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4) 양자론 문으로 안내한 빛 "입자냐, 파동이냐 묻지 말라"

조송현 기자 승인 2022.06.13 16:34 | 최종 수정 2022.06.19 11:00 의견 0
https://bit.ly/3vzG5No220419(화) 양자론 오디세이4 빛의 입자-파동 이중성

01. 자..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
함께 돌아보고 있습니다. 
양자론 오딧세이! 
네번째 시간인데
자.. 지난 시간까지 
나눈 이야기 짧게 우선
정리를 해 봅니다. 

먼저 흐르는 물이 사실은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에너지 역시 
연속적으로 흐르는 양이 아니라.
한 개 두 개 세 개 
셀 수 있는 최소단위를 갖는 
불연속적인 개념이다. 
그 최소단위가 바로 퀀텀
바로 양자다.. 

이 개념을 만들어서 
고전물리학의 오류를 
뛰어넘은 사람이 
바로 막스 플랑크고..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활용해서.. 
광전효과라는 걸 풀어내는데..

여기서 
빛을 입자로 가정을 한거죠?
이른바 광양자 가설로 
양자론 발전의 또 하나의 
디딤돌이 놓여졌다.. 

아인슈타인은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탔다. 

여기까지 했는데..
자, 오늘은 어디로 얘기를 
이어가볼까요? 


> 네. 오늘은 
빛, 너는 입자냐 파동이냐.. 
이런 주제로
빛의 이중성에 대해 
얘기를 해 보려 하는데..
이 대목이 
양자론의 전개과정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3주에 걸쳐 얘기했듯이 
‘양자’라는 용어 자체가 
용광로나 흑체에서 나오는 복사, 
이게 바로 전자기파이자 빛인데요,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잖아요. 

앞서 잘 정리해주신 것처럼
아인슈타인의 광양자가설도 
빛이 에너지를 가진 알갱이라는 얘기고요. 

양자론이 어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고 하는데, 
그 상징적인 양자가 바로 빛입니다. 

빛의 요상한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양자론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빛이 우리를 '양자론의 문으로 안내'했다..
이렇게도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02. 빛이 그렇게 중요하군요. 
그런데..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 
이게 실은 꽤 오래된 논쟁의 주제였다구요?


> 그렇습니다.  
빛이 입자인가 파동인가 하는 빛의 입자-파동 논쟁은 
아이작 뉴턴 시대(17,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턴의 빛에 관한 연구는 잘 알려져 있지요. 
뉴턴은 어두운 방에 들어오는 빛을 연구한 끝에 
‘빛은 입자의 흐름’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에 반해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하위헌스는 
빛이 파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뉴턴의 명성이 워낙 높던 터라 
빛의 입자설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다가 1802년 영국의 의사이자 아마추어 물리학자인 
토머스 영이 그 유명한 ‘영의 실험’을 통해 
빛의 입자설에 치명타를 날렸습니다. 
빛이 파동의 강력한 증거인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실증해 보인 것입니다. 
게다가 19세기 중후반 맥스웰이 전자기이론을 정립하자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인 파동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03. 그 와중에 아인슈타인이 
또 입자설을 토대로 한 광양자 가설로 내놓은 거네요. 
지난주 주제였잖아요. 

> 잘 기억하시네요. 
그러다 20세기 초인 1905년 아인슈타인이 광양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광전효과’의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빛의 입자설을 부활시켰습니다. 
이로부터 18년 후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을 증명한 
콤프턴의 X선-전자 산란(콤프턴 산란)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임을 증명했습니다.


04. 그럼 빛이 입자로 결론이 난 건가요?
앞서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고 
파동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도 말씀해 주셨는데..
이게 또 서로 충돌을 합니다. 
과연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어떻게 결론이 납니까?

> 그렇죠. 20세기 초 물리학자들도 이 문제로 
계속 골머리를 썩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까지도 
입자성과 파동성은 상호 배타적인 성질이라고 여겼거든요. 
즉 입자라면 파동이 될 수 없고, 
파동이라면 입자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는 거죠. 
이게 뉴턴시대 고전물리학의 상식입니다. 
빛이 이런 상식에 어긋나니 당연히 요상하게 여기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과거에 파동으로 확인이 된 빛이 
광양자 가설을 통해서 입자로 또 규정이 되잖아요. 
빛이 입자라면.. 이 광양자 개념을 가지고 
파동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접근을 한 건데요. 
여기에서 앞서 짧게 언급한 영의 실험이 
다시 등장을 합니다. 
파동성 실험의 전설로 알려진 
100년 전의 그 실험을 재연을 한 것이죠. 


