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⑫ 박인희 〈그리운 사람끼리〉

에세이 제1145호(2020.11.5)

이득수 승인 2020.11.04 11:45 | 최종 수정 2020.11.04 12:03 의견 0

남들도 다 그런지 몰라도 저는 박인희의 노래 <그리운 사람끼리>를 들을 때마다 마치 자신이 조그만 소년이 되어 엄마아빠와 함께 어린이대공원이나 놀이공원 앞에서 한 손에는 풍선을 또 한 손에는 솜사탕을 들고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착각에 빠집니다. 

이 감미로운 연상은 제가 환갑기념으로 미국에 가서 높다란 요술궁전과 황금열차가 가로막고 선 디즈니랜드앞에서도 그랬고 심지어 예순넷의 제가 혼자 수영강을 산책하다 원동교철교 위로 동해남부선 열차가 달리는 것을 볼 때도 그런 착각에 빠져 

동해남부선에 꼬마열차가 지나가면 
나는 풍선을 든 소년이 되어 요술궁전 앞에 서지
예순 두 살의 머리 허연 소년이 되지.

란 시를 쓴 일도 있습니다.

풍선을 든 소녀 [픽사베이]

호기심이 가득한 두 아이가 한 손에 동그란 풍선을 들고 또 한 손엔 달콤한 솜사탕을 들고 미지의 세상인 놀이공원과 놀이기구의 기대에 한껏 부풀어 종종걸음을 치며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꿈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꿈이기도 할 것입니다. 심지어 먼 훗날 훌륭한 엄마가 되어 귀여운 아이를 키우겠다는 꿈을 꾸는 소녀나 마흔이 넘었지만 장가갈 가망이 별로 없는 농촌총각도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거기다 저 같은 늙은이도 손자손녀의 손을 잡고 줄을 서거나 아니면 자신이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는 착각 속에 빠져서 말입니다.

이 노래 역시 짧은 가사 전체가 잘 짜여지고 감미로워 어디하나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굳이 가장 아름다운 소절을 찾으라면 역시 <두 손엔 풍선 들고 두 눈에 사랑 담고>가 될 것이고요.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작사, 작곡, 노래를 겸한 싱어 박인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 전에 박인희가 부르는 <방랑자>라는 노래의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러라.>라는 구절에 무슨 중독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심취했는데 <배가본드>라는 외국곡이라 많이 실망했습니다. 

박인희는 <목로주점>의 싱어라이터 이연실, 또 70, 80시절의 대표적 디바인 양희은과 아주 친한 3총사라는데 놀라고 그 중에서 이연실과 박인희가 작사, 작곡까지 능한 타고난 가객(歌客)이라는 점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절로 동심을 불러오는 노래,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그리운 사람끼리 / 박인희 작사, 작곡, 노래

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
다정히 미소 지며 함께 가는 길
두 손엔 풍선 들고 두 눈엔 사랑 담고
가슴에 하나 가득 그리움이여

그리운 사람끼리 두 눈을 감고
도란도란 속삭이며 함께 가는 길
가슴에 여울지는 푸르른 사랑
길목에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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