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창조도시 부산' 소프트전략 (13)‘사람 중심 보행도시 부산’ ... 탈자동차 마인드와 자전거 재발견에서부터

김 해창 승인 2019.05.17 13:33 | 최종 수정 2019.05.17 17:58 의견 0
「걷기 좋은 도시 및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서울과 싱가포르로부터의 교훈(Walkable and Bikeable Cities-Lessons from Seoul and Singapore)」(2016) 표지.

민선 7기 오거돈 시정이 2019년 1호 정책으로 발표한 것이 ‘사람중심 보행도시’이다. ‘막힘없이 걱정없이 마실가듯 모두 다 같이 걷는 시민행복 부산’을 비전으로 내걸고 ‘내집 마당처럼 편안한 사람 중심 보행도시’를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보행길 5대 추진전략도 ‘막힘없이(연속)’, ‘걱정없이(안전)’, ‘마실가듯(편리)’, ‘소풍가듯(매력)’, ‘모두다같이(함께)’로 잡았다. 세부 추진과제로는 △생태공원 연결하는 낙동강 보행전용교 설치 △보행자 안전을 위한 ‘안전속도5030’ △길 학교 개설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 다양화 △부산보행길 마스터플랜 수립 및 부산형 테마거리 조성 △2019 ATC(아시아트레일즈컨퍼런스) 성공 개최 및 2022 WTC(월드트레일컨퍼런스) 유치 등 35개를 추진하기로 한다. 35개 과제 추진을 위해 들어갈 재원은 1조837억 원으로, 2019년 한해 1,432억 원(공원일몰제사업 997억 원 제외시 435억 원) 규모로 과거 시정에 비하면 가히 ‘혁신적’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35개 과제 상당수가 ‘하드웨어적인’ 것으로 민관이 함께 만들어갈 ‘소프트웨어적인’ 것이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인다. ‘보행권’에 대한 이해와 ‘탈자동차 선언’ 그리고 ‘근거리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재발견’이 절실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 중심 보행도시 부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행권’에 대한 가치공유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사람 중심 보행도시’의 출발은 ‘탈자동차’ 마인드와 ‘느림의 미학’을 도시에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과 불경제학을 체감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宇沢弘文)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1974)이란 책에서 1974년 도쿄도를 모델로 계산한 결과 당시 자동차 한 대당 사회적 비용이 약 1200만 엔이었고, 1990년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재론』에서는 당시 도쿄의 자동차 한 대당 사회적 비용이 7790만 엔이라고 밝혔다. 우자와는 ‘자동차의 존재로 인해 무엇을 잃고 있는가’, 즉 ‘자동차사회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누릴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했다.

일본 환경경제연구소 대표 가미오카 나오미(上岡直見)는 『자동차의 불경제학(クルマの不経済学)』(1996)에서 자동차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로 ①연간 약 1만 명의 생명(2012년 일본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수 4411명, 한국 5200명) ②아이들의 놀이터 ③건강 ④자동차로 인한 위협, 보도 무단주차, 배기가스, 즐겁게 걷거나 자전거를 탈 권리 ⑤경관의 아름다움 ⑥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 ⑦자동차소음으로 인해 조용한 생활(정온권) 등을 들었다.

가미오카 나오미는 『지구는 자동차를 견뎌낼 것인가(地球はクルマに耐えられるか)』(2000)에서 자동차가 제조에서 폐기까지 지구에 유해한 물질만 130가지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제조시에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중금속류, 벤젠, 톨루엔, 키시렌, 내분비교란물질 등이, 주행시에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입자상물질, 중금속류, 톨루엔, 벤젠, 다이옥신, 옥시던트, 알데히드류 등이 배출되고 열오염, 소음, 진동 그리고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 폐기시에는 중금속류, 프레온, 내분비교란물질이 나온다. 이 중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열오염, 프레온 등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다.

