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호의 산티아고 순례기 (1)프롤로그

오동호 승인 2018.10.04 11:07 | 최종 수정 2018.10.04 19:16 의견 0
 2년전 가ㅛ어ㅛ던 산티아고 길 중 프링스길 출발지인 생장으로 기는 기차인에서 상켬중인 모습..
 2016년 산티아고 길 중 '프랑스 길' 출발지인 피레네 산맥의 생장 피에르포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필자.


가을이다. 하늘이 맑고 푸르다. 서정주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말했다.

나는 "떠나고 싶다"고 말하겠다. 한 길만 수십년 걸어온 사람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하나의 갈망이다. 단순한 여행은 아니다. 일종의 순례(巡禮)다. 꼭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의미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순례라 할 수 있겠다.

이제, 나의 오랜 갈망이자 버킷 리스트 NO.1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다. 3개월간 2000km 대장정이다. 33년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떠나는 먼 여정이다.

떠나는 이유는 딱히 없다. 일상에서의 일탈이 주는 쾌감 또는 낯선 곳에 대한 설렘이다. 그냥 33년간 한 길에서 꼭꼭 채워져 있던 찌꺼기를 비우고 싶다.

동요하는 마음을, 때로는 간간이 밀려오는 격정을 진정시키고 싶다. 늘 고요를 꿈꿨다. 고요함을 지키고, 고요함을 가두는 수정(守靜)의 삶, 그것이 나의 궁극의 삶의 모습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성 야곱을 찾아가는 모든 순례의 종착지는 스페인의 산타아고(Santiago Compostela)다. 이른바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다.

수십 개의 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카미노는 '프랑스 길(Caminino de Frances)'이다.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생장 피에르포드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의 길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순례길이기도 하다. 이 길은 2년 전 이미 완주했다.

제목 ㅇㅋ, 2번은그다음은 프랑스길 한 구간 걷는모습.
2년 전 '프랑스 길' 한 구간 걷는 필자.

이번에 걷고자 하는 순례길은 3개의 순례길을 종주하는 코스다.

먼저, 프랑스 Le Puy에서 출발해서 Saint Jean Pied de Port까지의 '르퓌 순례길(800km)'을 걷는 것이다. 이어서, 생장에서 스페인의 이룬과 빌바오를 거쳐 산티아고에 이르는 '북쪽 순례길(El Norte Camino 800km)'을 걷는다. 마지막으로는, 산티아고에서 포르투칼 포루트를 거쳐 리스본까지 이어지는 '포르투칼 순례길( 500km)'을 걷고자 한다.

순례기간은 2018년 10월 3일부터 12월 말까지 대략 3개월간이다. 가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을 맺는다. 겨울로 가면서 추위와 강한 대서양바람과 겨울비, 그리고 외로움과의 싸움일 듯하다. 그 싸움을 스스로 택했기에 온전히 내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게 순례의 묘미다.

2000km의 대장정을 떠난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걱정을, 또 다른 누군가는 축하를 해줬다. 걱정과 축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고요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Camini de Santiago)'인 것이다.

그러면 순례를 하면서 무엇을 할까? 그냥 걷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도 보고, 수많은 길손들과의 수다가 좋겠다. 그런데 이 것도 하루 이틀이다.

중요하지만, 그 간 일에 치여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주제에 대해 천착해보려 한다. 나와 같은 중년의 삶을 하나하나 뜯어보고자 한다. 그들에게 당면한 삶과 죽음의 문제, 상실과 우울, 꿈과 도전, 가족과 공동체, 건강과 활력, 좋아하는 일과 돈 문제, 사회에 대한 참여와 발언 등.

한 마디로 애기하자면 이 땅의 한국의 중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로드 무비다. 힘든 여정 속에서 짬을 내어 연재를 할려고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길림길에서 안내표지판 보는 내 모습2년전 프링스길 카미노를 이미 완주, 이번에는 다른길 3개를 종주하는 순례니 침고해...
2년 전 '프랑스 길'의 마지막 길림길에서 안내표지판 보는 필자. 이번엔 다른 3개의 길, 즉 르퓌 순례길, 북쪽 순례길, 포르투갈 순례길을 종주하러 나섰다.

※오동호 원장은 ☞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차관급 정무직)을 지내고, 지금은 '좋은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에 행정고시를 합격하여 1985년에 공직에 입문 한 이후 경남도청을 거쳐, 행정안전부에서 과장, 국장,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을 거쳤다.

특히 지방자치제도, 지방재정.세제 분야에 오래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와 분권정책을 깊게 다뤘다. 행안부 지방세제국장 시 도입했던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는 지방분권사에 있어 하나의 금자탑이다. 

중간에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보좌관, LA총영사관 영사 등 거치면서 중앙과 지방 , 청와대와 해외주재관 등 다양한 행정경험을 한 정책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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