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우주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을지 모른다?

김판수 승인 2019.07.05 12:26 | 최종 수정 2019.07.06 08:44 의견 0
A mirrorverse could be just as real as our own universe but almost completely cut off from it.Jackson Gibbs / for NBC News
거울우주는 우리 우주와 꼭 같지만 완전히 단절돼 있을 것이다. Jackson Gibbs / for NBC News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이 ‘엘리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에 이어 내놓은 ‘멀티유니버스(원제 The Hidden Reality)’는 “우리 우주는 유일한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이 의문은 우리 우주 말고도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을 전제한다.

우리 우주와 독립적인 다른 우주를 뜻하는 비슷한 단어는 다양하다.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다중우주(multiple universe, multiverse), 평행세계(parallel worlds), 메가버스(megaverse) 등. 최근에는 거울우주(mirror universe, mirrorverse)*도 비슷한 의미로 등장했다.

이들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는 기본이론들, 이를테면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통일장이론 등이 이들 우주를 예견한다. 다른 우주 논의가 일부의 공상이 아니라 학문적 영역의 담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다중우주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려고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미국 NBC뉴스의 과학전문블로그 MACH와 과학전문매체 Bigthink가 소개한 이와 관련된 기사를 정리한 내용이다.

미국 테네시주 동부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물리학자 레아 브루사드(Leah Broussard)는 또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portal)를 열려고 한다(브루사드는  다중우주를 거울우주와 혼용하고 있다).

Leah Broussard studies subatomic particles at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where she will be searching for mirror matter this summer.Genevieve Martin /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t. of Energy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실험실에서 레아 브루사드.그는 이번 여름 거울물질(거울우주의 물질)을 찾는 실험에 착수한다. Genevieve Martin /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t. of Energy

물리학을 뒤흔든 10초

1990년대부터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중성자(neutron)가 양성자(proton)로 분해되는지(방사능과 관련된 과정)를 연구하기 위해 고정밀 실험을 개발했다. 그러나 실험 도중 중성자의 붕괴 시간이 다르게 측정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브루사드와 그녀의 연구팀은 중성자의 붕괴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것이 다중우주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일단 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핵 속의 중성자는 완벽하게 안정된 상태이나 핵 밖으로 나오면 양성자, 전자, 반중성미자(antineutrino)로 붕괴되는데. 이 때 핵 밖으로 나온 자유중성자(free neutrons)의 붕괴 시간(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같아야 한다. 연구팀은 두 가지 방법으로 자유중성자의 붕괴 시간을 측정했는데 하나는 ‘보틀 트랩, bottle trap)’에서 중성자를 분리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몇 개가 남아 있는지를 세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원자로에서 생성된 중성자 빔에서 나오는 양성자를 세는 방법이다.

연구원들은 입자 빔에서 생성되는 중성자의 붕괴시간은 평균 14분48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보틀 트랩에 저장된 중성자의 붕괴 시간은 14분38초, 앞의 경우보다 10초가 더 짧았다.

10초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론상으로는 그 차이가 정확히 0이 되어야 한다. 모든 중성자는 정확히 같으며, 그들의 행동은 그들이 검출되는 장소나 방법에 조금도 의존해서는 안 된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입자물리학 전문가인 벤자민 그라인스타인(Benjamin Grinstein)은 "나는 불일치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여러 그룹에 의해 독립적으로 행해진 수많은 실험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고안된 최신 실험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거울우주'의 등장

그라인슈타인은 일부 중성자가 다른 입자로 붕괴되었을 가능성을 탐색해 보았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서 거울우주(mirror universe)가 등장한다.

10년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핵물리연구소(Petersburg Nuclear Physics Institute)의 아나톨리 세레브로프(Anatoli Serebrov)는 일반 중성자가 가끔 거울세계로 건너가 거울 중성자로 변한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더는 그것들을 감지할 수 없을 것이고, 마치 중성자 중 일부가 그냥 사라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중성자의 수명 단축(붕괴 시간 단축)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연구원들이 중성자를 연구하는 동안 일부 중성자가 시험 장비에서 (거울우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상을 요약하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다. 중성자 실험이 엉망으로 보이는 것은 실험 도중 물리학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거울우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거울세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거울세계도 스스로 거울-물리학의 법칙(좌우역전)과, 거울-역사적 법칙(시간흐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곳(거울세계)에서 우리의 거울 버전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현재의 물리학 이론은 거울 원자와 거울 바위, 심지어 거울 행성과 별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을 허용한다. 우리 우주처럼 실재하지만 우리와는 거의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완전한 그림자 세계를 형성할 수 있다. 