스기타 사토시(杉田廳)는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1996)에서 탈자동차를 위한 정책으로 이러한 것을 들었다. ①자동차 절대수 줄이기 ②자동차의 속도제한 ③주행장소의 제한 ④운전자 자격의 엄격화 ⑤보행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을 들었다. 자동차 절대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의 일부를 대기오염발생세, 대중교통확충세 등의 형태로 자동차 소유자에게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속도제한은 사고확률이나 소음‧진동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처럼 생활권도로 ‘시속 30km 이하’ 도입이나 지그재그도로 및 험프 설치가 한 방법인데 프라이부르크에선 사망사고가 거의 없어지고, 일본 오사카시 아베노구에서 지그재그도로를 설치해 교통량을 조사해보니 설치 이전의 약 60% 수준으로 교통량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원칙적으로 자동차의 진입을 막는 게 중요한데 교차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일반보도 같이 보도블럭 을 높게 쌓은 다음 차동차가 일시 횡단하게 하는 ‘횡단차도’ 설치방안도 있다. 또한 운전자 자격을 보다 엄격히 설정하면 사고 가능성은 격감한다. 그리고 보행과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근거리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역할에 대한 재발견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V. 헐리히(David V. Herlihy)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2004)에서 자전거는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것’을 향한 지난하고도 힘겨운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자전거예찬을 폈다. 오늘날 자동차 우선의 법체계가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발전을 완전히 저해한 사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미오카 나오미는 『자동차에 얼마나 돈이 드는가(自動車にいくらかかっているか)』(2002)에서 ①사용기간과 비용 면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효율적이며, ②소요시간 면에서 도시 안에선 자전거가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있으며, ③현재 자전거가 다니기 힘든 것은 자동차 위주의 잘못된 도로체계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를 실험을 통해 비교했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사용시간과 비용을 비교한 결과 10년간 매일 1시간 정도 이용할 경우 시간당 자전거는 약 123원인데 자동차는 약 7776원으로 자동차가 자전거에 비해 63배나 비용이 많이 든다. 이것은 주차비, 소모품․수리비, 세차비, 차량관리에 드는 신경과 시간, 폐차비용, 교통사고 위험, CO2, NOx 배출 피해손실은 제외된 것이다.

홋카이도 에베쓰 시에서의 자동차 평균 시속 20km, 주차장 출입시간 5분, 자전거의 경우 시속 10km(변속기 부착 자전거는 시속 15km), 주차시간 2분을 기준으로 자전거와 자동차를 비교한 결과 편도 1~3km 거리의 슈퍼나 지하철역 쇼핑 시에는 양쪽이 비슷하거나 자전거가 빨랐고, 편도 4~6km를 쇼핑할 땐 양쪽의 소요시간이 비슷했다. 편도 10km 쇼핑 시 변속 자전거와 승용차간엔 7분 차이가 났고 편도 20km 쇼핑 시 변속 자전거와 자동차의 차이는 편도 22분으로 왕복 44분 차이가 났다. 편도 20km 이상일 경우 자전거보다 대중교통 이용이 바람직하지만 자전거도로 여건과 시간제약이 없다면 자전거는 자동차를 대신하는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레저용 자전거에서 일상생활에서 도시교통을 분담할 수 있는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새롭게 봐야 한다고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 선진도시는 공공자전거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자전거 ‘밸리브(Velib)’는 2007년 파리 전역으로 확대 실시됐는데 300m마다 1451개소의 자전거스테이션이 설치돼 2만600대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시민(217만 명) 100명당 자전거 1대꼴이다. 무인스테이션의 터치패널로 이용자등록, 등록료 신용카드 지불, 1회 30분 이내 승차라면 무한정 빌릴 수 있어 시민, 관광객이 널리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시도 2013년 ‘시티 바이크(citi bike)’라는 유료 공공자전거시스템을 도입했다. 시티은행 후원으로 자전거 주차장 600곳, 자전거 1만대를 비치해 연중무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경남 창원시의 공영자전거인 ‘누비자’와 대전광역시의 ‘탸슈’ 등이 있다.

서울시의 ‘서울 교통비전 2030’은 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내세웠던 정책으로 2013년 5월에 2030년까지 서울의 보도면적을 배로 늘리고, 세종로 등 곳곳에 보행전용공간을 조성하고, 모든 생활권도로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보행자와 자전거우선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었다. 2030년까지 시내 승용차 통행량과 대중교통 평균 통근시간을 각각 30%씩 줄이고, 녹색교통수단 이용면적 비율을 30%로 확대할 계획으로 ‘사람·공유·환경’이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2030년 승용차가 없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서울 만들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국민일보, 2013.5.23).

