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

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

조송현 승인 2016.01.01 00:00 | 최종 수정 2017.01.07 00:00 의견 0

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 29일 부산시민공원 범전동 본동 우물터에서 인간중심의 정치 포부와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 지난 29일 부산시민공원 범전동 본동 우물터에서 인간중심의 정치 포부와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 경제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국병은 물신주의에 빠져 영성을 잃은 것, 부산병은 '고인물 병' 지방선거 때 "부산 기성권력 교체 위해 최선"…"2016년 총선 출마" 최근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영춘 전 의원이 건네준 명함에는 '(사단법인)인본사회연구소 소장'이란 직함이 전부였다. 현재 김 전 의원이 집중하는 일이 뭔지를 짐작할 만했다. 어쩌면 지난 6·4 지방선거 때 제1야당의 부산시장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던 상황이 큰 상흔으로 남아있음을 반증하는 듯했다. -6·4 부산시장 선거가 꽤 오래 전의 일로 느껴집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범야권단일후보를 양보한 직후 어떤 감정이 들었습니까. ▶좌절감이었죠. 꽤 준비를 했거든요. 허탈했지요. 그나마 무소속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위로가 되었지요. -양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뭡니까. ▶세 불리죠. 인지도가 오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확인했죠. 시민들이 김영춘을 아직 부산사람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만약 제가 양보하지 않고 3파전으로 가면 저와 오 후보가 20%대를 득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어요. 서 후보는 어부지리로 대세론을 타고 5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할 게 뻔해 보였어요. 그래서 '부산권력 교체'를 위해서는 제가 양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다면 단일화되면 오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만약 오 후보가 진다는 예측이 우세했다면. ▶절대 양보 안했죠 -결과적으로 오 후보가 패했고, 양보의 명분이었던 '부산권력 교체'도 물거품이 되고보니 양보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것 아닙니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중앙당의, 이를테면 당시 안철수 공동대표의 단일화 양보 압력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던데요. ▶압력은 없었습니다. 다만, 중앙당에서 단일화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내긴 했죠. -정치적 자산을 위해선 완주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변의 얘기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정치를 너무 이상적으로, 낭만적으로 여긴다는 애정어린 비판도 받는 것 같은데요. ▶정치 문법상으로 보면 완주를 강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3파전이 돼 여당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더라도 끝까지 완주하면 제1야당 후보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을 겁니다. 인지도도 크게 높아지겠죠. 그러나 그것은 '김영춘의 방식'이 아닙니다. 제가 부산에 온 것은 부산의 기성 권력 교체를 위해서입니다. 중차대한 시장 선거에서 저 개인의 정치적 셈법을 내세울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오 후보의 패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개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봅니다. 새누리당 소속 시장(후보)에 식상한 유권자의 변화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것이죠. 또 하나는 부산의 여당성향을 지나치게 의식해 야당과 지나치게 거리를 둔 것입니다. 그래서 야당 지지자들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낮은 투표율이 그 방증이죠.

부산시민공원에 나들이 온 시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 소장. 부산시민공원에 나들이 온 시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 소장.

-2016년 총선에 출마할 겁니까? ▶출마할 겁니다. 제게 주어진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수행해 이겨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4년째 부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20대 총선에서 낙선한다고 해도 부산을 계속 지킬 건가요? ▶정치와 무관하게 부산을 지킬 겁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아닙니다. 그때도 실패하면 무능력을 인정하고 그만 둬야죠. -야당으로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는데, 어떤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몸과 발이 최고의 무기이고 전략이죠. 제가 국회의원 뱃지를 두 번 달았는데, 이기는 법을 압니다. -지금 가장 고민하고 치중하는 일은 역시 발로 뛰며 지역구를 일구는 것입니까. ▶예,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중입니다. 또 다른 역점 사업은 인본사회연구소 운영입니다. -인본사회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물신주의에 젖어 인간의 존엄은 내팽겨쳐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아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하고자 이 연구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2009년 서울에서 인본경제연구소로 출발한 것인데 부산에 오면서 사단법인 형태로 바꾸어 재출발했습니다. -인본사회연구소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병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에 영성이 사라진 것이죠. 물신주의에 빠져 정신의 가치를 백안시하는 사회가 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지 않습니까. -'부산병'을 진단해주시죠 ▶부산병은 간단히 말하면 '고인물 병'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체에 건강한 흐름이 막혀 생태계가 활력을 잃고 썩고 죽어가는 형상입니다. -'부산병'과 '한국병'을 치유할 비책은 무엇인가. ▶사회 경제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요체입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은 안 됩니다. 재벌이 잘 돼야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 개인도 부유해진다는 경제정책 기조를 확 바꾸어야 합니다. 저의 정치적 비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효가 끝난 정치 경제 패러다임을 폐하고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에 맞춰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평가해주시죠. ▶의원시절 동료 의원으로서 볼 때 서 시장은 합리적이고 자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호감이 갔고, 사이가 좋았죠. 그런데 시장 역할을 하는 걸 보니 좀 실망입니다. 개혁의지가 전혀 없는 기득권 세력의 대표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부산시장 선거 전 당시 혁신수준의 개혁을 약속했거든요. 부산 대혁신을 통해 부산 발전을 이룬 명시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 약속을 지키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보수가 개혁하는 게 좋습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효과도 좋지요.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의 링컨 대통령 아닙니까. 보수 원조인데 개혁 정치가입니다. 서 시장이 부산개혁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인본정치를 강조하는 김 소장. 인본정치를 강조하는 김 소장.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또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정치적 모험을 했는데, 기본 입장은 무엇이었습니까? ▶정치적 이상주의였지요. 항로 변경이 정치적 따뜻함을 좇은 것이 아니라 얼어죽는 것을 각오하고 결행한 것입니다. 우리 정치 발전의 밀알이 되기 위한 결단이었지요. -인생관은? ▶저는 사생관이라고 합니다. 죽었을 때 '제대로 살려고 애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겁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요약해주시죠. ▶사람중심의 인본정치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발전보다 위에 서는 불가침의 정치적 목표로 하는 것이 인본정치입니다. ◇김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소장 프로필 ▷1961년 부산생. 부산성지초등·부산개성중·부산동고·고려대 영문학과·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정치학 석사) 졸업 ▷고려대 총학생회장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1987) ▷청와대 정무비서관(1993) ▷제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서울 광진구 갑) ▷한나라당 탈당, 열린우리당 발기인(2000)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서울 광진구 갑) ▷민주통합당 최고위원(2007) ▷민주통합당 부산진갑 지역위원회 위원장(2011) ▷새정치연합 당원, 인본사회연구소 소장(현재) ▷저서 : 부산희망찾기(호밀밭), 신40대 기수론(범우사), 사람의 정치학-나라 뒤집기(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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