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입자의 비밀스러운 궤적을 그리다

양자 입자의 비밀스러운 궤적을 그리다

조송현 승인 2017.12.25 00:00 의견 0

양자 궤적 양자 입자의 궤적 개념도. 출처: 케임브리지대학(Robert Couse-Baker)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양자 입자(quantum particle)’의 비밀스러운 운동 궤적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전문 사이트 Phys.org가 최근 보도했다.

‘파동함수는 실재하는 전자(양자 입자) 상태를 기술한다’ ... 슈뢰딩거 주장 부활

연구팀은 사상 처음으로 양자역학의 비밀 영역을 들여다봤다. 양자 입자가 관측되지 않을 때도 그 양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해 궤적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자 입자의 특성으로 인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양자 입자를 관측하지 않을 때 그 양자 입자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전자 같은 양자 물체는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가지며 관측하기 전에는 위치와 운동량 등 그 물리적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게 양자론의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어떻게 관측되지 않은 시간의 양자 입자의 궤적을 그린다는 말인가?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공간을 여행하는 모든 입자는 반드시 주변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상호작용을 ‘표식부착(tagg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상호작용은 입자에 정보를 암호로 표식처럼 부착하고, 실험 마지막에, 즉 입자가 측정될 때 그 암호화된 정보는 풀린다.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의 핵심 아이디어는 ‘표식부착기법(tagging method)‘이다. 이것은 ’양자 입자는 항상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것은 곧 자신의 꼬리표(표식)를 붙이고 다니는 것과 같다’는 개념에 착안한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케임브리지 캐벤디시연구소 데이비드 아르비손-슈쿠르는 양자 입자를 일일이 관측하지 않고도 이들 표식을 남기는 상호작용을 지도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는 “우리의 ‘표식부착기법’은 원리적으로 ‘반사실적 통신(counterfactual communication)’과 같다”고 밝혔다.

반사실적 통신이란 실제 입자의 이동 없이 메시지가 텔레파시처럼 전해지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말한다. 이는 양자제논효과(quantum zeno effect)를 응용한 것으로 양자 얽힘을 이용하는 양자 순간이동(quantum teleportation)과는 다른 현상이다.

아르비손-슈쿠르는 “반사실적 통신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지 않을 때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밝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표식부착기법’은 바로 그것을 할 수 있으며, 추가로 입자들이 동시에 다른 여러 곳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오랜 예측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팀은 입자에 암호화된 정보는 슈뢰딩거가 100년 전에 주장한 파동방정식과 직접 관련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파동함수은 양자 실험의 결과를 예측하는 추상적인 계산 도구로 생각되었다.

아르비손-슈쿠르는 “우리의 연구는 파동함수가 입자의 실제 상태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양자역학의 금지영역을 탐험해온 것이죠. 금지 영역이란 바로 아무도 관찰하지 않을 때도 양자 입자의 궤적을 명확히 그리는 것이죠.”

파동함수가 양자 입자의 실체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이번 연구가 사실로 확정된다면 이는 양자역학 해석, 나아가 물리학사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자역학의 가장 큰 논란은 파동함수가 위상공간의 추상적인 파동을 기술할 뿐 전자와 같은 실제 입자를 기술한다고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막스 보른의 ‘확률해석’에 따라 파동함수의 파동은 실제 파동이 아니라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나타낸다는 것으로 정리된 상태다.

그러나 파동방정식 창안자인 슈뢰딩거는 방정식의 파동이 실재의 직접적인 물리적 그림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슈뢰딩거가 깨어나 아르비손-슈쿠르의 얘기를 듣는다면 아마도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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