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field)이라는 새로운 물질, 뉴턴역학을 무너뜨리다

장(field)이라는 새로운 물질, 뉴턴역학을 무너뜨리다

조송현 승인 2017.04.23 00:00 | 최종 수정 2018.09.13 09:45 의견 0
장(field)의 개념을 창안한 패러데이. 그는 성실과 겸양의 미덕을 지닌 위대한 실험물리학자라는 칭송을 듣는다. 출처: 위키인용집
장(field)의 개념을 창안한 패러데이. 그는 성실과 겸양의 미덕을 지닌 위대한 실험물리학자라는 칭송을 듣는다. 출처: 위키인용집

우주관 오디세이 - 장(field)이란 새로운 물리 개념의 등장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연구로 인해 전기와 자기가 내적으로 깊게 결합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장(field)이란 새로운 개념이 물리학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물리적 실재로서 장이라는 개념의 등장은 뉴턴 이후 가장 큰 혁명적 변화로 꼽힙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물질’은 입자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물질은 고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들은 모두 기본 입자들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런 물질 관념이 형성된 데는 뉴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는 물질을 미시입자의 형태로 묘사했으며, 이 미시입자들이 모여 다양한 크기의 거시적인 물체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뉴턴은 이 같은 물질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의 물질적 통일성과 규칙성, 인과 관계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와 자기 연구에 의해 장 형태의 새로운 물질이 나타났습니다. 전자기장의 발견은 물리학이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들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뉴턴역학이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물질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따라서 뉴턴역학이 전자기장의 여러 현상을 매끄럽게 설명해내지 못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고전역학은 주로 물질의 양(量)인 질량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질량 개념이 없는 장을 다루는 데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의 등장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비단 물리학뿐 아닙니다. 이른바 세계가 기본 물질(입자)의 총합으로 구성돼 있다는 기계론적 세계관도 토대부터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입자의 성질과 장의 속성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됩니다. 뉴턴역학에서는 입자를 불연속적인 형태로, 장은 연속적인 매질로 생각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입자와 장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치부했습니다.

전자기학이 정립되면서 자연의 모든 현상이나 성질은 입자에 의한 것이거나 장에 의한 것의 둘 중 하나라는 이분법이 득세하고 있었습니다. 원자론자들은 불연속성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고, 세계를 전자기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연속성을 절대화했습니다. 따라서 입자와 장의 통일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처음엔 유용한 모형으로서 도입된 장의 개념이 점점 물리적 실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1885년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전기진동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이것이 반사, 굴절, 편이 등에서 완전히 빛과 동일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증했습니다. 맥스웰의 ‘전자기장’의 실재가 실험적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은 장의 물리적 성질과 뉴턴역학의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로렌츠는 여기서 나아가 전자(electron)가 장의 물리적인 원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렌츠 이론은 입자가 장을 만든다는 것으로 입자와 장의 이분법적인 사고, 즉 물질적 세계를 기계적으로 보는 관점에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리하여 물리적인 대상인 물질은 입자와 장을 포괄하는 한층 넓은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장의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입자와 장은 상호 전환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로부터 장은 물질적인 속성을 갖고 있으며, 장과 입자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고가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현대 과학에서는 상식으로 통합니다. 입자와 반입자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전자기장이나 다른 물리적인 장의 양자(quantum) 형태로 변화하며, 거꾸로 물리적인 장과 입자가 상호 작용하면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은 입자 형태의 물질과 장 형태의 물질 사이에 긴밀한 내적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전자기장의 실재는 확인되었으나 그 역학적 메커니즘이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물체 사이의 전기적 및 자기적 상호작용은 유한한 속력으로 공간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습니다. 이는 순간적으로 작용하는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뉴턴역학과 상충됩니다.

만약 장(field)을 발생시키는 전하가 움직이거나 사라진다면, 이러한 변화의 효과는 멀리 떨어진 전하에 대해 연속적(즉각적)으로 전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상호 작용하는 두 전하 A, B 중 A가 움직였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A 장의 전달속도가 유한하므로 매우 짧은 순간 동안 B는 A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시적이나마 뉴턴의 제3법칙(작용 반작용 법칙)을 위배하는 전기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맥스웰 이후에는 물리적 실재가 뉴턴역학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연속적인 장을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장의 개념이 ‘뉴턴 이래 물리학이 알게 된 가장 심오하고도 풍요로운 개념’이라고 평가하면서 상대성이론은 장의 물리적 성질과 뉴턴역학의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등장한 장의 개념이 뉴턴역학 체계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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