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성이론'을 향한 아인슈타인의 문제의식, "물리법칙은 왜 관성계와 비관성계를 차별할까?"

'일반'을 향한 아인슈타인의 문제의식, "물리법칙은 왜 관성계와 비관성계를 차별할까?"

조송현 승인 2017.05.26 00:00 | 최종 수정 2018.09.28 17:40 의견 0
재작년 일반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인슈타인과 일반상대성이론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사진=미국물리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 홈페이지
2015년 일반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인슈타인과 일반상대성이론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사진=미국물리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 홈페이지

우주관 오디세이-일반상대성이론을 향한 아인슈타인의 문제의식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자마자 이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아니, 만족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특수상대성이론은 가속과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특수’한 물리적 환경에서만 성립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속과 중력이 작용하는 ‘일반적인’ 물리적 환경에서도 성립하는 이론을 창안하기 위해 멀고 힘든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우선, 특수상대성이론이 가속도 운동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 이론이 관성계에서만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의 토대, 즉 2대 공준 중 하나인 상대성 원리에서 연유합니다. 상대성 원리는 서로 등속 운동(비가속도 운동)하는 관성계에서는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원리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가 관성계인 만큼 비관성 운동인 가속도 운동을 포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자연계의 거의 모든 운동은 관성적이지 않습니다. 활주로를 이륙해 하늘을 날다가 다시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 파도에 흔들리며 나아가는 여객선의 운동은 모두 관성 운동과 거리가 멉니다. 지구를 공전하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도 원심력과 중력을 동시에 받는 비관성운동이며,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도 엄격히 말하면 관성계가 아닙니다.

하나의 자연법칙이 관성계에서는 성립하고 다른 기준계, 즉 가속 운동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자연은 왜 이처럼 관성계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을까요?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가진 뉴턴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 전제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의문을 던졌습니다. “특정 기준계가 다른 기준계에 대하여 우위를 갖는 것은 대체 어찌된 일일까? 이러한 선호에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사물의 이러한 조건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의 토대인 상대성 원리를 확장할 방법을 모색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성계 내에서 물리 법칙이 똑같이 성립한다는 것이 상대성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관성계와 비관성계에서도 물리 법칙이 똑같이 성립하도록 만족시키는 원리가 있다면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가속도 운동을 상대화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일반화한 ‘상대성의 일반원리(general principle of relativity)’를 향한 모험적인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또 다른 한계는 중력의 영향 아래에서 성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력을 설명하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특수상대성이론이 관성계의 토대 위에 세워진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관성계가 되기 위해서는 가속도뿐 아니라 중력이 작용해도 안 됩니다. 그러나 온 우주에는 크든 작든 중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 지구 위의 모든 물체도 중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특수상대성이론이 뉴턴의 중력이론과 충돌을 빚는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에게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잘 알다시피 특수상대성이론은 상대성 원리와 함께 ‘광속불변의 원리’라는 전제 위에 세워졌습니다.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며, 모든 물체의 속도는 광속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의하면 중력은 즉각적으로 전달됩니다. 중력의 전달속도가 무한대인 것입니다.

만약 태양이 지금 당장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태양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볼 것입니다.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8분 동안뿐이겠지만요. 그런데 우리는 지구가 갑자기 공전궤도를 이탈하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뉴턴의 중력이론대로라면, 태양의 중력은 태양과 함께 즉각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보이는데 태양의 중력은 사라진 모순적인 상황이 8분가량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물리적 사실과 다른 상상입니다. 실제로는 태양이 갑자기 사라졌을 경우, 태양이 보이지 않는 시점과 지구가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꼭 같을 것입니다. 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밝힌 사실이지만 중력도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가속과 중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성립하도록 일반화하는 일이 시급함을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그가 이 야심 찬 계획을 막스 플랑크(플랑크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지지해준 과학자이다.)에게 말하자 플랑크는 다음과 같이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나이를 좀 더 먹은 친구로서 반대편에 서서 충고하겠는데, 우선 성공할 것 같지 않고, 성공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네. 단, 성공한다면 자네는 제2의 코페르니쿠스로 불릴 걸세.”

플랑크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리학사에 있어 제2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빛나는 업적이자 과학사상 가장 우아하고 위대한 성취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상대성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를 2대 공준으로 삼았다면, 일반상대성원리는 가속도와 중력장이 물리적으로 동등하다는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와 ‘일반공변 원리(principle of general covarience)’를 두 기둥으로 하여 세워졌습니다. 이것은 우주의 구조를 설명해주는 이론인데, 물질이 우주적 실체이며 이 물질로부터 시간-공간이 구성된다는 혁명적인 사실을 펼쳐 보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보다 이해하기 더 어렵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라는 인간의 감각으로 인지하기 힘든 물리량에 대한 이해의 문제였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중력)에 대한 수학적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 수학(리만기하학)은 난해하기 그지없어 아인슈타인조차도 수년 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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