이러한 탈자동차와 자전거의 재발견을 바탕으로 ‘사람중심 보행도시 부산 만들기’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소프트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사람 중심 보행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가치와 이념을 담은 ‘보행자 마스터플랜’ 수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행친화적 도시일수록 시민의 1인당 GDP가 높다’(WIRED NEWS US, 2014.6.25)는 외신도 있다. 걷는 도시를 추진 위해 ‘보행자 마스터플랜’ 수립이 기본이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 중인 관련 용역이 철저하게 ‘보행권’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나왔으면 한다. 일본의 경우 ‘미노베 방정식’이라는 게 있다. 미노베 료기치 전 도쿄도지사가 1960~70년대의 도로공식이 ‘도로-차도=보도’이던 것에서 발상을 바꿔 ‘도로-보도=차도’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도쿄시의 도로를 보행자 위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그래서 부산시장을 비롯한 시청 간부들이 가능한 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근하면서 시민들과 라운드테이블 통해 대안 찾기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산하 기관과 협의를 거쳐 ‘인도에 대한 원칙’이나 ‘가로공간 가이드라인’ 등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14년 총 22개 기관과의 협의 아래 ‘인도 10계명’ 발표한 바 있다.

출처 : 픽사베이

둘째, 부산시 공무원들도 출퇴근 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적극 활용해 ‘친환경교통수단 출퇴근’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시는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통해 공무원의 ‘솔선수범’을 시민에게 보여야 한다. 현행 승용차요일제보다 전체 주행거리를 중시하는 승용차마일리지제도를 연구 도입해 전년에 비해 5%, 10%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첨권 인센티브를 도입해 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방법도 있다. 공무원 솔선수범방법으로 출퇴근 방법에 대한 토의를 거쳐, 각자가 출퇴근 방법을 지금의 자가용에서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전환하는 ‘친환경 출퇴근 계획서’를 만들어 실천하고, 시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일본 나고야시청의 경우 자동차 이용자에겐 통근수당을 깎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자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통근거리 5km 이내, 5~10km, 10~15km 거리에 따라 자전거는 4000엔, 8200엔, 8200엔으로, 자동차는 1000엔, 4100엔, 6500엔으로 차등지급한다. 그 결과 통근거리 5km 미만의 자동차 통근자가 1453명에서 747명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자전거통근자는 5km미만이 1168명에서 1378명, 5~10km가 92명에서 238명, 10~15km의 경우 13명에서 46명으로 각각 늘어났다고 한다.

셋째, 부산시청 앞~서면 중앙로까지 송상현공원을 중심으로 ‘보행자천국’을 선포해 ‘길 위의 자유’를 한번쯤은 느껴보자. 서구에서는 30여년 전부터 ‘보행자우선권(pedestrian privilege)’, ‘보행자천국’이란 말을 써왔다. 보행자천국이란 도심의 간선도로에 둘러싸인 제한된 구역 내에 제한된 시간 동안 자동차를 배제해 보행자전용지역을 만드는 방법으로 주변순환도로를 활용해 도심에 접근하도록 차량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1960년대 독일 브레멘서 처음 도입됐다. 특정한 날을 잡아 시범적으로 부산시청 앞~서면 중앙로까지 송상현공원, 부산시민공원을 포함해 ‘보행자천국’ 실시를 검토하면 좋겠다. 이 일대를 존으로 잡아 사전홍보를 통해 자동차는 외부환상도로로 접근하도록 하고 지구 내에서는 주변 상권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행자천국은 부전동 카페나 센텀시티, 남포동 등 도심 어디서든지 지역축제와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송상현공원을 중심으로 부산시청과 서면역을 중앙녹지 가로수터널로 연결하는 명물거리를 조성해보면 어떨까? 일본 가마쿠라시의 와카미야대로는 1960년대에 왕복 6차선 중 4차선을 중앙분리대 형태의 벚꽃숲(1km) 산책로를 만들고 차량은 1차선씩 일방통행을 하도록 해 도심의 명물거리가 됐다.