05. <영의 실험>이라.. 
앞서 빛이 파동의 강력한 증거인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실증해 보였다.. 
이렇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
좀 더 자세히 짚고 가야 할 것 같아요. 

 
> 네. 파동의 주요 특징이 간섭과 회절이죠. 
영의 실험은 간섭현상을 확인하는 겁니다. 
잔잔한 수면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동심원 물결이 퍼져나갑니다. 
그 옆에 물방울을 하나 더 떨어뜨리면 
여기서도 동심원이 퍼집니다. 
그러다 앞의 동심원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06. 학교다닐 때 배운 기억이 나는데
가물가물합니다. 
물결이 복잡하게 겹쳐졌던 것 같은데..
이게 간섭현상이었던가요?

> 네 맞습니다. 그전에 파동성에 대해 조금 설명해야겠습니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물론 입자 성질도 있지만)과 음파, 
물결파는 대표적인 파동입니다. 
빛은 매질이 없어도 진행하는 반면 
음파와 물결파는 매질이 있어야 진행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간섭(interference)이란 독특한 성질을 갖습니다. 
간섭현상은 파동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 방금 질문드린 물결파를 상상해보겠습니다. 
고요한 연못 두 곳에 돌을 던지면 원형의 물결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각자 진행합니다. 
그러다 이 두 물결파가 만나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두 물결파의 마루끼리 만난 부분은 
파고(마루의 높이, 파동의 진폭)가 높아집니다. 
즉, 개개의 파고를 더한 값이 됩니다. 
반대로 골끼리 만나면 골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리고 마루와 골이 만나면 파고가 감쇄되거나, 
만난 마루의 높이와 골의 깊이가 꼭 같다면 
파동이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이 같은 간섭은 파동 특유의 성질입니다.


07. 네. 이해했습니다. 
다시 영의 실험으로 돌아가 볼까요?

> 실험 장치는 간단합니다. 
스크린 앞에 작은 구명을 두 개 뚫은 판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빛을 그 판에 비춥니다. 
그러면 빛이 작은 두 개의 구명을 통과해 스크린에 도달합니다. 
스크린에 도달한 빛의 모양을 보고, 
간섭무늬가 있으면 
‘빛은 파동’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겁니다.

- 단순한 이 실험은 빛을 넘어 확실한 입자로 여겨졌던 
전자마저 파동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줌과 동시에 
불확정성 원리까지 확인해주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의 모든 것이 이 실험 속에 함축되어 있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08. 영의 실험.. 이중 슬릿 실험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서 바로 간섭무늬가 나타났군요. 
입자인 빛, 광양자가 간섭현상을 일으킨거니까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거예요. 

> 그렇습니다. 빛을 이중슬릿을 향해 쐈더니 
역시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빛이 확실한 파동이라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입자임이 명백한 물 분자가 서로 모여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입자인 빛도 여러 개가 모이면 
파동처럼 행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론을 폈던 것입니다.

09. 파동이 아닌데 알갱이들이 모여서 
파동처럼 행동을 한다. 이런 얘기로군요. 
타당한 반론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하나요?

> 네. 그래서 ‘영의 실험’을 조금 변형해 실시했습니다. 
빛 입자들이 모여 파동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빛을 ‘초당 한 개씩’ 
발사한 것입니다. 
광자가 하나씩 날아가기 때문에 물처럼 
분자들이 모여 파동을 형성한다는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이 실험은 1915년 미국의 물리학자 테일러에 의해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 테일러는 스크린을 사진필름으로 대체하고, 
실험 장치 전체를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한 상자에 넣어 두었다가 
필름을 꺼내 현상했습니다. 
그동안 광자는 하나씩 사진 필름에 도달하여 
특정한 장소를 검게 변색시켰습니다
(사진 필름은 빛을 쐬면 검게 탄다. 그래서 필름 현상 작업을 암실에서 한다). 
1~2주 동안 실험을 계속하자 필름에는 검은 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 필름에 찍힌 점들의 분포는 어땠을까요? 
슬릿의 구멍 두 개에 집중되었을까요, 
아니면 넓게 퍼져나간 간섭무늬였을까요?

