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 (1) 너는 누구냐?

김도훈 승인 2021.03.01 16:37 | 최종 수정 2021.03.11 11:04 의견 0
프랑스 생장에서 산티아고 순례길를 걷는 필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을 하는 게 급선무일까? 아마도 취업 준비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난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선뜻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었을 정도로 나는 나에 대해 잘 몰랐다. 그렇다 보니 취업 준비 또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기였다. 이 당시 나의 귓전에 들려 온 소크라테스의 한마디. 너 자신을 알라!

26살. 마냥 젊다고 할 수도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방황을 끝내기 위해,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기에 앞서 우선 나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자아를 찾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가야 한다는 신념이 더해져 마침내 2020년 1월, 1년 전 나는 영국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를 찾기 위해!

런던 행 비행기를 타면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필자가 2020년 1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 유럽 여행(런던, 리버풀, 더블린, 리스본, 포르투, 파리)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를 찾고 극복하고자 했던 것들, 그 외에 새롭게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을 담아 쓴 여행 기행문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지금 지난 나의 여행 기행문을 통해 작게나마 여행에 대한 갈증 해소와 나름의 재미가 되기를 소망하며 그 당시 느꼈던 감정에 충실하여 기행문을 써보고자 한다. 함께 그 당시로 떠나가보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왼쪽).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402번 버스 티켓.

2020년 1월 16일 오후 2시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 부리나케 일어나 6시 리무진을 타고 부산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인천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3년 전 생각이 났다. 군대를 갓 전역하고 홀로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해 똑같이 버스를 타고 올라갔던 2016년 12월 15일. 그 당시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상당히 초조했었는데, 그래도 한 번 가봤다고 이번엔 두렵지 않았다. 덤덤하게 인천국제공항에서 모든 출국 준비를 마친 후 설렘을 안고 대망의 런던으로 출발하였다. 나를 찾고 극복하는 여정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무려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피곤한 상태로 도착한 런던 히드로 공항. 원래의 계획은 오후 6시에 도착하여 7시30분 영국의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가는 것이었으나, 비행기가 30분 연착하는 바람에 스케줄이 흐트러졌다. 게다가 휴대폰 유심을 갈아 끼웠는데 데이트가 안 터지는 문제가 발생하여 공항에서 안절부절 상태로 한 시간 정도 헤매기도 했다. 간신히 해결했지만 시작부터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다. 공연을 못 보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402번 버스를 타고 런던 도심으로 들어가 빅토리아역 근처 숙소 펍러브@더화이트페리빅토리아호스텔에 도착했다.

런던을 즐길 새도 없이 피로를 풀기 위해 바로 잠을 청했지만, 시차 적응이 덜 된 것일까,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깼다. 결국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로 일어나 짧았던 런던에서의 1박을 마무리하고 다음 일정 장소 리버풀로 출발했다.

런던에서의 첫날 숙소 펍러브@더화이트페리빅토리아호스텔(왼쪽)과 이튿날 아침 런던 거리 풍경. 

내가 리버풀로 가는 이유는 1월 19일에 펼쳐지는 세계 최고의 축구 더비 리버풀 vs 맨유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영국을 온 가장 큰 이유 역시도 이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을 만큼 오랜 리버풀 팬으로써 무엇보다 기대하는 경기이다. 티켓도 운 좋게 구할 수 있었기에, 부푼 가슴을 안고 출발한 리버풀. 하지만 순탄함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내가 구한 리버풀 맨유 경기의 티켓에 문제가 생겼다.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잘못하면 경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에 버스 안에서 맘고생을 심하게 하게 되었다.

정말 간절히 보고 싶었던 경기였기에 제발 잘 풀리기를 기원하면서 리버풀로 향하는 길. 나는 과연 리버풀 VS 맨유의 경기를 과연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슬픈 예감은 정말 틀리지 않을 것일까?

필자의 유럽 여정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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