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4. 정재와 묘심③

인저리타임 승인 2024.01.07 06:26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4-3.제국의 황제를 만난 남편

대장의 부인이자 통역자로 산 나는 아들까지 하나 낳았어.전혀 다른 민족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잡종의 애가 태어난 거지.엄마 아빠 반반씩 닮은 모습이었어.남편이 된 대장은 객지에서지만 아들을 얻어서 참 좋아했지.나는 노예생활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꼈지.난 내 남편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정숙한 아내가 되었어.내가 주로 하는 일은 통역이었지만,또 우리나라 정세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것도 있었어.내가 볼 때는 별 거 아닌 우리나라 사정이었어.가령 우리나라는 여러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느 부족끼리 사이가 좋고 안 좋고 이런 얘기들을 주로 해주었어.남편은 대단할 것 같지도 않은 내 뻔한 이야기들을 매우 귀담아 듣더군.

네 남편은 외지에서 온 이방인이잖아.그러니 원주민의 상황에 대해선 절대 알 수가 없지.그런 와중에 원주민 아내가 해주는 말은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가 되지.너의 남편은 외지에서 와서 너희 나라에서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는 거잖아.그때 원주민한테는 별거 아닌 사실들이 이방인한테는 하나도 허튼 내용들이 없는 거야.안테나를 바짝 세우는 형편에 원주민 아내가 소곤소곤 말해주는 얘기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중요한 정보가 되지.

네 말대로야.나는 아무 것도 아닌 말을 하는데 남편은 엄청나게 귀기울여 경청하며 내 얘길 들었지.어느 날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부족들 상황을 궁금해 하더군.나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어.그건 나 말고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아주 뻔한 내용들이었어.내가 말해준 내용은 그 막강한 부족이 너무 잔인하고 주변 다른 부족들한테 엄청 욕을 먹고 있다는 거였어.그 부족은 넓은 땅에서 그야말로 강력한 제국을 이루고 있었거든.정보라고 할 것도 없었지.우리 나라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었어.그런데 남편은 내 얘기를 듣더니 부하에게 이렇게 엄중한 지시를 내리더군. “제국을 이룬 막강한 부족이 다른 여러 부족들과 사이가 많이 안 좋다.우리가 병력 수는 적지만 그 막강한 부족을 공격하여 점령할 수 있겠다.그럼 그 부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여러 부족들을 모두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그리고 제국의 황실에 있는 금을 다 우리 것으로 가질 수 있다.자.이제부터 공격 준비를 하라!”남편의 명령이 내려지자공격 준비를 재빨리 하더군.내가 속한 부족도 하도 당해서 막강 부족을 공격한다니까 기분 좋았어.나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조언도 해주었어.내가 전쟁에 대해 아는 건 없어도 막강부족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해 주었어.어디어디 금이 아주 많다는 것도 알려 주었지.그렇게 남편의 아들까지 낳은 나는 유능한 통역자이자 유력한 조언자가 되었어.

남편의 사랑도 받고 남편이 의지도 많이 했구만.그런데 막강부족은 얼마나 많은 부족들을 침입하여 제국이 되었지.인구가 어느 정도 되었어.그리고 남편의 군대는 몇 명 정도 되었지.

제국의 전체 인구는 거의500만 명이나 된다고 들었어.잔인했지만 거대한 문명국가였지.수도에는20만 명 정도 산다고 들었어.그런데 남편의 군대는 겨우600명 좀 넘었어.그 정도 미미한 병력으로 대제국 수도를 공격하는 게 말이 안 되지.그런데 남편의 군대는 제국의 중심부에 접근하기 시작했어.우선 처음부터 싸우진 않았지.일단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전령을 보냈어.황제는 기꺼이 허락한다며 응답하더군.강력한 제국의 황제니까 자신감이 넘쳤겠지.그렇게 남편은 황제를 만나게 되었어.당연히 나는 남편의 말과 황제의 말을 서로 잇는 통역자로 참석했지.황제는 생긴 게 자기네랑 영판 다른 남편을 좋게 보았어.대접을 잘 했지.남편의 시커먼 속을 몰랐으니.남편은 황실 여기저기 놓이고 걸린 황금 물품들을 보고 감탄했어.하루는 제사를 지내니까 오라고 하더군.난 그 제사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내가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 이상이었어.아직도 여기서도 놀래.끔찍했어.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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