브루사드는 거울세계를 찾는 그녀의 첫 번째 연구는 특별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오크리지에서 사용했던 장비와 자원을 사용하고, 그 때 사용했던 여러 부품들을 꿰맞춘 아주 간단한 실험입니다." 그녀가 단 하나의 거울 중성자만이라도 분명히 감지한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는 우주가 존재하는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 또 알려진 물리 법칙이 훨씬 광범위한 규칙집단(set of rules)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게 것이다.

브루사드는 "그런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게임은 완전히 바뀐다."고 말한다.

사라진 중성자 ; 거울우주의 단서 

브루사드의 목표는 그 거울세계로 가는 포털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알아내는 것이고, 존재한다면 체계적으로 그 입구를 여는 것이다.

오크리지에는 85-메가와트(MWe)급 원자로가 있는데, 이는 필요에 따라 수십억 개의 중성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중성자 중 일부가 정말로 거울세계로 건너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 실험을 실행하려면 하루 정도 걸린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능한 모든 오류 원인을 제거하려면 몇 주가 더 걸릴 수 있다. 브루사드는 거울 중성자로 변신해 간신히 장벽을 통과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텔테일 중성자(telltale neutron)'를 찾고 있다. "핵심은 이겁니다. '우리가 벽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찾을 수 있는가?' 기존 물리학 이론에 의하면 그런 중성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되돌아온 텔테일 중성자를 검출한다면, 그것은 전통 물리학은 틀렸고, 거울세계가 진짜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할 겁니다."

한편 클라우스 키르치(Klaus Kirch)는 취리히의 폴체러연구소(Paul Scherrer Institute in Zurich)에서 보완 실험을 하고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중성자를 포착해 자기장으로 때린 뒤 모든 입자가 그대로 있는지 세어 확인하는 게 그의 계획이다. 그는 "만약 몇몇 중성자들이 거울 중성자로 진동한다면, 그들은 우리의 기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키치의 연구팀은 이미 이 실험을 진행했으며, 올 여름 후반에 그들의 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암흑물질은 거울우주에 있다?

개념상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브루사드와 키르치의 실험은 모두 극도로 섬세한 작업인데, 수십억 명의 군중 속에서 몇 개의 아원자 입자들의 이상한 행동을 찾는 것과 같다. 다른 연구원들은 거울세계의 더 노골적인 징후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아마 그것을 밤하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중력을 발휘하여 은하계가 부서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인 ‘암흑물질(dark matter)’로 가득 차 있다고 추론해 왔다.

그러나 자신의 거울 중성자 연구를 직접 수행한 이탈리아 라킬라대학(University of L’Aquila in Italy)의 물리학자 주랍 베레지아니(Zurab Berezhiani)는 “암흑물질은 거울세계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찾기 어려웠다.”라고 흥미로운 주장을 냈다. 즉,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은 무거운 입자지만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우리가 관측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생각이었지만, 그게 아니라 거울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는 게 베레지아니의 주장이다. 암흑물질이 다름 아닌 거울물질(mirror matter)이라는 것이다. 거울거울세계는 단지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계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최근 물리학 컨퍼런스에서 베레지아니는 이 아이디어를 확대해 거울 별, 거울 은하, 거울 은하, 거울 블랙홀로 가득 찬 평행세계를 설명해 주목을 받았다.

만약 브루사드가 오크리지에서 거울세계로 가는 입구를 연다면 그것은 엄청난 (물리학의) 출발이 될 것이다.

#기사 출처 : ♠MACH, Scientists are searching for a mirror universe. It could be sitting right in front of you. 
♠BigthinkAre scientists on the brink of discovering a mirror universe?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 '스타트랙(star treck)'의 한 에피소드에서 평행우주의 특성을 차용한 세계.

<조송현 & 김판수 객원기자·부산대 물리학과4>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