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67) 악보보다 코드를 통한 음악 체험

박기철 승인 2021.04.08 17:17 | 최종 수정 2021.04.08 17:23 의견 0
코드가 적혀 없고-있고 차이
코드가 적혀 없고-있고 차이

내가 학교 다닐 때 음악 교과서 악보에도, 예전에 교회 찬송가 악보에도, 내 딸이 부르는 성악곡 악보에도,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악보에도, 고전음악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단원들 악보에도 코드가 없었다.

코드와 관련 있을 숫자가 적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요나 팝송 악보에는 알파벳 코드가 있다. 나는 콩나물 대가리가 아니라 코드를 보며 기타를 친다. 그러나 성악을 전공한 내 딸은 다르다.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른다. 한 마디로 나와 내 딸은 전혀 다른 음악세계에서 산다. 음악 담당 뇌 구조가 다를 것이다.

고전음악을 전공한 내 딸이 악보를 따른다면, 대중음악을 즐기는 나는 코드를 따른다. 나한테 악보가 정통이라면 코드는 방편이다. 내가 애초에 기타를 시작할 때 코드라는 쉬운 방편이 없었다면 나는 기타를 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화성학을 알아가면서 코드라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한다. 특히 반음의 변화를 통한 화음의 변화를 통해 악보에서 알기 힘든 코드의 묘미를 알게 된다.

비록 정통적 음악언어인 악보에 미숙하지만 새로운 음악언어인 코드를 통해 음악을 알게 되니 참으로 다행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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