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상대론 오디세이 (11) 아인슈타인 생애 최고의 영감

상대론 오디세이 11 – 아인슈타인 생애 최고의 영감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1.30 12:55 | 최종 수정 2023.08.02 14:02 의견 0
부산CBS방송의 과학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와 국재일 아나운서

Q1. 상대론 오디세이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그동안 특수상대성이론에 이어 지난시간부터 일반상대성이론 여행을 시작했는데요,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이론으로 아인슈타인 생애 가장 빛나는 성취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의 결정체인 중력장방정식은 ‘철학적 통찰과 물리학적 직관 그리고 수학적 기교가 결합된 한 편의 예술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 머물지 않고 일반상대성이론 창안에 나선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의 한계와 뉴턴의 중력이론과의 충돌을 극복할 시급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는 데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자, 이번 시간엔 일반상대성이론의 발상부터 시작한다고 예고하셨는데요?

--> 예, 이번 시간엔 일반상대성이론의 발상부터 아인슈타인이 ‘생애 최고의 영감’을 받아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둥인 등가원리를 세우는 과정까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향한 발상입니다. 이건 특수상대성이론의 한계와 관련 있는데요.

Q2. 특수상대론의 한계와 관련이 있다면, 특수상대론이 ‘특수’한 환경에서만 성립되는 이론이란 점이 한계인데, 혹시 아인슈타인이 ‘이론이 왜 특수한 환경에서만 적용되고 일반적인 환경에 성립되지 않는 걸까?’ 하고 생각한 게 그 발상 아닌가요?

--> 와우,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거기에 이론 대신 자연법칙을 대입하면 아인슈타인의 발상 혹은 문제의식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자연법칙을 기술한 게 이론인데, 그 기술이 잘못된, 틀린 이론도 있으니까요.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이 특수한 환경, 즉 관성계에서만 성립하고 중력이나 가속도가 작용하는 비관성계에서 성립하지 않는데 대해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자연법칙이 관성계에서는 성립하고 다른 기준계, 즉 가속운동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 자연은 무엇 때문에 관성계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을까?’

Q3. 아, 그렇네요. 자연법칙이라면 어디에나 성립해야 하는데, 특별히 관성계에서만 성립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불만이었을 테고, 그래서 따질 만했겠는데요.

-->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특수한 환경에 성립하는 특수상대성이론도 어찌어찌 하면 비관성계에서도 성립하는 이론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특수’의 ‘일반화’ 구상을 하게 된 것이죠.

Q4. 특수의 일반화라,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적인 물리환경에서 성립하는 이론으로 일반화한다는 말이죠. 그게 일반상대성이론이네요. 근데 원래 특수상대성이론의 뼈대인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가 관성계를 전제로 한 원리이기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이 태생적으로 ‘특수’를 달 수밖에 없었다고 지난주 설명해주셨는데, 특수상대론을 일반화하려면 먼저 상대성 원리를 일반화해야 겠는데요?

--> 물리학자 다 되셨는데요? 바로 그겁니다.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법칙이 똑같이 성립한다는 게 상대성 원리인데, 그렇다면 관성계뿐 아니라 비관성계에서도 물리법칙이 똑같이 성립하는 원리를 찾으면 되겠죠? 그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의 일반원리’(general principle of relativity)라 명명하고 찾아 나선 거죠.

Q5.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될 원리, ‘상대성 원리’를 일반화한 ‘상대성의 일반원리’, 금방 찾았나요?

--> 이제 오늘의 메인 주제인 아인슈타인의 ‘생애 최고의 영감’(The happiest thought in my life)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Q6. 과학자들도 연구에 몰두하다 영감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아인슈타인의 ‘생에 최고의 영감’이라면 그의 가장 빛나는 업적이자 과학사상 가장 우아하고 위대한 성취로 평가받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결정적인 힌트, 원리겠네요.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2년 반쯤이 지난 1907년 9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베른 특허국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던 아인슈타인에게 문득 한 줄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유낙하 하고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상상은 아인슈타인 자신을 화들짝 놀라게 했고, 이후 8년 동안 열정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에 매달리게 했어요.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후 아인슈타인은 이 상상을 ‘생애 최고의 영감’이라고 회상했고요.

Q7. ‘만약 어떤 사람이 자유낙하 하고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게 아인슈타인의 ‘생애 최고의 영감’이라고요. 예상했던 일반상대성이론의 결정적인 힌트라기에는 좀 ... 무슨 의미인지조차 잘 모르겠는데요?

--> 일반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보석이 아니라 보석의 원석이라고 할까. 아인슈타인의 영감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엘리베이터에 탔다고 생각해봅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몸무게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던가요?

Q8. 올라갈 경우, 엘리베이터가 처음 움직일 때 약간 몸무게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긴 하죠. 조금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고요. 내려갈 때는 그 반대의 느낌?

--> 저도 같은 느낌을 늘 받는데요,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이래요. 올라갈 경우를 보죠. 엘리베이터가 정지상태에서 처음 움직인다는 것은 속도가 0에서 특정 속도가 되는 경우이니 ‘가속’ 하는 겁니다. 속도의 변화가 있다는 거죠. 그 속도의 변화, 즉 가속 상태에서 우리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느낌은 중력을 더 받는다는 겁니다. 중력의 변화를 뜻합니다. 도중에 몸무게가 정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거죠. 이 생태는 가속 상태가 아니라 등속도로 움직이는, 물리 용어로 말하면 관성계인 겁니다. 속도의 변화가 중력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하면 ‘가속이 곧 중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상상, 영감이었죠.

Q9. 아직 알 듯 말 듯한데요, 아인슈타인이 자유낙하의 경우를 얘기했으니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경우에 한정해 다시 한 번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 예,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처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면 우리 몸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을 가져봤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엘리베이터가 아주 지구 깊숙이 내려가는 특별한 기구라고 생각해볼게요. 처음 엘리베이터가 출발하면 몸무게가 약간 가벼움을 느낍니다. 엘리베이터가 속도를 더 높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몸무게가 더욱 가벼워짐을 느끼고, 여기서 속도를 더 높여 마침내 중력가속도 9.8m/s²에 이르게 하면, 이 상태를 자유낙하라고 하죠, 우리는 몸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이때가 되면 엘리베이터 속의 몸은 붕 뜨게 됩니다. 중력을 받지 않는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말해 아인슈타인은 이 상상을 통해 ‘가속 = 중력’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역시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세상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통찰을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 원리인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로 구체화합니다. 다음 시간엔 등가 원리를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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