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선물,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어떻게 탐지했을까?

아인슈타인의 선물,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어떻게 탐지했을까?

조송현 승인 2017.06.14 00:00 | 최종 수정 2018.10.08 01:01 의견 0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팀이 2016년 2월 중력파 탐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킵 손 교수, 라이너 와이즈 LIGO 공동설립자,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LIGO 대변인(루이지애나 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실험 책임자인 데이비드 라이츠 소장(오른쪽부터). 사진=LIGO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팀이 2016년 2월 중력파 탐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킵 손 교수, 라이너 와이즈 LIGO 공동설립자,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LIGO 대변인(루이지애나 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실험 책임자인 데이비드 라이츠 소장(오른쪽부터). 사진=LIGO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우주관 오디세이-중력파 탐지

영국의 왕립천문학회 간사였던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은 상대성이론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세계대전에서 영국과 아인슈타인의 국적인 독일이 앙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상황에 굴하지 않은 에딩턴의 학문적 소신은 높이 살 만한 것입니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데 결정적인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언한 빛의 휨 현상을 확인하기 위한 ‘일식 실험’입니다.

아인슈타인은 1907년 등가원리를 이용해 중력장에서 빛이 휜다는 사실을 예언했습니다. 또 완성된 중력장 방정식을 이용하여 태양에 의한 별빛의 휘어짐을 계산했습니다. 그것은 1.74초(약 2000분의 1도)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실험방법도 제시했습니다.

실험의 기본 아이디어는 별빛이 곧바로 지구에 올 때와 태양을 스쳐지나 올 때의 별빛의 각도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태양이 없는 밤에 특정 별에 초점을 맞춰 하늘 사진을 찍습니다. 그 다음 몇 달 뒤 태양이 이 별 앞에 있을 때 같은 사진을 찍습니다.

태양이 있을 경우 태양빛이 별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낮에 달이 태양을 가려 주변의 별빛이 드러나는 일식 때 찍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일식이 일어날 때의 낮에 찍은 사진과, 같은 하늘을 다른 계절의 밤에 찍은 사진을 서로 비교하면 태양 부근에 있는 별들의 위치가 조금 어긋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1919년 에딩턴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탐사대를 이끌고 5월 29일 일어날 일식 관측에 나섰습니다. 관측 가능 지대는 브라질 해안에서 적도 아프리카에 이르는 적도 부근 대서양이었습니다. 에딩턴은 서아프리카 해안의 기니 만에 있는 프린시페 섬(island of Principe)에서, 앤드루 크로멜린이 이끄는 다른 팀은 브라질 북부 아마존 정글에 있는 소도시 소브할(Sobral)에서 각각 캠프를 차렸습니다.

프린시페 섬 시간으로 오후 3시13분부터 일식이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비가 퍼부었습니다. 에딩턴은 역사적인 실험을 망치지 않을까 안달이 났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일식 시작 시각이 되자 날씨가 개면서 별빛이 드러났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탐사대가 영국으로 돌아와 자료를 분석하는 데는 한 달 정도가 걸렸습니다. 에딩턴이 자신의 팀이 찍은 일식사진과 몇 달 전 같은 망원경으로 찍어둔 사진과 비교했더니 평균적으로 1.61초의 편차가 발견되었습니다. 소브할 팀의 편차는 1.98초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둘의 평균값 1.79초는 아인슈타인의 예측치 1.74초와 실험 오차범위 안에서 일치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이 판명된 것입니다. 에딩턴은 이 실험 결과를 얻은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에딩턴의 빛의 휨 현상 확인 - "인간사고의 가장 위대한 성과"

이 같은 실험결과는 런던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가 그해 11월 6일 피카딜리의 부르링턴 하우스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회의장 분위기에 대해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는 정확히 그리스 연극과 같았다. 우리는 운명의 평결을 언급하는 코러스였다. 회의장 배경에 드리워진 뉴턴의 초상은 ‘가장 위대한 과학이론이 200여 년이 지난 바로 지금 첫 번째 수정을 수용해야 할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듯했다.”

왕립천문학회 천문학자 프랑크 다이슨 경이 첫 연사로 나서서 “사진을 세심하게 검토한 결과 아인슈타인 교수의 예측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증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아인슈타인 교수의 중력이론에 따라 빛이 꺾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확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고 선언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왕립학회 회장인 톰슨(J. J. Thomson)은 엄숙하게 “이것은 인간 사고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이며, 뉴턴의 중력이론이 발표된 이래 중력과 관련되어 이루어진 가장 위대한 발견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에딩턴이 회의장을 떠날 때 상대성이론에 회의적인 과학자 루드비히 실버스타인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지 세 사람에 불과하다고들 합니다. 에딩턴 경이 그 중 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수줍은 성격인 에딩턴은 그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실버스타인은 “겸손해 할 것 없습니다. 에딩턴 경!”하고 말했습니다. 이에 에딩턴이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나는 그 세 번째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잠시 생각한 것뿐입니다.”

