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76 가을의 노래 - 개미와 베짱이

이득수 승인 2021.10.06 19:22 | 최종 수정 2021.10.06 19:27 의견 0
베짱이

어제 이야기에서 우리는 개미처럼 일할 것인가 베짱이처럼 놀 것인가의 화두를 만났습니다. 그 정답은 무엇일까요?

'천층만층 구만층'이라는 속담이나 천태만상이란 이야기가 있듯이 제 나름대로 삶의 방식이 있는 인간의 삶에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굳이 대답을 찾는다면 열심히 일하면서 가끔 쉬거나 논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개미처럼 일하고 베짱이처럼 논다는 원리, 그런데 이 논다, 쉰다, 즐긴다는 말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아무 것도 안 하고 혼자 쉰다면 우선 심심하기도 하겠지만 나중에는 외롭고 소외감을 느껴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또는 주색잡기(酒色雜技)의 논다는 일도 직업적 가수나 무용수 또는 예술인들을 볼 때 너무 힘이 드는 일이며 미식을 즐기면 뚱보가 되고 술, 담배는 몸을 해치니 무얼 즐긴다는 것은 많은 비용에 긴 시간을 들여 결국 몸을 헤치거나 중독(中毒)이 되는 일인 것입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샙니다만 이솝의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만 보면 저는 그 인용이 참 엉뚱하다 못해 한참이나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풀벌레로 지칭하는 여름철에 우는 귀뚜라미, 여치, 베짱이, 메뚜기, 매미 같은 모든 곤충의 수컷은 짝짓기상대를 찾기 위해 맹렬히 울고 짝짓기를 해 알을 낳고나면 저절로 힘이 빠져 가을이 저무는 것과 동시에 소리 없이 죽어가는 아주 단순하고도 착한 곤충인데 이솝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저 투명한 초록색의 생명체에게 게으름과 비굴함의 대명사라는 누명을 씌웠을까요?

여하튼 어떻게 해야 우리 인간은 행복한 것일까요? 여기에서 제가 제시하는 답변은 청소년이나 신혼시절이라면 꿈과 희망이 많아야 되고 중년이 넘었다면 기본적으로 먹고살 여유와 그리움이 많아야 된다는 것, 그래서 조만간 그리움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진은 남의 목욕탕에 뛰어든 베짱이, 이솝의 말대로라면 놀고 또 놀다 얼마나 갑갑하고 심심해서 그랬을까요?)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