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주는 빅뱅의 반대편에 반물질 동반자를 갖고 있다”

조송현 승인 2019.01.05 15:06 | 최종 수정 2019.01.05 20:40 의견 0
CTP 대칭 우주 모델 개념도. 출처 :
CTP 대칭 우주 모델 개념도. 출처 :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 L. Boyle

우리 우주와 짝을 이루는 반우주의 존재를 가정한 새로운 우주 모델이 캐나다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고 물리학 전문매체 physicsworld.com이 최근 보도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빅뱅 반대편에 존재하는 반물질 우주의 거울상(mirror image)일지 모른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 물리학자 닐 투록(Neil Turok)과 그 동료들이 주인공인데, 그들의 논문은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실렸다.

우리 우주의 짝이자 반물질로 이뤄진 반우주를 탄생시킨 이 우주 모델은 CPT 대칭¹이라는 기본적인 물리법칙에 근거를 둔다. 이 모델은 특히 물론 완전하지는 않지만,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표준 우주 모형은 공간, 시간, 질량/에너지로 이루어진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급격하게 폭발해 물질들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팽창하고 식어서 아원자 입자들과 원자들, 별과 행성들의 계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닐 투록은 이 모델이 임시방편적 변수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설명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런 변수 중 하나의 예가 급격한 팽창 기간인 인플레이션이다. 이것은 우주의 대규모 균질성(uniformity)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다.

투록은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때마다 새로운 입자와 장(field)을 새롭게 고안하는 구조다. 나는 그런 방식은 결국 오류로 결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투록과 그의 동료 라탐 보일(Latham Boyle)은 모든 관측 가능한 현상들을 알려진 입자들과 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주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일반상대론이 깨지는 특이점인 빅뱅을 넘어 반대편에서 우주가 확장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있는지 스스로 질문했다. 보일은 “우리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답은 우주 전체가 CPT 대칭을 따른다고 가정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원리는 시간이 역진(逆進)하고 공간이 뒤집어지며 입자들이 반입자로 대체된다 해도 물리법칙이 여전히 성립하는 것을 요구한다. 투록이 볼 때, 공간이 팽창하면서 시간이 앞으로 가고 반물질보다 물질이 많은, 우리가 현재 주변에서 보는 우리 우주는 그 경우(CPT 대칭)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신, CPT 대칭을 만족하는 완전체는 우주-반우주 쌍이라는 게 투록의 생각이다. 반우주는 빅뱅으로부터 시간이 뒤로(과거)로 진행할 것이고, 시간이 뒤로 감에 따라 커진다. 또 반우주는 우리 우주 내 진공에서 전자-양전자 쌍의 생성과 비슷한 상황과는 반대의 공간적인 특성들을 가질 뿐 아니라 반물질이 지배적일 것이라고 투록은 추론했다.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의 키에란 핀(Kieran Finn)과도 공동연구를 하는 투록은 이 모델은 보완할 게 아직 많고 반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로 그는 그와 공동 연구자들이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요동(temperature fluctuation)에 관해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의 논문 리뷰어들과 ‘긴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투록은 “리뷰어들이 이 요동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라고 답했고, 그들이 결국 인정했다”고 말했다.

매우 넓은 의미에서 요동은 빅뱅 특이점 근처 시공간의 양자역학적 성질 때문이라고 투록은 설명한다. 우주의 먼 미래와 반우주의 먼 과거가 고정된(고전역학적) 점들을 만들어내겠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가능한 양자역학에 기초한 순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투록과 그의 동료들은 CPT 쌍 각각의 가능한 조합의 경우의 수를 셌고, 그 작업으로부터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큰 쌍을 찾아냈다.

투록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주는 우리 우주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투록은 양자 불확정성에 따르면 우주와 반우주는 서로 정확한 거울상이 아닌데, 이것은 자유 의지와 같은 곤란한 문제들을 비켜나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새로운 우주 모델은 자연발생적인 암흑물질 후보를 제공한다고 투록은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매우 찾기 어렵고, 매우 무거운 입자인 ‘비활성(sterile)’ 뉴트리노이다. 이 뉴트리노는 보다 흔한 스핀왼쪽(left-handed) 뉴트리노²의 매우 작은 특정 질량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된 존재이다. 투록에 따르면, CPT 대칭성은 스핀오른쪽(right-handed) 뉴트리노들이 우리 우주에 풍부한 이유를 제1원리³로부터 이끌어내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 그는 관측된 암흑물질의 밀도를 고려하면 암흑물질의 양은 약 5×10⁸GeV의 right-handed 뉴트리노를 생산할 수 있는 질량인데, 이는 양성자의 질량의 5억 배에 해당한다.

이 질량은 애니타(ANITA : Antarctic Impulsive Transient Antenna)에서 관측된 두 개의 비정상(anomalous) 라디오파로부터 도출된 질량과 ‘감질날 만큼’ 비슷하다고 투록은 설명했다. 남극 위로 날아가는 풍선 우주 망원경은 보통 대기를 통과하는 우주선을 관측한다. 그러나 애니타는 지구를 통과하는 2×10⁸GeV와 10×10⁸GeV 사이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진 입자를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뉴트리노들이 거의 항상 그 정도의 질량을 가지기 전에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데르빌트대학의 토마스 바일러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그 장본인(질량이 큰 뉴트리노)이 대신 right-handed 뉴트리노들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투록은 CPT 대칭 우주 모델의 옥의 티를 스스로 지적했는데, 이 모델은 트리노가 완전히 안정된 상태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다. 그는 “이런 입자들을 우주의 나이 동안에 붕괴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모형에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흥미로워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아직 확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1. CPT 대칭 : 전하(Charge) 대칭, 반전(Parity) 대칭, 시간(Time) 대칭으로 이들 물리량이 반전되어야 물리법칙은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성질이다. 
2. left-handed 뉴트리노는 선형 운동량과 반대방향의 스핀을 가진 뉴트리노. 반면 반뉴트리노(antineutrino)의 스핀은 선형 운동량과 같은 방향인데, 'right-handed' 뉴트리노라 한다. 
3. 제1원리(first principle)는 다른 명제나 가정으로부터 유도될 수 없는 기본적이고 자명한 명제.

# 기사 출처 : ♠Physicsworld,  Our universe has antimatter partner on the other side of the Big Bang, say physicists
Physical Review Letters, CPT-Symmetric Universe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번역 도움 : 이정훈·부산대 물리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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