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최고임금 : 몽상, 그 너머를 꿈꾸는 최고임금에 관하여

김유선 승인 2019.04.10 16:11 | 최종 수정 2019.04.10 16:21 의견 0

최고임금 : 몽상, 그 너머를 꿈꾸는 최고임금에 관하여
지은이 : 샘 피지개티
서평자 :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경제학 박사)[klsiyskim@daum.net]

과하면 엉망이 되는 법이다. 우리 사회는 과함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 도로에서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공장에서 하천으로 내다버리는 폐수를 규제한다.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소음도 규제한다. 하지만 개인 소득은 제한하지 않는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속도에도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자들이 더 부유해졌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부자로 말이다. (5-6p.)

최저임금 10배면 충분하다. 최고임금제 실시하자!

소득불평등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위1% 소득이 1980년 11%에서 2013년 20%로 증가했고, 상위10% 소득이 34%에서 46%로 증가했다. 중간40% 소득은 46%에서 41%로 감소했고, 하위50% 소득은 20%에서 13%로 감소했다. 최상위 부유층과 최하위 빈곤층 사이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상위1% 소득은 같은 기간 7%에서 12%로 증가했고, 상위10% 소득은 29%에서 43%로 증가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하다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불평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최하위 빈곤층의 생활수준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서서, 정치, 경제,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피지개티의 ‘21세기 자본’이 800여 쪽이 넘는 두툼한 책자임에도 출간되자마자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신자유주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orld Bank)과 함께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을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 부유층과 최하위 빈곤층의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최하위층의 낮은 소득을 끌어올리고 최상위층의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 책의 저자 피지개티는 최하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면 빈부격차를 좁힐 수 있지만, 최상위층의 소득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양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10배 이내로 최고소득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 대해 100%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을 연동시키면 최하위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최상위층의 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미국에서는 2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한 최고 과세율이 94%였고, 이후 20년 동안 최고 과세율이 90% 수준이었기 때문에 과거 미국에서 경험으로 볼 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도 강조한다.

피지개티의 제안은 한국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에서 최고임금제는 이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일명 ‘살찐 고양이법’이라 불리는 「최고임금법안」등을 발의한 바 있다. 공공부문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10배로 하고, 민간기업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30배로 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기초연금, 실업부조 등을 통해 최하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누진과세, 최고임금제 등을 통해 최상위층의 지나치게 많은 소득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제는 들어봤어도 최고임금제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피지개티의 ‘최고임금’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거의 동시에 한국에서 번역서가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최고임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아주 쉽고 설득력 있게 얘기한다. 번역도 잘 되어 술술 읽힌다. 한국에서 최고임금제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피지개티가 이 책에서 최고임금제 도입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과 연동된 최고임금제를 주장하면서도, 기업이 임직원의 급여수준을 공개하고, 임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지급해 임직원 간에 임금격차가 큰 기업은 법인세율을 올리고, 임직원 간에 임금격차가 작은 기업은 정부사업 입찰 계약 때 가산점을 주는 등 좀 더 손쉬운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련 법안을 예시함으로써, 이러한 제안들이 몽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실현가능한 프로젝트임을 보이고 있다.

고속도로에선 과속을 단속한다. 과식(過食)은 우리 몸에 해롭다. 마찬가지로 최상위층의 지나치게 많은 소득은 제한해야 한다. 간혹 수억, 수십억의 고액 연봉을 받는 분들이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얘기하는 사례를 접한다. 최저임금과 연동해서 최고임금제를 실시하면 이런 오해가 사라지지 않을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최저임금의 10배면 충분하지 않을까.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