용 잠재력을 가진 시간결정(time crystal) 연구에 혁명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소식입니다. 바로 아이슬란드와 영국의 연구팀이 외부 자극이 없이도 얽힌 입자를 이용해 시간결정을 만들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습니다.

아이슬란드 대학의 발레리이 코진(Valerii Kozin)과 영국 엑세터 대학의 올렉산드르 키리엔코(Oleksandr Kyriienko)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논문을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 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시간결정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과 달리 원자의 계속적인 똑딱거림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자극을 필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대신 이 방법은 원자 내 얽힌 입자들이 멀리 떨어진 서로 다른 입자의 스핀에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결정은 공간적으로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시간결정(타임 크리스탈)도 겉으로는 평범한 결정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내부에 격자 구조로 배열된 원자들이 상당히 특이하게 작용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그러니까 시간결정은 공간적으로 반복된 패턴의 구조를 가지면서 동시에 내부 원자들의 움직임이 주기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시간결정 원자는 실제로 진동합니다. 특정 스핀으로 진동하다가 어느 순간 스핀을 바꿔 진동합니다. 그런데 일정 주기로 이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전파 펄스에 노출되면 스핀 방향이 바뀝니다. 특히 신기하게도 펄스가 불규칙하더라도 시간결정의 ‘똑딱거림’이라 불리는 진동은 매우 규칙적이면서 특정 주파수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시간결정(타임 크리스탈)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이 ‘대칭성 깨짐’ 개념으로 2012년 그 존재를 처음 예언했고, 불과 4년 후인 2016년 UC 버클리 연구팀이 그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한국인이 포함된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원소 이터븀(ytterbium)을 이용해,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결함 다이아몬드에서 독립적으로 시간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해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바 있습니다.

시간결정은 모두 스핀(spin)이라는 양자 속성에 의존합니다. 시간결정 속에서는 스핀의 방향이 일정한 시간 간격, 즉 주기적으로 바뀝니다. 전파(radio wave)는 이 같은 스핀의 뒤집힘을 촉발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실험적으로 생성된 시간결정들은 ‘똑딱거림’을 유도하기 위해 바닥상태 또는 최저 에너지 상태일 때 외부 자극(전자기파 복사의 펄스 같은 것)을 필요로 했습니다. 2015년의 관련 논문에 따르면 바닥상태에서 에너지 투입이 없는 시간 결정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물리학에서 이것은 ‘노고 정리(no-go theorem)’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거리에 비례해 약해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호작용이 거리에 비례해 약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바로 얽힌 두 입자의 경우 한 입자의 스핀을 측정하면 멀리 떨어진 다른 입자의 스핀도 즉시 결정됩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은 거리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번 고진 팀과 키리엔코 팀의 연구는 바로 이 같은 얽힌 입자의 특성을 이용했습니다. 이들 연구팀에 따르면 얽힌 입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 주입 없이 바닥상태의 시간결정을 이론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논문에서, 각각 스핀이 있는 시간결정 내의 입자 체계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끈이론(string theory) 모델을 사용해 시간결정의 정의를 충족하는 얽힌 입자의 스핀을 설명해보였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이전 연구처럼 핵자기공명 등 외부의 자극 없이도 타임 크리스탈 구현 방법을 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보다 본질적인 시간결정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즉, 생성부터 외부의 에너지가 필요없고 영원히 똑딱이는 진정한 '자연이 만든 영구시계'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론적인 발견은 실험실에서 실제 시간결정을 만들어낸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나 시간결정(타임 크리스탈)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생각으로 치부되었지만 불과 4년 만에 그 존재를 부인하는 과학자는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미래는 우리가 놀라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다가옵니다. 시간결정도 언제 우리 곁에서 똑딱거릴지 모를 일입니다.

참, 시간결정이 뭣에 쓰냐고요? 시간결정은 엄청난 응용 잠재력을 갖습니다. 슈퍼울트라 정밀 시계를 구현할 수 있고, 이에 의존하는 자이로스코프와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정교한 양자얽힘 실험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기사 출처 : ♠PHYSICAL REVIEW LETTERS, Quantum Time Crystals from Hamiltonians with Long-Range Interactions
https://journals.aps.org/prl/abstract/10.1103/PhysRevLett.123.210602

♠ScienceAlert, The Latest Breakthrough in Time Crystals Is a Structure That Needs No External Input
https://www.sciencealert.com/this-newly-theorised-time-crystal-could-run-without-external-input?perpetual=yes&limitstart=1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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