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호킹, 그리고 시간여행

조송현 승인 2018.11.28 15:04 | 최종 수정 2019.12.02 17:07 의견 0
Lwp Kommunikáció/Flickr, CC BY-SA, CC BY-SA
생전 스티븐 호킹. 출처 : 더컨버세이션(Lwp Kommunikáció/Flickr, CC BY-SA, CC BY-SA)

지난달 영국에서 발간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유고집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Brief Answer to the Big Question)'이 과학계의 관심을 끈다. 그야말로 과학계의 큰 질문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에 따르면 호킹은 이 책에서 "신은 없다. 누구도 우주를 관장하지 않는다"며 종전의 무신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호킹은 "외계에 지적생명체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좀 더 발전할 때까지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질문에) 답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외계 생명체 존재 역시 생전 호킹의 지론이었다.  

특히 호킹은 시간 여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호킹은 유고집에서 "현재의 이해 정도를 근거로 볼 때, 시간 여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몇 세기 안에 인간이 태양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거로의 시간여행마저 가능하다고 한 것은 아니다. 시간순서보호 가설(The 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은 그가 평생 견지한 지론이다.  

최근 세계적인 대안언론인 '더 컨버세이션(The Coversation)'은 스티븐 호킹의 유작 발간에 즈음에 영국 노팅엄대학교 입자 우주론 그룹(물리학·천문학 대학)의 피터 밀링톤 연구원의 '아인슈타인과 호킹, 그리고 시간여행'에 관한 과학에세이(원제 : Stephen Hawking’s final book suggests time travel may one day be possible – here’s what to make of it)를 실었다.

다음은 기사 전문을 번역한 내용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간여행 연구를 위한 보조금을 신청했다면, 그 제안은 즉시 묵살되었을 것이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작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Brief Answer to the Big Question)에 나온 문구이다. 그는 옳았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것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그의 주장도 맞다. 우리의 현재 이해수준으로는 시간여행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스티븐 호킹은 매우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오늘 당장은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겠지만, 미래에는 가능할까?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부터 시작해보자.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하여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실제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들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신호는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지만, 그 신호가 우리에게 도착할 때 까지는 조금의 시간은 걸린다.

우리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지금’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알버트 공간과 시간에 관한 아인슈타인 이론의 핵심이다.

빛의 속도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은 시공간의 일부이며, 우리는 공간에서 거리가 있는 것처럼 시간의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버밍엄에서 런던까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냐고 물을 때, 우리는 기꺼이 ‘약 2시간30분’이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의미하는 것은 그 여행은 평균속도가 시간당 80km 걸렸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우리의 표현은 버밍엄이 런던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콕스와 제프 포쇼는 그들의 책 ‘왜 E=mc²인가?’에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의 통화(currency)를 가진 무언가를 통해 상호 변환될 수 있다고 썼다.

아인슈타인의 지적인 도약은 시간에서 시공간 거리의 교환비율이 보편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빛의 속도라는 것이다.

빛의 속도는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신호 중에 가장 빠른 신호이며, 우주의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우리가 얼마나 빨리 알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한계를 설정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인과관계'를 주며, 이 법칙은 항상 원인이 있은 후에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론적이지만 심각한 골칫거리이다. 내가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여 내 출생을 막는 행위를 하는 것은 '나라는 결과를 나의 출생이라는 원인' 이전에 놓는 것이다.

만약 빛의 속도가 보편적이라면, 우리는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이를 진공상태에서 초당 299,792,458m로 측정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라면, 그 결과 공간과 시간 그 자체는 절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움직이는 시계가 움직이지 않는 시계보다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약 내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에 돌아오면 나한테는 시간이 지구에 남아있던 그 누구에게보다 천천히 흘렀을 것이다. 모두들 내가 자신들보다 나이를 천천이 먹는다고 단정할 것이다. 입장을 바꿔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를 빨리 먹은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빨리 움직일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간다. '상대성'이라는 단어가 핵심인데 시간은 빨리 움직이는 당신에게는 평상시처럼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신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이 만약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인다면 시간이 얼어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당신의 입장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빛보다 더 빨리 여행하다면 공상과학소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을까?

불행히도 사람을 빛의 속도 이상은 말할 것 없고, 빛의 속도만큼 가속시키는 데도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시간은 단순히 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앞으로와 뒤로'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더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인과관계의 법칙은 위반되며 원인과 결과의 개념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웜홀

아인슈타인은 또한 중력은 (물체의) 질량이 공간과 시간을 왜곡하는 과정의 결과라고도 말했다. 우리가 공간의 영역으로 더 많은 질량을 넣을수록, 더 많은 시공간이 왜곡되고 시간은 더 느리게 흘러갈 것이다. 우리가 충분히 많은 질량을 밀어넣는다면, 시공간은 너무 휘어져 빛조차도 그 중력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이 형성된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블랙홀의 가장자리인 사건의 지평선에 접근한다면 시간은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한히 느리게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대답은 어쩌면, 우리가 필요한 공간의 휨은 통과 가능한 웜홀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안정화시키기 위서는 음의 에너지 밀도 영역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19세기 고전물리학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양자역학이론은 금지하지 않을지 모른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빈 공간은 비어 있지 않다. 대신에 그것은 존재가 나타나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입자쌍들로 가득하다. 만약에 우리가 다른 곳보다 더 적은 수의 입자쌍 생겼다 사라졌다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공간은 음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결합한 일관된 이론을 찾는 것은 이론 물리학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이다. 하나의 후보인 끈이론(더 정확히는 M이론)이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줄지 모른다.

M이론에서는 시공간이 11차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이동하는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 그리고 7개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구부러진 차원들이다. 공간과 시간을 질러가기 위해 우리가 이런 여분의 공간차원을 사용할 수 있을까? 호킹은 적어도 희망적이었다.

역사의 보존

그래서 시간여행은 실제로 가능할까? 우리의 현재 이해로는 그것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답은 아마 "노(no)"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아주 작은 규모의 시공간 구조를 묘사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연의 법칙이 종종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완전히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들은 항상 자기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공상과학소설의 시간여행에서처럼 원인과 결과가 망가지는 역설의 여지는 거의 없다.

스티븐 호킹의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젠가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대체할 미지의 물리학 법칙이 당신과 나와 같은 큰 물체들이 시간을 앞-뒤로 훌쩍 넘어다니는 것을 못하도록 공모할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는 이 유산을 그의 '연대기보호추측, 혹은 시간순서보호 가설(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이라고 부른다.

미래에 타임머신이 있든 없든 간에, 산에 오르거나 빠르게 차를 몰 때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래서 '시간여행자인 척 하는 날pretend to be a time traveller day(12월 8일)'에는 당신이 단지 희망의 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이미 시간여행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 기사 출처 The Conversation : Stephen Hawking’s final book suggests time travel may one day be possible – here’s what to make of it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번역 도움 : 신창민·부산대 물리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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