빛의 휨 현상을 확인하기 위한 일식 실험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극도로 정밀하게 검증되었습니다. 1970년 천문학자들은 극히 먼 거리에 있는 두 퀘이사(quasar, 준항성)에서 오는 빛의 경로를 측정한 결과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예측한 대로 휘어졌습니다.

중력의 적색편이 - 중력장에서 시간 지연

중력의 적색편이와 시간 지연 효과의 물리적 근원은 사실상 같습니다. 우리는 이를 앞에서 ‘가속 중인 우주선에서 시계 맞추기’ 사고실험과 ‘회전 기준계 위의 시계’ 사고실험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회전하는 원판의 가장자리에 있는 시계는 안쪽에 있는 시계보다 느리게 갑니다. 회전으로 인한 원심력은 등가원리에 따라 중력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중력은 시계를 느리게 가게 한다는 결론이 유도됩니다. 물론 시간 지연 효과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서도 나타납니다.

중력의 적색편이 현상에 대한 검증은 에딩턴의 일식실험과 달리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침내 1959년 하버드대학교의 로버트 파운드(Robert V. Pound)와 레브카(G. A. Rebka)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 적색편이, 즉 강한 중력장에서의 시간 지연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이들은 하버드대학 실험실 지하에서 지상 22m 위의 지붕으로 방사선을 방출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극도로 정교한 측정 장치를 이용해 방사선이 지하에서 지붕까지 여행하는 동안 지구의 중력에 의해 방사선(광자)의 에너지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1977년 천문학자 제시 그린스타인(Jesse Greenstein)과 그의 동료들은 십여 개의 백색왜성에서 시간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강한 중력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속도뿐 아니라 중력에 의한 효과를 보정한 정밀한 원자시계(인공위성에 실린)가 있기에 가능해졌습니다.

중력파 -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일반상대성이론의 검증 실험 가운데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효과가 전자기파처럼 빛의 속도로 전달될 것이라며 중력파를 예언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은 중력파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에 어림계산을 통해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파동과 같은 중력의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제기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 파동은 시공간을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또 1937년 아인슈타인은 제자 나단 로젠(Nathan Rosen)과 함께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중력파에 관한 정확한 해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중력파는 일반상대성이론을 확증해 줄 또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당시 관측 능력으로는 중력파의 존재를 검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인슈타인은 낙담했습니다. 그는 중력파의 존재를 확신했지만 생애 동안 확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인슈타인 사후 30년 러셀 헐스(Russel Hulse)와 조셉 테일러(Joseph Taylor)가 1974년 처음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1993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지구로부터 1만60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의 무게 중심을 공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중력파를 방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던 것입니다. 또 테일러 등은 1982년 이들 중성자별의 공전궤도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중력파 방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 때문으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에서 예측한 값과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마침내 2015년 라이고(LIGO) 과학연구협력단이 운영하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가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 만에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LIGO는 2015년 9월14일 두 곳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동시에 중력파를 탐지했습니다. 연구진은 관측 신호를 분석한 결과 중력파가 태양의 29배와 36배의 질량을 갖는 두 블랙홀이 서로 마주보며 돌다가 마침내 충돌해 태양의 62배 질량을 갖는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방출되었으며, 이 사건이 13억 년 전(13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상공에서 본 LIGO 워싱턴 주 핸포드 관측소(왼쪽). LIGO 관측소 안의 중력파 검출기 개념도(오른쪽).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똑같던 두 간섭계 팔의 길이가 약간 차이가 나게 되고, 이에 따라 양쪽 간섭계 팔을 왕복하는 레이저 파장의 위상 변화가 일어나 측정 장치에 간섭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상공에서 본 LIGO 워싱턴 주 핸포드 관측소(왼쪽). LIGO 관측소 안의 중력파 검출기 개념도(오른쪽).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똑같던 두 간섭계 팔의 길이가 약간 차이가 나게 되고, 이에 따라 양쪽 간섭계 팔을 왕복하는 레이저 파장의 위상 변화가 일어나 측정 장치에 간섭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LIGO는 미국 리빙스턴(루이지애나 주)과 핸포드(워싱턴 주)에 위치한 중력파 관측소인데, 똑같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똑같은 현상을 탐지함으로써 관측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라이고 관측소에는 ㄴ자 모양으로 생긴 4km 길이의 레이저 간섭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력파가 지구로 온다면 그 방향에 평행인 간섭계 팔의 길이는 줄어드는 반면, 그와 직각인 간섭계 팔의 길이는 그대로일 것입니다.

라이고의 이번 발견은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면서 일으킨 시공간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중력파 자체를 최초로 검출한 것입니다.

LIGO는 이어 같은 해 12월 26일 14억 광년 거리에서 마주 돌던 두 블랙홀이 충돌해 태양의 21배 질량인 블랙홀이 형성될 때 발생한 중력파를 탐지했습니다. 또 2017년 1월4일에는 세 번째로 30억 광년거리에서 마주 돌던 두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49배인 블랙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중력파를 검출했습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장 방정식, 그리고 여기서 유도된 중력파를 의심하는 물리학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중력파 탐지를 통해 우주의 역사를 읽어내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후배들에게 우주의 맨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력파’라는 새로운 도구와 창을 선물로 남긴 것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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