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77 가을의 노래 - 신비한 야생화 용담

이득수 승인 2021.10.06 18:41 | 최종 수정 2021.10.06 19:14 의견 0
용담
용담

‘늘메’라는 지명을 가진 명촌리 임도 삼거리를 걷다 문득 눈이 번쩍 뜨이는 꽃 한 송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주 옛날 기차역에 설치된 ‘와사등’ 또는 장명등(長明燈)으로 불리던 가로등의 모습, 그러니까 도라지꽃의 형태를 많이 닮기는 했지만 매우 귀하고 신비한 느낌의 보라색 꽃을 보며

‘아, 우리 어릴 때 어쩌다 보이던 그 신비한 꽃, 이름이 초롱담이었지 아마...’

하며 기억을 더듬다 사진 두 장을 찍고는 황급히 마른 풀로 덮어주었습니다.

사실 명촌리에 들어와 살면서 여러 가지 산야초의 사진을 찍으며 어릴 적 소 먹이러 다니다가 산비탈에서 발견한 눈이 확 뜨일 만큼 아름답던 도라지꽃, 산 나리꽃과 더불어 일 년에 한 두 번이나 볼까말까 한 그 신비한 보라색 꽃을 언제 한 번 만날지 늘 궁금했는데 귀향 2년 만에 드디어 소원을 이룬 것이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귀한 품격과 향기가 느껴지는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꽃입니다.

(추신 : 며칠 후 누가 저의 포토 에세이 사진을 보고 그 꽃이 용담이라는 매우 귀한 야생화로 간혹 약재로 쓰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다시 그 꽃을 보러 갔으나 직법 덮어주고도 찾지 못 했습니다. 어쩌면 누가 발견하고 뽑아갔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듬해인 작년에도 발견하지 못 해 올해 늦가을에 다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