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블랙홀은 초공간 여행을 위한 포털"

조송현 승인 2019.01.11 14:48 | 최종 수정 2019.01.12 14:30 의견 0
The fictional Miller’s planet orbiting the black hole Gargantua, in the movie ‘Interstellar.’ (interstellarfilm.wikia.com)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회전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와 그 주위를 도는 작은 밀러 행성. 출처 : interstellarfilm.wikia.com

회전하는 블랙홀이 초공간(hyperspace) 여행을 위한 출입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다트머스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Dartmouth)과 조지아 그위닛대학(Georgia Gwinnett College)의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D 최근호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회전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실제로 성간우주 여행의 포털로 사용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정이 포함된 이론상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론적인 가능성은 현실화와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다음은 이번 연구팀장인 다트머스대학 물리학과 가우라프 칸나 교수가 국제대안언론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논문해설 에세이 '회전하는 블랙홀은 초공간 여행의 포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이다. 

가우라프 칸나 교수
가우라프 칸나 교수

가장 사랑받는 공상과학영화의 각본 중 하나는 블랙홀을 다른 차원이나 시간 또는 우주로 여행하는 출입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이 이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현실에 더 가까워졌을 수 있다.

아마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일 것이다. 블랙홀은 죽어가는 별을 찌부러뜨리는 중력에 의한 결과로, 진짜 특이점을 생성시킨다. 이것은 하나의 별 전체가 하나의 점으로 압축될 때 생기는 일로, 무한한 밀도를 가진 물체를 생성한다.

밀도가 높고 뜨거운 특이점은 시공간의 피륙에 스스로 구멍을 뚫는데, 어쩌면 초공간 여행의 기회를 열어줄지 모른다. 다시 말해 짧은 시간 안에 우주 규모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공간을 통과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전에는 블랙홀을 이런 형태의 출입구로 사용하려고 하는 어떤 우주비행선이든 간에 최악의 자연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겁고 밀도 높은 특이점은 우주비행선이 완전히 증발하기 전, 점차 커지는 불쾌한 국수효과(조석력에 의해 길게 늘어지는 현상)과 찌부러짐을 참아내도록 할 것이다.

매사추세츠 다트머스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Dartmouth)의 우리 팀과 조지아 그위닛대학(Georgia Gwinnett College)의 한 동료와 함께 블랙홀들이 다 똑같이 생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블랙홀로 날아들다

만약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한 궁수자리 A*(Sagittarius A*)와 같은 블랙홀이 거대하고 회전한다면, 우주비행선에 대한 전망은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주비행선이 맞서야 하는 특이점이 매우 조용하기 때문이고 매우 평화로운 통과를 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회전하는 블랙홀 내부의 특이점이 엄밀히 말해 ‘약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특이점과 상호작용하는 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이 직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2000도에 달하는 촛불에 손가락이 타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일반적인 경험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와 동료 리오 부르코(Lior Burko)는 20년이 넘도록 블랙홀의 물리적 성질을 연구해왔다. 2016년에 나의 박사과정 학생인 캐롤라인 맬러리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영감을 받아 쿠퍼(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매튜 맥거너히의 역할)가 가르강튀아(빠르게 회전하며 태양의 1억 배에 해당하는 초대(超大)질량의 가상의 블랙홀)로의 깊은 추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인터스텔라’는 노벨상을 수상한 천체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의 책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가르강튀아의 물리적 성질들은 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줄거리이다.

20년 전 물리학자 아모스 오리(Amos Ori)의 연구를 발판으로, 맬러리는 그의 강력한 컴퓨팅 기술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으로 무장하고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그 모델은 우주 비행선이나, 어떤 큰 물체가 궁수자리 A*와 같이 회전하는 거대 블랙홀에 빠질 때 반드시 겪게 되는 대부분의 물리적 성질들을 포함한다.

심지어 덜컹거리지도 않는다고?

그녀가 밝혀낸 것은 회전하는 블랙홀로 빠지는 물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른바 내부 지평선 특이점(inner horizon singularity)을 통과할 때 무한히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특이점은 회전하는 블랙홀로 들어가는 물체가 움직이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알맞은 환경에서는 이런 효과들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을 것이고 특이점으로의 상당히 편안한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사실, 빨려 들어가는 물체에 대해 눈에 띌만한 영향이 아예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은 거대하며 회전하는 블랙홀을 초공간 여행을 위한 출입구로 사용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또 맬러리는 과거에는 진가를 알지 못했던 한 특징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회전하는 블랙홀일 경우, 특이점은 우주선의 늘어남과 찌그러짐 주기를 빠르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르강튀아와 같은 매우 큰 블랙홀은 이런 효과의 세기가 매우 약하다. 그래서 우주비행선이나 승객들은 이 효과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효과들이 무한정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비행선이 블랙홀 근처로 갈 때 우주비행선에 받는 부하(힘)가 무한정 커지려는 경향을 보여도 그 효과들은 유한하게 유지된다.

맬러리의 컴퓨터 모델의 관점에서 간소화한 중요한 가정들과 그에 따른 유의할 점이 있다. 주요 가정은 블랙홀이 완전히 고립된 것이어야 한다. 이는 근처의 다른 별이나 흡수되는 복사(radiation) 같은 것에 의한 지속적인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은 중요한 간소화를 가능하게 했지만 대부분의 블랙홀들이 먼지나, 가스, 복사들과 같은 우주 물질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맬러리 연구의 자연스러운 확장은 더 현실에 가까운 천체물리학적 블랙홀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맬러리의 블랙홀이 물체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컴퓨터 모의실험 접근법은 블랙홀 물리학의 분야에서 매우 흔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블랙홀의 내부나 근처에서 실제 실험을 수행할 능력이 아직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예측과 새로운 발견에 의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이론이나 모의실험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 기사출처 : ♠The Conversation, Rotating black holes may serve as gentle portals for hyperspace travel 
♠Physical Review D, Physical objects approaching the Cauchy horizon of a rapidly rotating Kerr black hole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번역 도움 : 이정훈·부산대 물리학과4)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