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끈(cosmic string)이 쌍소멸로부터 우주를 살렸다고!

미국-일본-캐나다 연구팀 논문,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려
우주 초기 상 전이로 생긴 우주 끈이 반물질을 물질로 바꿔

조송현 승인 2020.02.14 23:32 | 최종 수정 2020.02.15 00:00 의견 0
우주 끈(cosmic strings) 이미지. Chris Ringeval/CC0 1.0

빅뱅(big bang) 이론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우주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동일한 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빛을 남기고 사라진다(쌍소멸). 우리 우주는 빛만 가득 차 있고, 별과 은하, 그리고 우리 존재는 생겨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주는 그렇지 않다. 이게 우주론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우주에 우리 인간을 비롯한 물질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초기 우주 어느 시점에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맞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물질이 조금 더 많았던 것이다. 만약 물질과 반물질이 동일하게 생산되었다면, 어느 순간 반물질이 물질로 변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일본 캐나다 공동연구팀이 ‘우주 끈(cosmic strings)’이 반물질이 물질로 바뀌는 데 역할을 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 논문은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실렸다.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반대되는 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반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기본 입자 중 중성 전하(0)를 가진 입자가 있다. 바로 중성미자(neutrino)이다. 0의 반대는 여전히 0이다. 중성미자는 그들 자신의 반물질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초기 우주 어느 때쯤 반물질-중성미자가 물질-중성미자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우주가 ‘상 전이(phase transition)’를 겪을 때 그런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이 증기로, 냉각수가 얼음이 되는 현상이 바로 상 전이다. 상 전이는 임계 온도라 불리는 특정 온도에서 일어난다. 특정 금속이 극저온으로 냉각되면 초전도체가 되는 것도 상 전이에 의해서다. 이처럼 특정 온도에서 상 전이가 일어날 때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연구팀의 공동저자인 히토시 무라야마(Hitoshi Murayama) 교수는 “초기 우주에서 일어난 상 전이는 ‘우주 끈’이라 불리는 매우 얇은 자기장의 관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우주 끈들은 우주에 스며들어 있는데, 마치 물이 얼 때 얼음에 균열이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 우주 끈들이 반물질-중성미자를 물질-중성미자로 바꾸는 데 필요한 자극을 주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이러한 우주 끈의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관측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 끈을 만든 상 전이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가 형성된 빅뱅 이후 38만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짐작된다(아래 그림 참조). 이 시기는 우리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시간보다 더 먼 과거이다. 망원경으로 볼 수 없다면 어떻게 우주 끈을 찾을 수 있을까?

빅뱅 이후 우주 사건의 연대표. 인플레이션(급팽창)과 우주배경복사 중간에 상 전이(phase transition)가 일어나 우주 끈이 생겨났다.
R. Hurt/Caltech-JPL, NASA, ESA, Kavli IPMU

연구팀은 우주 끈 관측 방법으로 중력파를 제안했다. 우주 끈들은 형성될 때 초기 우주에 중력 자국을 남겼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2015년 이후 우리는 블랙홀 융합 시 방출한 중력파를 검출해왔으니 우주 끈으로 인한 중력파 검출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그레이엄 화이트(Graham White)는 “최근 중력파의 발견은 우주가 중력에 투명하기 때문에 우주의 먼 과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가 오늘날보다 1조에서 1조에서 1조배 더 뜨거웠을 때 중성미자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방식으로 행동했을(반물질-중성미자에서 물질-중성미자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서 “우리는 그들(중성미자들)이 아마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탐지 가능한 중력 파동들을 남겨두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LISA, BBO 또는 DECIGO와 같은 중력파 탐지기들이 우주 끈을 관측하고 우주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사 출처 : ♠Physical Review Letters, Testing the Seesaw Mechanism and Leptogenesis with Gravitational Waves
DOI: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4.041804
New Atlas, "Cosmic strings" may have stopped the universe from destroying itself
https://newatlas.com/physics/cosmic-strings-matter-antimatter-imbalance-neutrinos/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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