10. 답은 정해진 거잖아요. 
간섭무늬일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아요. 
입자 단위에서 
어떻게 간섭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 그렇죠. 그 당시 물리학자들도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놀라자빠졌습니다. 
초당 1개씩 발사되어 순차적으로 스크린에 도달한 광자들이 
대체 무슨 수로 간섭무늬를 만들 수 있단 말일까요? 
빛이 입자임이 분명하다면 직진성에 의해 모든 광자는 
왼쪽 아니면 오른쪽 슬릿을 통과할 겁니다. 
그러니까 스크린에는 두 개의 슬릿 뒤쪽에 
점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이게 아니고 
간섭무늬가 그려져 있었던 겁니다.


11.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요?

> 자, 그럼 실내사격장에서 사격게임을 
영의 실험으로 비유해 설명해보겠습니다.
타겟 앞 10cm 지점에 두 개의 구멍(나란히 10cm 간격)이 뚫린 
송판을 걸어놓습니다. 
실력이 좋은 사격선수에게 총을 한 발씩 구멍을 번갈아 쏘게 합니다. 
100발을 쏜 뒤 타겟을 확인해봅니다.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12. 두 개의 구멍 뒤에 탄착점이 몰려 있겠죠.

> 맞습니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이 경우도 입자인 빛을 총알에 비유하면 
스크린에 탄착점이 두 곳에 몰려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빛의 경우 탄착점이 몰려 있지 않고 
규칙적인 간섭무늬가 생겨 있더라는 겁니다.


13. 구멍이 하나라면 어떨까요?

> 사격실험의 경우 두 개의 구멍 중 하나를 막아놓으면 
탄착점이 열린 구멍 뒤 한 곳에 몰려 있겠지요? 
이와 빛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름에는 한 곳만 검게 타 있습니다.


14.  슬릿이 두 개일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하나가 막히면 입자처럼 행동을 한 거네요. 
빛이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닐테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 그렇죠. 이건 마치 먼저 출발한 광자가 
다음 광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상쇄되거나 
다른 곳에 함께 가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그러므로 광자를 입자로 본다면 
간섭현상은 도무지 말이 안 됩니다.

15. 우리가 양자론 오딧세에 앞에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이게 그 출발부터 그랬네요. 
그런데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어 
이치 닿는 논리를 정리해냈으니까
양자역학이 성립이 됐겠죠?
여기서 또 위대한 물리학자가 
등장을 한다구요?

> 네. 아인슈타인 이래 최고 천재라는 리차드 파인만이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파인만의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빛이 오른쪽 아니면 왼쪽 슬릿 중 한 곳을 통과한다는 
고전적인 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이죠. 
파인만은 “개개의 광자들은 두 개의 슬릿을 ‘모두’ 통과한다”고 
혁명적인 주장을 한 것이죠. 
그는 “총에서 발사된 광자는 스크린에 도달할 때까지 
‘모든 가능한 경로’들을 ‘동시에’ 지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16. 이건 과학이 아니라 마법적인 발상 아닌가요?
광자 하나가 어떻게 두 개의 구멍을 모두 지나갈 수 있을까요?

> 마술 같은 얘기지만, 이게 수학적으로 증명이 됩니다. 
양자역학은 이런 고전역학적인 상식,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혁명적인 사고를 한 사람들이 양자역학을 세운 것이죠. 
파인만이 이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정립한 
‘경로적분(path integral) 이론’은 
실험사실과 잘 맞아떨어져 
양자역학 해석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 이중슬릿 실험의 결과로 볼 때 
빛은 파동성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앞에서 아인슈타인과 콤프턴이 빛의 입자성을 확인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합니다.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갖고 있다.’ 
물리학계는 이를 ‘파동-입자의 이중성’이라 부릅니다.

 - 빛은 입자 아니면 파동이라거나 
입자와 파동은 배타적이라는 
고전물리학에 기초한 이분법적 사고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뒤에서 다루겠지만 빛뿐 아니라 
입자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전자와 같은 물체들도 
파동성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미시세계에서는 입자성과 파동성이 한 물체에 공존하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파인만의 발언은 
이처럼 미시세계가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수학적으로 명료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실험결과를 놀라울 정도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미시세계의 존재들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갖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늘날까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17. 네. 우리의 상식과 직관이라는 게.. 
언어로 구축된 세계관, 인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가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수학적으로는 
이게 설명이 불가능한 신비가 아니고..
명쾌하게 기술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거..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빛, 너는 입자냐 파동이냐.. 
답은 둘 다라는 사실.. 
끝으로 한 번 더 짚어보구요. 
이제 인사 나눠야겠습니다. 

다음주도 
흥미로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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