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146) 신라 경순왕 어진 모셔진 하동 경천묘서 대제 봉행

경순왕 후손과 지역 유림 등 70여 명 참석
폐백·초헌례·아헌례·종헌례·음복례·망요례順
대제 후 아래 금남사서 목은 이색祭 지내

조해훈 승인 2024.03.25 14:00 의견 0
경천묘 들어가는 입구

하동군 청암면은 24일(음력 2월 15일) 오전 9시30분에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 어진이 모셔진 청암면 평촌리 경천묘(敬天廟)에서 대제를 봉행했다.

경천묘 당무회(당장 한충영)가 주관한 이날 대제는 경순왕 후손과 하동에 세거하는 경주김씨 문중, 지역유림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폐백·초헌례·아헌례·종헌례·음복례·망요례 순으로 진행됐다.

경천묘에서 대제가 봉행되고 있다.

경천묘는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는 사당으로, 경남문화재자료 제133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경순왕은 신라의 국운이 다하자 국권을 고려에 양도하고 강원도 용화산 학수사에서 여생을 보냈다. 훗날 임금의 경천애민의 뜻을 기리고자 학수사에 사당을 지어 모셨으나 후세에 경주 숭혜전에 모셔진 어진을 1903년 경천묘를 건립해 청암면 중이리 검남산 밑으로 옮겼다. 이후 청암면 중이리 일대가 하동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지난 1988년 11월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

대제 봉행 후 축문을 불사르는 망요례(望燎禮)를 행하고 있다.

경천묘에는 경순왕 어진이 봉안돼 있는데 면류관을 쓰고 양손을 모아 홀을 쥔 상태로 묘사돼 있다. 1677년에 모사된 어진으로 2008년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74호로 지정됐다.

한충영 당장(堂長)은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는 사당에서 해마다 대제를 지내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남사에서 목은 이색을 기리는 제가 진행되고 있다.
경쳔묘 대제와 목은 이색 제를 모두 마친 후 참석자들이 경내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경천묘 대제가 끝난 후 바로 아래에 있는 금남사(錦南祠)에서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을 기리는 제(祭)가 별도로 진행됐다. 금남사에는 고려 말의 충신이자 고려 제32대 우왕(禑王)의 사부(師傅)를 지낸 이색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청암면 출신의 제1호 박사인 김장용(82) 농학박사와 역시 청암면 출신으로 경남과학교등학교장을 지낸 오세현(70) 교육학 박사, 청암면 묵계 출신인 양영욱(64) 전 청암면 치안센터장 등 청암면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글·사진 = 조해훈>

조해훈 시인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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