넷째, 아파트 단지~지하철역, 버스 정류장간이나 공공도서관, 공원 유원지에 접근 가능한 공공자전거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으로 만든 자전거전용도로는 레저용일뿐이다. 자신이 출퇴근·등하교·외출할 때 집에서 버스정류장, 지하철역과 연계되는 공공자전거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도보는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보행권 안에서 자전거로 대중교통의 역이나 정류장으로 연결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가령 수영구 남천동 S아파트 인근에는 공공자전거대여소가 있으나 오로지 레저용으로만 2시간 정도 무료 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단지 양 끝단에 남천역, 금련산역 사이를 연결하는 공공자전거시스템을 갖추면 어떨까? 관리는 노인일자리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산역 중앙로역이나 주차장과 인근 ‘둘레길’을 공공자전거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 상업시설 등과 협의해 개인 자전거보관대도 확충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재해발생 시 익숙한 대피경로와 방재거점·대피장소로 걷거나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보행공간의 네트워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방재대책으로도 매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이러한 기반 위에 시민을 대상으로 한 ‘나만의 출퇴근․통학로(걷기+자전거)’ 공모 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 길지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1년 이상 자전거 출퇴근․ 통학생 100명을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자전거안전지도 가이드북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자전거안전과 관련해 보완대책을 찾을 수 있다. 동영상 유튜브 또는 일반적인 제안 공모 통해 부산시내 지역별 ‘아름답고 안전한 출퇴근 통학길 가이드북’ 제작 보급할 수 있다. 현재 부산시의 ‘사람중심 보행도시’ 추진계획에는 ‘자전거 활용’에 대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별도의 보행길, 자전거길을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의 자전거길과 보행길을 ‘보행과 자전거의 공존의 길’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 시민들이 ‘보행자’이면서 동시에 ‘자전거 이용자’가 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승용차 운전자이자 횡단보도 보행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시민교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진3 필자가 20여년 전 기자때 일본 도쿄 연수기간중 아사히신문 자매지에 연재했던 ‘자전거이기에 보이는 고가네이의 사람과 자연’이란 제목의 칼럼.
사진3 필자가 20여년 전 기자때 일본 도쿄 연수기간중 아사히신문 자매지에 연재했던 ‘자전거이기에 보이는 고가네이의 사람과 자연’이란 제목의 칼럼.

여섯째, 자동차 생활권 속도제한, 지그재그도로, 험프설치 통해 걷거나 자전거타기가 안전하고 편한 도시, 도심에 차를 가져가면 불편한 도시가 되게 해야 한다. 실제로 2013~2015년 3년간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3만8056건 중 사망자는 559명인데 이 중 ‘차 대 사람’ 사망자가 279명으로 전체의 49.9%로 사망자의 절반이 보행자이다. 2014년 기준 OECD 가입국의 교통사고 보행자 사망률 평균이 19.5%인데 부산은 무려 55.9%이다. ‘사고다발지역’이던 영도구 내 도심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춘 결과 최근 6개월간 전체 사망사고가 4.4명에서 3명, 보행자사망사고 3.4명에서 2명, 심야사고는 30.2명에서 20명으로 감소했다(부산일보, 2018.6.28). 속도만 줄여도 보행자 사고가 줄어든다. 사회적 합의로 도시의 교통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

김해창

일곱째, 보행친화도시로 가려면 ‘도심 그린웨이(Green Way)’ 전략이 적극 논의되고 실현돼야 한다. 그린웨이는 큰 공원이나 녹지대를 연결하는 보행자·자전거전용도로가 띠처럼 이어져 길과 공원의 역할을 합친 공간을 말한다. ‘걷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사통팔달, 시민들이 걷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도시재생에도 그린웨이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명품워킹코스’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보행활동의 상징적인 거점시설이자 지원시스템으로서 보행네크워크의 연결점이 되는 장소에 워킹스테이션이나 워킹센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걷기 좋은 도시 및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 선례에서 배우자. 서울연구원과 싱가포르 CLC(Centre for Liveable Citie)가 공동으로 펴낸 「걷기 좋은 도시 및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서울과 싱가포르로부터의 교훈(Walkable and Bikeable Cities-Lessons from Seoul and Singapore)」(2016)은 ‘사람중심 보행도시’ 만들기에 참고할 점을 잘 정리해 놓았다. ①보행자 자전거우선 사람중심 교통정책을 기본으로 삼으라 ②워킹․사이클링을 도시 교통․에코시스템과 통합하라 ③도로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라 ④패러다임 전환으로 도심공간을 사람중심으로 만들어가라 ⑤보행자친화적 환경 혜택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하라 ⑥조사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시민을 설득하라 ⑦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약속 플랫폼을 만들라 ⑧지역사회의 공유 참여 플랫폼을 만들라 ⑨보행자친화, 자전거친화가 되도록 인센티브를 주라. ⑩강력한 단속과 사람친화적인 정책을 펴라 ⑪잘 만들면 사람들이 모인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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